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미래부의 '헛발질'…주파수 할당 앞두고 '보이지 않는 손'?

100명 2013. 5. 29. 07:34


전응휘 시민단체 이사, 미래부 해명에 '발끈'

"미래부가 계속 거짓말 하면 메일 공개하겠다"

미래부 "후보군일 뿐이다" vs 전 이사 "새빨간 거짓말"

[CBS노컷뉴스 박지환 기자] 미래창조과학부가 '황금 주파수'로 불리는 1.8Ghz 대역 주파수 할당 여부를 앞두고 자문위원회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특정인을 위촉했다 배제하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미래부의 해명과 당사자의 주장이 정면으로 배치돼 미래부가 객관성이 생명인 자문위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객관성을 무너뜨렸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LTE 광대역을 핵심으로 하는 차기 주파수 할당을 앞두고 미래부가 특정 통신사에 부정적인 인사를 일부러 솎아낸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마저 보내고 있다.

◈ 자문위원 위촉 뒤 갑작스런 변경

전응휘 녹색소비자연대 이사는 지난 5월 초 미래부로부터 주파수 자문위원으로 위촉됐다는 전화와 메일을 받았다.

주파수 자문위는 최문기 미래부 장관이 1.8Ghz 대역 확보를 놓고 국내 이동통신 3사의 상호비방전이 가열되자 객관성을 높이겠다며 만든 조직으로 학계와 소비자단체 전문가 8인으로 구성됐다.

자문위의 결과물 도출이 주파수 선정에 결정적일 수밖에 없어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국내 이통3사는 자문위원이 누가 될지를 놓고 첨예하게 신경전을 펼쳤다.

하지만 전 이사는 위촉 전화와 메일을 받은 지 일주일 만에 미래부로부터 "자문위원 전체를 재구성해야 돼서 불가피하게 빠지게 됐다, 죄송하다"는 내용의 전화를 다시 받았다.

미래부의 자문위 번복은 통신업계 전체에 민감한 문제인 만큼 지난 24일 이데일리를 통해 보도됐다. 번복논란이 일면서 미래부는 "자문위원회는 학계, 소비자단체 전문가들로 '후보군'을 만들고 업계 관련 용역사실과 수락 여부 등에 대해 개별적으로 먼저 연락을 취한 뒤 객관성 등에 대한 자체 점검을 거쳐 명단을 최종 확정했다"고 해명했다. 후보군에게 사전 연락을 취한 것일 뿐 정식 임명은 아니라는 게 미래부 해명의 요지다.

하지만 전 이사는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미래부가 새빨간 거짓말을 하고 있다"며 "개별적으로 확정 통보를 해 놓고 나중에 뒤집은 것"이라고 반박했다.

전 이사는 "미래부로부터 위촉 메일까지 받았는데 (미래부가) 계속 거짓말을 할 경우 위촉 메일을 공개하겠다"고 말했다.

전 이사는 이어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온 그날 아침에도 미래부로부터 '또 한번 죄송하다'는 전화를 받았다"며 "지금와서 후보군 운운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 통신업계 "SK텔레콤 로비로 배제됐나?"

미래부의 미숙한 일 처리가 계속되면서 업계에서는 미래부가 특정 통신사에 힘을 실어주기 위해 전 이사를 의도적으로 배제한 것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일명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것.

실제로 통신비 인하 등 소비자 운동을 전개해 온 전 이사는 주파수 할당 문제를 놓고 SK텔레콤에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전 이사는 지난 2월 방송통신위원회가 주체한 주파수 토론회에서는 "LG유플러스에 1.8Ghz 대역(C블록)을 할당하기만 한다면 나머지 대역은 어떻게 배분하든 문제될 게 없다"며 "과거에 SK텔레콤도 특혜를 충분히 받지 않았느냐"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전 이사가 소비자 운동을 이끌면서 SK텔레콤과 껄끄러운 관계였는 데 이에 위기를 느낀 SK텔레콤이 막후에서 로비를 통해 전 이사를 밀어냈다는 확인되지 않는 설까지 퍼지고 있다.

결국 미래부가 오는 8월 LTE 주파수 할당을 앞두고 자문위원을 갑자기 바꾸면서 논란을 자초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오얏나무 아래서 갓을 고쳐쓰지 말라는 옛 속담도 있는데 미래부는 아예 두팔을 들어올려서 갓을 고쳐쓴 꼴"이라며 "주무 부처인 미래부가 업계간 사활이 걸린 중차대한 주파수 문제를 두고 아마추어 같은 일 처리로 혼란만 가중시켰다"고 꼬집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시민권익센터 윤철한 국장은 "이미 자문위원에 참여해달라고 위촉을 한 뒤 납득할만한 이유 없이 지명을 철회한 것은 특정 사업자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오해를 사기에 충분하다"고 말했다.

윤 국장은 또 "특정 업체에 유리한 전문가를 참여시킨 게 확인된다면 참으로 비열한 행태"라며 "그런 식의 행태가 쉽게 받아들여진다는 것 자체가 국민들에게도 불행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 주파수 과열 논쟁이 낳은 '참사'

1.8Ghz 대역 확보를 놓고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 등 이통 3사의 주파수 전쟁은 날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광대역 LTE 서비스를 앞두고 어떤 주파수를 확보하느냐에 따라 이통3사간 기업 경쟁력이 좌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올 하반기로 예정된 광대역 LTE 서비스는 기존 LTE보다 두배 빠른 속도를 자랑한다.

이에 따라 SK텔레콤과 KT, LG유플러스는 사활을 걸고 주파수 확보전에 뛰어들고 있다.

이 과정에서 상호비방전이 과열되기도 했다. SK텔레콤을 겨냥한 '재벌의 횡포'나 KT를 의식한 '낙하산 실패' 등의 비방전이 대표적인 사례다.

결국 통신3사가 사활을 걸고 뛰어든 주파수 대전에 미래부의 서투른 자문위원 번복 논란이 더해지면서 미래부가 객관성을 상실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