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KT가 위기다. 단순히 '유선사업 분야의 매출이 줄고 있다''미래 먹거리가 없다''시장이 포화상태다'는 식의 이야기가 아니다. 지난 2006년 미국의 통신 공룡으로 불리던 AT&T가 몰락한 것처럼, KT라는 이름이 시장에서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돌고 있다. 특히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에 이어, 결정적으로 이석채 체재 4년 동안 이런 위기감을 심화시켰다.
이제 황창규 회장 체제가 출범을 앞두고 있다. KT의 현재를 진단하고, 신임 CEO가 해결해야 할 과제에 대해 알아본다.
[글 싣는 순서]
①위기의 KT號, 어디로 가나
②'내부 혁신'이 우선이다
③이런 관행 괜찮나
④IT분야서 바라는 황창규號
"올해 부터 적자로 돌아 설 것이 거의 확실하다. 문제는 이런 추세가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KT 내부 직원의 고백이고 이것이 우리나라의 통신산업을 이끌어 온 KT의 충격적인 현실이다. 공기업인 한국통신으로 시작해 민영화 과정을 거쳐 거듭난 KT는 항상 'KT=한국의 IT'라는 등식이 성립된 기업이다. 그만큼 국내 IT분야에 미친 영향이 지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KT는 이제 내부 직원의 고백처럼 올해부터 적자를 고민해야 하는 기업으로 전락하게 됐다. 실제 지난해 말부터 이런 조짐이 보이고 있다. 지난해 3분기 실적의 경우, KT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7.3% 줄어든 5조7346억원, 당기순이익은 63.1% 감소한 1363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무선사업분야 영업이익은 1조7138억원으로 이동통신 3사 가운데 유일하게 2.3% 줄었다. 무선통신 가입자 수는 11만4000여명이 빠져나갔고 무선 가입자당 평균 매출도 감소했다. 여기에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특히 이석채 전 회장의 4년 체제가 만들어 놓은 그림자라는 것이 중론이다.
KT 관계자는 "KT는 수장이 누가 오든 수익을 걱정해야하는 회사는 아니었다"며 "길지 않은 이석채 전 회장의 재임기간 회사가 이 정도로 망가질 수 있었는지 의문이다"고 밝혔다.
이석채 전 회장 재임기간에 성과를 자신할 수 없는 르완다 등 아프리카 글로벌 사업에 총력을 기울였다. 이에 대한 재원 마련을 위해 노른자위 부동산과 구리선케이블, 위성 등 매각할 수 있는 것은 거의 매각했다. 한마디로 기업의 근간이 되는 뼈대를 하나씩 조각내 매각한 격이다.
외상매출도 문제다. 이동통신서비스의 경우, 미래에 매달 고객이 지불해야하는 단말기 할부금을 담보로 은행에서 현금을 차입하고 이를 글로벌사업에 투자했다.
심지어 글로벌사업을 핑계로 지난 2011년 자회사로 보유 중이던 러시아 연해주 통신사업자 NTC를 러시아 빔펠컴에 매각하기도 했다.
이런 악화된 경영환경에서도 주주들에 대한 고배당은 계속됐다. 경영권 안정을 위한 것이다. KT가 해마다 지불하는 배당금은 5000억원 수준에 이르렀다. 배당액이 2000원이니 주식 액면가 5000원 대비 무려 40%에 달하는 수치다. 이석채 전 회장 퇴임 이후 올해 진행될 배당이 대폭 축소될 것으로 알려져 주가가 곤주박질 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국내 IT업계의 맏형 역할도 포기해야하는 처지가 됐다. KT가 해마다 장비분야에 투자하는 금액은 1조∼2조원 가량 된다.
이 역시 이석채 전 회장 재임시 외국계 업체와 수의계약을 통해 진행되는 등 대부분의 금액이 해외 장비업체를 살찌우는데 쓰였다. 올해는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마저 어려운 상황이 됐다.
KT 관계자는 "KT는 지금 투자 재원 확보 자체가 힘든 상황으로, 이런 식으로 신용도가 악화되면 사채를 발행하거나 차입경영을 해야 한다"며 "차입경영시 이자율이 높아져 악순환이 계속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런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유선사업 및 무선사업 혁신과 함께 글로벌 사업을 대폭 구조조정해야 함고, 매각한 부동산을 다시 사들여 임대비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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