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대한극장 국정본 회장 “5%라도 더 나아진다면, 다시 해야죠”



대한극장이 조선일보와 한국생산성본부, 미국 미시건대학이 공동 주관한 2007년 1분기 국가고객만족도(NCSI·National Customer Satisfaction Index) 조사 영화관 부문에서 쟁쟁한 대형 멀티플렉스 체인들을 제치고 1위의 영예를 안았다. 그 배경에는 극장의 발전을 위해 ‘정말로’ 쉴 새 없이 머리는 머리대로, 몸은 몸대로 열심히 생각하고 뛰어다니며 일을 손에서 놓지 않는 국정본 회장이 있다.

맥스무비에서는 국정본 회장을 만나기 위해 대한극장을 찾아가, 반나절 동안 그가 일하는 현장을 쫓아다녔다. 그는 상영관에서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까지 직접 음향 측정기를 들고 음향을 체크하기도 하고, 극장 밖으로 나가서 포스터 배치는 제대로 되었는지, 인부들이 제작물을 제대로 걸고 있는지도 직접 보고 지도하며, 오렌지 라운지에 들어가서 고객들의 반응이 어떤지도 친히 살핀다. 심지어 화장실 공사는 어느 만큼 진행되고 있는지도 꼼꼼하게 체크한다. 말이 그렇지 설마 회장인데 정말 직접 돌아다닐까, 의심하는 이가 많을 것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회장님’은 발품을 파는 분이 아니라 넓은 회장실에 앉아서 주로 보고를 받는 분이니까. 하지만 직접 지켜본 결과, 국정본 회장은 확실히 남다른 인물이다. 리노베이션 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깨끗하고 시설도 좋은 여자화장실을 뜯어서 다시, 더 좋게 만들라고 직접 지시한 이도 그 자신이다. 그 이유를 물으니 그의 대답이 또 명품이다.

“더 좋게 만든다고 하지만, 좋아져봤자 얼마나 더 좋아지겠어요? 그래도 나는, 5%라도 더 나아진다면 다시 하자는 겁니다.”


2007년 1분기 국가고객만족도 조사에서 1위 하신 것을 축하 드립니다. 소감 한 말씀 해주세요.

감사합니다. 고객만족을 위해 기울인 그간의 부단한 노력이 대한극장을 찾는 고객들에게 인정받았다는 것이 가장 기쁜 일입니다. 영화관이라는 시설이 영화를 보러 와서 노는 공간이기 때문에 영화를 제대로 보여줘야 한다는 사실에 중심을 두고, 한편으로는 남는 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자 1년 365일을 쉴새 없이 고민하고 실행에 옮겨 왔습니다. 그런 노력을 누구보다도 대한극장을 찾는 고객이 알아줬다는데 대한 기쁨을 감출 수가 없습니다.

대한극장은 처음 건립 당시에도 20세기 폭스사가 설계한 우리나라 최초의 무창 건물로 유명했고, 지금도 그 명품극장으로서 유명세를 떨치고 있습니다. ‘명품극장’으로서 대한극장의 전략을 공개해주세요.

멀티플렉스로 재개관하기 이전의 대한극장도 명품극장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작품성 있는 대작 영화 위주로 상영작을 선정해서 70m/m 대형 스크린에서 상영하니까 좋은 영화는 대한극장에서 상영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명품은 제품이 뛰어나서 널리 이름이 난 물건을 말합니다. 제품의 가치가 높을수록 많은 사람들이 그 제품을 찾고 더 유명한 명품이 되는 거죠. 이렇게 볼 때 대한극장은 영화관으로서 뛰어난 품질을 가진 극장이 되는 것이 명품극장이 되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즉 상영하는 영화를 최고의 관람환경에서 볼 수 있고, 휴게시간을 편안히 즐길 수 있는 극장이 되어야 합니다. 명품은 어느 모로 봐도 완벽해야 하기 때문에, 대한극장은 겉으로 보이는 인테리어에도 완벽을 추구함은 물론이고 직원 서비스 교육, 장내 청소상태, 보이지 않는 내부 시설물 관리까지 꼼꼼히 신경을 써서 명품극장으로 완성되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관객의 기대치와 눈높이가 높아지는 건 비단 영화에 대해서만은 아닙니다. 극장 역시 단순히 시설이 좋기만 하다고 선택 받는 게 아닌데 대한극장은 관객의 마음을 잘 읽고 있는 것 같습니다. 비결이 있다면?

고객에게 가까이 다가가서 귀를 기울이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입니다. 저는 하루에도 몇 번씩 시간을 내서 극장 전 층을 직접 돌아봅니다. 그렇게 둘러보다 보면 그 안에 있는 관객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습니다. 대한극장에 대한 아쉬운 점이나 “이런 점이 좋더라”는 얘기도 들려옵니다. 이런 목소리들을 놓치지 않고 그 자리에서 즉시 핸드폰으로 관련부서에 전화해 현장서비스에 반영하는 거죠. 시설이면 시설, 서비스면 서비스 모든 면에서 관객의 반응에 주목하는 동시에 메일이나 전화로 전달되는 따끔한 충고도 적극적으로 수렴합니다.

한편으로는 관객들이 마음을 능동적으로 대한극장에 기울이도록 노력하는 것도 있습니다. 회원시사회와 같은 이벤트를 적극적으로 열어 회원들이 다른 곳으로 눈길을 돌리지 못하게 관심을 잡아두기도 합니다. ‘같은 회원시사회라도 대한극장에서 보면 역시 다르다’는 것을 느낄 수 있도록 특성 있게 진행합니다. 극장이 회원들을 직접 만나는 자리라고 생각하고 선물 추첨 이벤트 같은 특별한 시간을 만들고 있으며, 한 가족같이 영화를 감상하는 분위기를 만들려고 직원 모두가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객들이 자연스럽게 ‘대한극장은 뭔가 다르다’고 느끼게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관객과 통한다고 할 수 있겠죠.

대한극장은 2001년에 대대적인 리노베이션을 마치고 재개관한 이후에도 공격적인 투자로 리노베이션을 해왔습니다. 어떤 일들을 했는지 소개를 해주신다면?

우선 2001년 재개관 시에는 신축을 담당하는 설계사, 조명분야의 권위자들과 함께 외국의 좋은 영화관 설계를 돌아본 후 새로운 건물을 설계, 건축해서 현재 영화관의 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이후 트렌드의 변화와 젊은 층의 기호 변화에 맞추어 지속적으로 리노베이션을 진행했습니다. 요즘은 건축물이나 인테리어 분야도 5년 단위로 트렌드가 바뀌기 때문에 주기적인 리모델링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대한극장은 영화상영을 위한 건물로 동선과 공간이 모두 극장운영 위주로 설계되었습니다. 이후 전 층에 걸친 리노베이션을 차례로 진행했습니다. 3개의 상영관을 추가로 개관해 총 11개관을 운영하고 있고, 전 층의 그래픽 디자인을 교체했으며, 회원들을 위한 공간인 오렌지 라운지를 오픈 했습니다. 지하 1층, 3층, 5층의 휴게실을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새롭게 꾸미고 동선이 한눈에 들어오도록 전 층 사인물을 교체했으며, 지하 1층과 1층 로비의 매점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도록 공간배치와 인테리어를 새롭게 했습니다. 7층은 한 층 전체를 다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휴게실과 매점 상영관 통로부분까지 모두 공사를 했고, 야외 테라스에는 장미정원을 꾸몄습니다. 1층 로비는 입구를 넓게 쓰려고 방풍실 구조물을 옮기는 공사를 대대적으로 했고, 서비스 데스크와 매점도 새로 공사했습니다. 영화관 외부 광장은 가장 최근에 공을 들인 공간입니다. 광장 바닥과 극장 전면의 조명장치를 바꿔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영사시설은 디지털 프로젝터와 서버를 설치해 디지털 상영관을 완벽히 갖추었고, 4way 스피커 시스템, 돌비디지털 EX시스템에 최근 QSC 914 디지털 크로스오버(분배기)등과 같은 첨단 시설을 출시되자마자 직접 수입해서 설치하고 미세한 사운드까지 출력할 수 있도록 섬세하게 기기를 관리, 운영하고 있습니다.




특히 얼마 전 공사를 마친 1층 외부 광장의 조명이 눈에 띄는데, 이것은 회장님이 직접 독일 조명쇼를 둘러본 후 들여온 것이라고 들었습니다. 사실 전문가에게 던져놓고 알아서 해달라고 하면 편할 텐데 조명까지 직접 선택하시는 열정이 오늘의 대한극장을 만들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그저 눈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장식만을 위한 인테리어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봅니다. 적재적소에 알맞은 디자인과 소재를 사용해 포인트를 주면서도 너무 튀지 않는 세련된 인테리어가 좋다고 생각합니다. 전문가들은 각자 자신의 전문분야가 따로 있습니다. 저는 영화관에 대해서는 제가 최고 전문가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인테리어면 인테리어, 조명이면 조명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일단 들어보고 대한극장에 가장 잘 맞는 소재와 기기, 디자인이 어떤 것인지 직접 결정합니다.

각 분야의 전문가에게 맡기는 것도 좋지만 영화관 전체를 놓고 볼 때는 제가 세계 최고 수준의 전문가라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어떤 결정이든지 전문가들의 조언을 최우선으로 들은 후 결정합니다.

1층 광장의 조명은 유럽에서 열린 전문적인 조명쇼에 전시되었던 신제품들로, 전세계적으로 아직 시공된 사례가 없는 특수한 조명들입니다. 바닥에 매입된 조명은 독일산, 조형물에 부착된 조명판넬은 벨기에산, 극장 전면의 전광판은 네덜란드산으로 세계의 조명기술이 총망라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조명기기들은 아직까지도 한국에는 대한극장에만 설치되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최근 들어 대한극장에서는 <로보트 태권브이> 가족 시사회와 같은 특별이벤트를 자주 진행했고 가족관객들로부터 실제로 좋은 반응을 얻고 있습니다. 가족관객이 특별히 많은 이유는 무엇때문일까요?

대한극장은 가족 단위 관람객이 특히 자주 찾는 극장입니다. 교통이 편리해서 접근성이 뛰어나다는 점과 각 층별 휴게실이 널찍하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와서 가족끼리 시간을 갖기가 좋습니다. 가족관객을 흡수하기 위해 다양한 이벤트를 진행해서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온 가족이 함께 노는 장소로서의 영화관이 되어야죠.

성인관객은 대부분 학생시절에 대한극장에서 영화를 봤던 추억을 가지고 있어 대한극장에 가고 싶고, 학생이나 어린이들은 깨끗하고 세련된 놀이터인 대한극장에 가고 싶어할 것입니다. 이번에 재개봉했던 <로보트 태권브이>는 30년 만에 대한극장에서 다시 개봉했다는 의미가 깊어서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관객이 찾아왔습니다. 대한극장에서는 부모님의 옛추억을 되살리고 어린이들에게는 기억에 남은 추억을 만들어 주기 위해 태권브이와 함께 사진 찍기 이벤트를 열었는데, 그 반응이 정말 폭발적이었습니다. 추운 날씨에도 몇 시간씩 줄 서서 사진을 찍으려는 관객이 안타까워 대형 난로를 광장에 옮겨 설치하는 등 나름대로 신경도 많이 썼죠. 그 이벤트는 관객들에게 좋은 추억을 남겨준 것 같아 지금 생각해도 기분이 좋습니다.

이제 영화관은 젊은 관객만 찾는 장소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유럽이나 미국처럼 대기업 총수들도 주말에는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면서 휴식을 취하고 즐길 수 있는 시간을 가져서 주중에 일할 에너지를 회복해야죠.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휴식공간으로서의 영화관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극장 운영에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아무리 주변환경이 변한다 해도 극장은 영화를 보는 장소라는 점입니다. 따라서 영화를 볼 수 있는 시설과 서비스가 우선 최고로 잘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관객의 입장에서 영화를 최대한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는 영화관이 되어야 한다는 것, 그 기본이 가장 중요하고 기본에 충실한 극장이 다른 서비스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한편 극장은 문화공간이기 때문에 문화를 즐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서울지하철공사가 얼마 전 발표한 ‘충무로역 영화테마파크’가 조성되면 더 많은 유동인구가 충무로로 모일 겁니다. 이와 때를 맞추어 대한극장도 문화서비스의 일환으로 8층 옥상정원에 아마추어 아티스트를 위한 무료공연장을 꾸미고 5월부터 공연신청을 받을 예정입니다. 실력은 있지만 마땅한 무대를 찾지 못하는 예술인들을 위해 공연장을 무료로 개방해서 이들이 프로 아티스트로 발전하는 데 보탬을 주고 싶습니다. 이는 우리나라 문화계의 한 축을 담당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나온 계획입니다.

극장이 단지 티켓판매와 영화상영만을 목적으로 하는 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영화를 보여주는 영화관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하면서 한 사회의 문화를 책임지고 있다는 사회적 의무감도 잊지 않아야 더 많은 젊은 세대들과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이 찾는 공간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다른 극장과 비교했을 때, 대한극장만이 가진 장점이 있다면?

영화를 보기에 최적의 영화관이 대한극장이라는 점이 장점입니다. 영화 보러 오가는 길이 편리하고, 세련된 분위기의 극장내부, 초대형 스크린의 선명한 화면, 온몸으로 느껴지는 생생한 사운드와 같은 차별화된 영화관람 환경이 가장 기본적인 영화관의 조건임과 동시에 대한극장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합니다.

회원을 위한 최상의 서비스도 대한극장의 장점입니다. 기본적인 포인트 적립서비스 외에 2층 오렌지 라운지에서 무료로 제공하는 음료와 인터넷 검색서비스, 핸드폰 충전서비스와 로얄멤버쉽 회원을 위한 티켓팅 서비스, 연간 50회 이상 진행되는 회원시사회 등 다양한 회원서비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대한극장을 선택한 관객과 네티즌에게 한 말씀 부탁 드립니다.

대한극장을 찾아주시는 관객 여러분과 항상 관심을 가져주시는 네티즌 여러분들 덕분에 올해 국가고객만족도 조사 영화관 부문 1위에 선정되었다고 생각합니다. 유동인구가 많지 않은 지역조건에도 불구하고 대한극장을 일부러 찾아주는 대한극장 마니아, 대한극장 서포터들에게는 더더욱 감사의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앞으로 이런 고객님들에게 힘을 받아 한층 더 앞선 영화관으로 업그레이드되는 모습을 보여드릴 것을 약속 드립니다.

정말 감사 드리는 마음으로 대한극장의 모든 고객 여러분에게 한발 먼저 다가가는 서비스를 드리는 대한극장에 되겠습니다. 많은 사랑에 다시 한번 깊이 감사 드립니다.

<끝>


>> 국정본 회장은

1941년 서울 출생. 퍼시픽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세기상사 로스앤젤레스 지사장 등을 거쳐 현재 대한극장 및 세기상사 대표이사장을 맡고 있다.

by 100명 2007. 3. 30. 07: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