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송두리째 팔아먹은 한미FTA는 원천무효다

미국에 의한 종속경제의 체질화를 가속시킬 한미FTA 협상이 타결되었다.

그러나 한 국가의 문화를 책임지는 수장인 문화관광부 장관의 기자회견은 너무도 실망스러웠다. 한미FTA가 경쟁력을 제고시키고 제도 선진화에 기여할 것이라는 어처구니없는 평가는 과연 누구의 머리에서 나오는 것인가. 문화관광부는 개방이 최소화되도록 하고 제도적 선진화를 위해 필요한 사항들을 수용하는 선에서 협상이 마무리되었다고 하였는데, 과연 그런가.

스크린쿼터가 현행유보로 결정됨에 따라 더 이상 우리 영화의 미래는 담보할 수 없게 되었다. 이미 3월중 한국영화의 점유율은 27.6%로 하락했다. 반면에 미국 영화의 점유율은 65.9%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수치와 완전히 뒤바뀐 수치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3월에만 해도 한국 영화 점유율은 71.8%, 미국 영화는 23.8%였다. 시장 축소에 대한 영화계의 불안감은 협상이 비준되기도 전에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문화관광부가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영화산업 중장기발전계획이 있으나 이는 영화상영관의 입장료 모금으로 비용을 마련한다는 대책으로, FTA 체결로 인한 부담을 국민에게 전가하는 한심하기 짝이 없는 대책임을 보여주고 있다.

저작권 분야도 그렇다. 저작권 보호기간을 현행 50년에서 20년을 연장하여 70년으로 정리하고 2년의 유예기간을 얻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역시 미국의 절대이익을 보장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지난해 한국저작권법학회의 분석결과에 따르면, 저작권 보호기간 20년 연장으로 인한 저작권 수익의 70.6%가 미국에게 돌아간다. 출판과 캐릭터산업을 중심으로 한 미국의 문화산업에 절대 이익이 돌아가는 것이다. 그런데 문화관광부는 ‘미국이 120년을 요구했는데 이를 줄여서 70년으로 합의하여 요구를 관철’시켰고 ‘2년의 유예기간을 얻은 것은 미국이 기체결한 FTA에서는 전례가 없는’ 것이라며 은근히 자랑까지 하고 있다. 이런 한심한 변명을 늘어놓으면서 성과를 따낸 것처럼 말하고 있는 문화관광부는 과연 정신이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

문제는 이뿐 아니다. 이번 협상은 1개 국가의 수입방송물 쿼터제한을 80%까지 대폭 확대함으로써 그동안 자국의 방송컨텐츠육성을 위한 보호 장치로 마련하였던 제도마저도 유명무실하게 만들었다. 엄청난 자본을 무기로 하여 물밀듯이 들어올 수입방송물을 대책없이 받아들이겠다는 것은 방송마저 미국자본의 손에 넘겨주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열악한 국내방송컨텐츠 제작자들에게는 사실상의 파산선고와 다를 바 없는 결정인 셈이다. 일본애니메이션이 범람하면서 거의 싹쓸이당한 국내애니메이션계만 보아도 이번 결정이 가져올 폐해는 엄청날 것이다.

시종일관 무대책과 퍼주기로 일관했던 한미 FTA가 성공적이라는 것은 관료들의 친미사대주의가 얼마나 심각한 수준에 와있는가를 분명히 보여주고 있다. 목적 자체가 의심스럽게 퍼주기로 일관한 이번 협상은 원천 무효다. 우리는 이번 협상의 국회비준을 막고 무효화할 뿐 아니라 나라를 팔아먹은 관료들에 대해 명백한 책임을 물을 것이다.

2007년 4월 3일

민주노동당 문화예술위원회

by 100명 2007. 4. 4. 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