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한국영화, 점유율 27.6%로 급감! 스크린쿼터 현행유보로 돌파구 막막 [뉴스엔]
[뉴스엔 조은별 기자]

지난해 1,000만 관객 시대를 넘긴 한국 영화가 위기론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26일 민주노동당 정책논평에 따르면 한국영화는 지난 해 108편의 영화가 만들어졌지만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13편 정도에 그친다. 한국 영화 점유율 역시 3월 25일 현재 27.6%로 1998년 이후 최악의 수치로 집계됐다. 전년도 71.8% 점유율을 보였던 것과 비교하면 완전히 뒤바뀐 수치다.

민주노동당이 한국 영화 위기 원인을 스크린 쿼터 축소와 스크린 독과점의 문제로 든 가운데 26일 오후 영화인들과 일부 국회의원들은 스크린 쿼터가 한미 FTA의 빅딜카드가 되고 있다며 정부방침에 항의하는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기자회견장에서 열린 ‘스크린쿼터와 한미 FTA 협상 빅딜기도 중단촉구 기자회견’에는 영화 배우 안성기를 비롯, 영화감독 정지영 정윤철 김대승 김경형 이현승, 영화제작가협회 차승재 이사장, 영화인회의 이춘연 이사장, '괴물'의 제작자인 최용배 청어람 대표, 영화산업노조 최진욱 위원장 등 스크린 쿼터 사수 영화인 대책위 소속 영화인들과 국회 문광위 소속 김원웅 정병국 천영세 의원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노무현 정부가 스크린 쿼터를 한미 FTA 빅딜 협상 카드로 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3일자 한겨레 신문의 ‘스크린 쿼터 또 희생카드로 삼나’ 라는 기사를 인용, FTA 협상단 관계자가 스크린 쿼터를 ‘홧 이프(What if)’ 대상에 포함시켜 미래유보에서 현행 유보로 양보한다고 주장했다.

‘홧 이프(What if)’란, 한쪽에서 요구안을 철회하면 상대방에게 어떤 대가를 줄 것인지 물어보는 협상방식을 뜻한다. ‘현행 유보’는 현재 조치를 유지하는 것은 가능하지만 추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고치는 것은 불가능함을 의미하고 ‘미래유보’ 는 미래에 일어날 조치는 향후 취한다는 뜻이다.

즉 지난해 1월 갑작스레 146일에서 73일로 축소 시행되고 있는 스크린 쿼터제를 ‘홧 이프(What if)’ 대상에 포함시켜 ‘현행유보’ 할 경우 스크린 쿼터 일수는 73일에서 더 줄어들기만 할 뿐 늘어나지는 못한다. ‘미래유보’로 명시될 경우 스크린 쿼터 일수가 증가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홧 이프(What if)’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 자체가 스크린 쿼터 제도를 협상 카드로 내민다는 의미이므로 영화인들의 분노는 클 수 밖에 없다.

이들은 지난해 7월 31일 국회 한미FTA 특위위원인 심상정 의원이 공개한 ‘제5차 대외경제위원회 안건자료’ 를 인용, “스크린쿼터 등 통상현안에 대해 적극적인 해결을 모색함으로써 한미FTA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우리 정부의 의지를 표명하고 협상출범에 필요한 미측의 지지를 확보” 한다는 내용을 예로 들며 그간 한미 FTA와 스크린 쿼터의 상관관계를 부정한 정부 측 입장을 비판했다. 또한 스크린 쿼터가 한미 FTA 막판 협상 카드로 이용되고 있다며 정부의 갈팡질팡 행보에 목소리를 높였다.

또 스크린 쿼터 제도는 현 WTO의 GATT 제4조와 OECD 규약에서도 ‘문화적 예외’로 인정되고 있으며 스크린 쿼터 축소는 유네스코 ‘문화다양성협약’에도 위배된다고 지적했다.

단순히 스크린 쿼터 축소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영화인들과 국회위원들이 이처럼 발 벗고 나선 한국영화는 현재 시장 점유율 27.6%를 기록하며 위기의 늪에서 고전하고 있다. 주말 박스 오피스 1~3위는 외화가 점령했으며 공교롭게도 모두 미국 영화다.
by 100명 2007. 3. 26. 22:5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