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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시론] KT 새 회장 후보의 과제

100명 2013. 12. 18. 07:17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이 17일 KT 차기 회장 후보로 확정됐다. KT 사장 추천위원회는 전날 4명으로 압축된 후보군에 대한 심층면접을 거쳐 황 전 삼성전자 사장을 최종후보로 선정했다. 황 회장 내정자는 별다른 상황 변화가 없다면 내년 1월 중순 주주총회를 거쳐 정식 회장에 임명된다. 사장 취임 전까지 경영권 인수기간을 거쳐 황 회장 내정자가 윤곽을 그려야 할 KT의 새로운 청사진에 기대가 크다. 산적한 과제가 그 어느 때 보다 많고 난이도도 높기 때문이다. 당장 시급한 것은 새 정권 출범 후 최고경영자(CEO)가 잇따라 불명예 퇴진하는 광경을 목격해야 했던 KT 구성원들의 침체된 분위기를 추슬러 조직 본연의 경쟁력을 회복시키는 일이다. 이 과정에서 필수적인 대대적인 조직개편과 그에 따른 간부급 인사 역시 만만치 않은 과제다. 침체를 겪는 유선 사업의 재정비와 치열한 경쟁 구도에 놓인 무선사업 분야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는 등 통신 사업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일도 시급하다.

새로운 CEO를 맞는 KT에게는 우리나라의 대표적 통신 기업으로서 국내 정보통신기술(ICT) 생태계를 선도해야 할 과제가 있다. 이를 위한 사업 분야 경쟁력 회복의 중요성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과거 독점 유선 사업자였던 KT는 이동통신자회사인 KTF와 합병을 통해 유ㆍ무선 분야를 아우르게 됐지만, 유선 시장의 급속한 악화와 무선 시장의 치열한 경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 2012년 영업 이익이 전년도보다 30.6%나 줄어든 것은 이런 사정을 여실히 보여준다. KT를 비롯해 3사가 각축을 벌이는 무선 분야의 경쟁력 확보뿐 아니라 국가 기간망 강화를 위해서도 미국, 영국 등 선진국 통신 기업들이 다시 유선 분야의 재정비에 나선 것처럼 기존 유선 분야의 효율적 재정비와 기가 인터넷 상용화 등을 통해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 뒤늦게 진입한 롱텀에볼루션(LTE) 시장의 부진을 만회할 이동통신 분야의 경쟁력 강화 방안과 IPTVㆍ위성방송, 접시 없는 위성방송 등과 같은 유ㆍ무선 복합 상품의 지속적 개발을 통한 수익원 창출 등 숙제가 수두룩하다.

이보다 우선 시급한 것은 정권 교체기마다 되풀이된 이른바 `CEO 리스크'에 따른 조직의 침체된 분위기를 쇄신하는 일이다. 남중수 전 사장에 이어 이석채 전 회장이 새 정권 출범후 비리 의혹이 제기되면서 중도하차함에 따라 조직에 적잖은 동요가 있었음은 충분히 짐작하고도 남는다. 조직의 동요를 진정시키고 구성원들의 신뢰 회복을 위해선 후속 조직ㆍ인사 개편의 효율성과 공정성이 관건이다. 전임 회장 재직기간 동안 전체 130여 명인 KT 임원 가운데 외부에서 영입한 인사가 30여 명에 달했다.

회사의 경영에 도움이 되는 전문적 지식과 경험을 갖춘 인사였다는 해명이 있었지만, KT를 아직 공기업으로 여기는 정권과 주변 인사들의 압력에 의한 `낙하산'이란 시비를 불러일으킨 것도 부인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매출액 23조 원에 53개 계열사를 둔 재계 순위 11위의 대표적 통신 기업에 걸맞지도 않았다. 이런 불편한 과거와의 단절을 위한 확고한 의지와 실행력이 KT 재도약의 지름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