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 흥행 감별사, "관객의 눈높이 맞추는 것이 흥행포인트"

[노컷인터뷰] 극장에 영화 배치하는 편성 전략가, 메가박스 프로그래밍 팀장 장경익 씨

[ 2007-04-02 오후 2:31:50 ]

방송 3사에서 제작 현장과 더불어 가장 중요한 전략을 세우는 본부는 편성국. 편성국에서 하루, 일주일 분기 반기 등 프로그램 편성 전략을 세우는 것은 이제 전쟁과 다름없다. 매 시간대 경쟁사와의 프로그램 배치에 따라 시청률이 달라지고 이에 따른 광고 등 방송사 흥망이 결정되는 일이 다반사기 때문이다.

극장도 마찬가지다. 현재 대형 멀티 플렉스인 메가박스, CGV, 롯데 등 3사의 극장 사이트는 전국 1700여개. 극장 숫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당연히 매주 새로 개봉돼 걸리는 극장의 영화들 중에서 어떤 영화를 어느 관(크기), 몇개 관(스크린수)에 걸 것인지를 정하는 것은 영화를 만든 이후 역시 가장 중요한 일이 됐다.

국내 멀티플렉스 3강중 하나인 메가박스의 장경익 프로그램팀장은 경쟁사인 CGV, 롯데 등과 함께 소위 '칼사마'라 불린다. 이들이 운영하고 속한 프로그래밍 팀이 영화 흥행을 미리 판별하고 극장에 얼마나 배치하느냐를 결정함으로써 영화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다는데 이의를 달 사람은 거의 없다.

마음껏 영화를 보는 좋은 직업이라고 남의 속도 모르고 부러운 눈길을 보내는 사람들에게 까맣게 타는 속을 보여줄 수도 없는 노릇. 프로그래밍팀이 선택한 영화의 '관객 수'가 자신의 업무능력을 평가하는 잣대가 되고 매주 즉각적으로 반응이 일어나기 때문에 천당과 지옥을 오락가락하며 맛보는 스릴은 짜릿하다 못해 아찔하다고.

전문가가 되면 안된다. 일반관객의 눈높이를 따라가야
장경익 프로그래밍 팀장은 팀장으로 영화를 감별한지 6년이 됐다. 전제 7명의 팀원이 신작 개봉영화 극장 배치부터, 해외 마켓 통한 영화 구매 등 여러 일을 한다. 매주 월요일부터 주말스케줄까지 메가박스의 전국 10개 극장 사이트와 메가라인이라 불리는 관계 극장 9개 사이트, 총 19개 사이트에 내걸 영화를 결정짓는다. 프로그래밍팀은 숫자에 능해야 한다. 19개 사이트 각 지역 멀티플렉스 극장에 1관 부터 9관까지 있다면 그 좌석수 마저도 모두 머릿속에 담겨있다.

가령 한 개봉 영화를 어떻게 배치할지가 결정되면 가령 부산 해운대 점에는 몇관 몇관에 배치할 지와 시간표 스크린수를 꼼꼼히 체크한다.

영화 극장 배치는 극장의 수입과 직결되기 때문에 전략적인 부문이다. 전문가적 영화 지식과 수준을 갖췄으리라는 기대와는 달리 장 팀장은 "우리팀 에는 영화 전공자를 안뽑는다"고 답했다. 그역시도 경제학을 전공하고 이동통신사를 첫 직장으로 출발했던 터다. 극장에서 일해본 정도의 감을 가진 구성원들이 영화 흥행 감별사라는 점이 이색적이다.

그 이유를 장 팀장은 "대중적인 상업영화는 많은 사람들이 보고 즐기는 것이 일차적인 목적입니다. 돈을 지불하는 관객들 입장에서 말이죠. 저와 팀원들의 개인취향이 자칫 일반 관객의 보편적이고 평균적 취향과 차이가 난다면 양 쪽 모두에 바람직하지 못하죠. 영화제 프로그래머가 '작품'을 고른다면 저희는 '상품'을 고르는 일"이라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영화 흥행의 가능성을 점치는 영화와 관련된 여러 이해 관계자들중에 이들의 감각은 어떤 점에서 주목되는 것일까? "무엇보다 일반관객의 감성을 잡아내는데 모두가 주력하고 있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개봉전에는 영화 제목, 포스터, 시높시스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언론 반응, 네티즌 반응 시사회 반응 등을 종합합니다." 하지만 그도 인정하는 최고의 흥행 포인트는 여전히 영화계 정설로 인정받는 '입소문'이라고 한다. '아이 엠 샘'이나 '집으로' 같은 경우의 성공사례가 그렇다. 비교적 객관적 지표를 통해 검증하지만 영화에 대한 사람들의 입소문은 여전히 풀수 없는 불가항력적 힘을 갖고 있다고.

개봉 스크린수보다 점유율이 중요

"잘되는 영화는 스크린수가 크게 중요하지 않습니다." 개봉당시 얼마나 많은 스크린수를 확보했느냐가 마치 흥행의 중요한 포인트인 것처럼 부풀려질 때가 많은 현실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다.

장 팀장은 "500만이 든 '살인의 추억'도 처음에는 200 여개로 시작했어요. 잘 만든 영화는 결국 관객들이 찾습니다. 500개 스크린을 잡고 점유율이 20%도 안되는 것보다 200개를 잡고 70~80%의 관객 점유율을 보인다면 어느 영화가 더 이익이겠습니까? 극장은 관객의 흥행 반응에 따라서 자연스럽게 연동되는 '생물' "이라고 설명했다. 질보다 양에 집착하는 영화 감독과 제작자들에게 의미있게 들릴만한 얘기다.

현재 CJ, 쇼박스, 롯데 등의 투자 배급사와 극장이 패밀리형으로 운용되는 형국으로 인해 자사 투자 배급영화에 대한 '제식구 감싸기'는 혹 있지 않느냐는 지적에 대해 "특별한 차별이 없다"는 장팀장은 "지난해 연말 쇼박스 투자인 '미녀는 괴로워'의 경우 강남 코엑스점에서 가장 크고 좋다는 M관에 한번 밖에 못들어갔어요. M관 입점을 3~4개월동안 쇼박스 영화가 없었던 적도 있어요. 그것보다는 관객에게 가장 어필하는 영화가 최고의 대우를 받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는 감동이 진한 영화를 좋아한다는 장 팀장은 "비수기에는 오히려 잘 안알려진 좋은 영화를 소개할 수 있어 보람있는 부분도 있다"고 살짝 귀띰한다.
by 100명 2007. 4. 2. 19: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