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협상 손익계산서 따져보니
막판 뒤집기 없으면 중단이 낫다

=>관세 즉시철폐 한국 79% 대 미국 67% … 불균형 더 확대될듯

노무현 대통령의 공언대로 한·미자유무역협정(FTA)이 국익에 도움이 안된다면 우리측에서 먼저 협상중단을 선언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김종훈 한미 FTA 한국측 수석대표는 26일 서울에서 열린 고위급 협상 첫날 회의를 마친 후 “국익 극대화를 최우선 목표에 두고 협상에 임하고 있다”며 “당초 기대에 못 미치거나 쌀 양허와 같이 수용할 수 없는 것을 요구하면 협상이 결렬되는 상황이 오더라도 단호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3월 협상시한에 얽매여 무리하게 타결하는 일도 없을 것임을 다시 한 번 이야기한다”고 덧붙였다.

◆ 김종훈 수석도 부담 느낀 불균형 협상 = 한미 FTA저지범국민운동본부(범국본)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해영(한신대) 교수는 “김종훈 수석대표의 이야기는 지금까지 협상이 불균형이었다는 것을 말해준다”고 지적했다.
지난 12일 서울에서 열린 8차 실무협상이 끝난 후 외교통상부는 분야별 주요 협상 결과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상품무역에서 한미 양국은 사실상 협상을 마무리했는데 FTA 타결과 함께 한국이 즉시 철폐할 관세는 품목수 기준 85.2% 수입액 기준 79.1%다. 반면 미국은 85.4%의 품목과 66.5%의 수입액에 해당하는 상품 관세를 즉시 철폐하기로 했다. 자유무역협정의 기본인 ‘관세 철폐’에서 79대 66의 불균형이 존재하는 것이다.
아직 타결되지 않은 자동차와 임·수산물 등은 미국이 한국시장 개방을 강하게 요구하는 쟁점이어서 불균형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크다. 농산물 분야는 쌀을 지렛대로 한국 시장을 열겠다는 미국 요구가 거세다.
이해영 교수는 “관세철폐는 FTA의 기본인데 여기서부터 손해를 보고 있다”며 “우리 관세가 높기 때문에 동시에 관세를 다 없애도 우리가 손해인데 숫자의 균형조차 맞추지 못한 상태”라고 말했다.
범국본은 “우리는 쇠고기 수입재개, 스크린쿼터 축소, 자동차 배기가스 기준 완화, 의약품 가격 재조정 금지 등 ‘4대 선결조건’을 미국에 주고 협상을 시작했다”며 “정부가 말하는 ‘전체 차원의 균형’을 이루기 위해선 실무 협상에서 우리가 더 많이 얻어야 되는데 협상은 거꾸로 진행돼 실익을 따지기 민망할 정도”라고 주장했다.

◆ 한국 전략적 위상 활용한 협상 부족 = 한국이 미국 시장을 열겠다고 공언한 섬유 분야 협상도 지지부진하다.
양국이 처음 제출한 시장개방 양허안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상품의 72.0%(수입액 기준)를 관세 즉시철폐 항목으로 제시한데 비해 미국은 3.4%에 그쳤다. 한국은 협상 초기 미국에 섬유 분야 1598개 전 품목에 대해 ‘관세 즉시 철폐’와 ‘원사 기준 원산지 규정’(얀포워드) 완화를 요구했지만 이미 거둬들인 상태다. 지난 워싱턴 고위급 협상에서 미국이 제시한 수정 양허안에서도 즉시철폐 비중은 50%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미국은 한국의 우회수출을 방지하겠다며 한국 업계의 경영정보 제출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은 미국이 요구한 자동차 세제 개편을 위해 국내법을 수정하지만 미국은 한국이 요구한 무역구제 완화를 국내법 개정 사안이라는 이유로 협상 대상에서 제외했다.
미국은 한국과 3월내 협상타결을 원하고 있다. 미국과 말레이시아의 FTA협상은 3월내 타결이 불가능한 상태다. 말레이시아가 주도권을 쥐고 국익을 고수하기 때문이다. 브라질을 필두로 남미공동시장도 미국과 개별협상을 거부하고 있다.
캐런 바티아 미 무역대표부 부대표는 지난 20일(현지 시각) 미 하원 세입세출위원회 무역소위원회가 개최한 한미FTA청문회에서 “미국이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 양자 상품 교역만 780억 달러에 이른다”며 “이는 2000년 이래 미국이 FTA를 체결한 10개국의 전체 무역량 1100억 달러의 70%에 해당하는 규모”라고 말했다. 바티아 부대표는 “한국과 FTA를 체결하면 미국 경제는 170억 달러에서 430억 달러의 잠재적 소득 증대가 예상된다”며 “동아시아에서 미국의 위상 유지 강화에도 결정적인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의회의 지지를 요청했다.
현 상황에서 애가 타는 것은 미국이다. 그런데도 우리 정부는 안방을 활짝 열어줄 태세다.
by 100명 2007. 3. 27. 21: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