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해 봅시다

배터리 화재는 업계가 조장했다

100명 2008. 2. 29. 14:07
배터리 화재는 업계가 조장했다
아이뉴스24|기사입력 2008-02-29 11:39 |최종수정2008-02-29 11:45


<아이뉴스24>

지난 24일, 또 다시 노트북PC 배터리가 녹아내렸다. 담당 기자 입장에서도 가슴이 철렁했다. 화재 원인을 살펴보니 사용자가 베개 위에 노트북을 올려둬 온도가 상승했고, 이로 인해 배터리가 녹아내린 것으로 밝혀졌다.

소비자들의 잘못된 사용법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기자 역시 그런 지적에 공감했다. 그래서 "송풍구를 막지 않도록 조심하라"는 등의 노트북PC 바른 사용법에 관한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가 나간 후 몇몇 독자들로부터 메일이 왔다. "노트북 판매 광고 보신적 있으세요? 요즘 TV 홈쇼핑만 봐도 가족 모델들이 이불 위에서 노트북 사용하고 있습니다."

독자의 지적대로 노트북PC 광고를 찾아본 순간 머리를 한 대 맞은 듯 아찔한 기분이 들었다. 정말 베개 위에 노트북을 올려놓고 사용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런 광고를 한 것은 이 업체 뿐만이 아니었다. 그 동안 노트북PC 업체들은 작고 편리하다는 점을 알리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 그러다 보니 방 안에 편안하게 앉아서, 혹은 누워서 이불 위에서 사용해도 된다는 식의 광고를 해 왔다.

'장사'를 할 때는 틈날 때마다 강조하더니 막상 사고가 터지고 나서는 안면 싹 바꿔서 "그렇게 사용하시면 안됩니다"라고 소비자 탓하는 것이 우습다.

물론 베개 위에 노트북PC를 올려놓고 사용했던 이용자에게도 분명 화재 유발 책임이 있다. 하지만 노트북PC 업체들 역시 소비자들을 현혹시킨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울 순 없다. 그 동안 은연 중에 베개 위에 올려놓거나, 침대 위에서 사용해도 된다는 식으로 프로모션해 왔기 때문이다.

소위 '대박 판매'를 위해 제품의 장점을 최대한 부각시키고 싶은 업체들의 심정은 충분히 이해가 된다. 하지만 무심코 흘려보내는 광고를 본 소비자들이 잘못된 정보를 가질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하지 않았던 점은 아쉽기 그지 없다.

연이은 배터리 화재 사고 이후 노트북PC 제조업체들은 너나할 것 없이 안전수칙을 내놓기 바쁘다. 이들이 내놓는 자료에는 ▲15cm 내에 헝겊 등 인화 물질을 두면 안된다 ▲(베개나 이불 등)부드럽고 폭신한 물체 위에 두고 사용해 송풍구를 막으면 안된다 는 등의 정보가 담겨 있다. 늦긴 했지만, 지금이라도 바른 정보를 내놓는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이런 호들갑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제품 홍보를 할 때도 자칫 소비자들을 오도할 우려는 없는 지 세심하게 배려했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지금이야 무상 점검이나 원인 규명 같은 '소 읽고 외양간 고치는' 작업을 하느라 정신이 없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