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 '일드'… 안방극장엔 '外流'가…
전문적 소재로 국내 드라마와 차별화
인터넷 불법 유통…수입가 올리기도
◇‘위기의 주부들’
아시아에는 한류열풍이 분다지만, 국내 안방극장에선 ‘미드’(미국드라마)·‘일드’(일본드라마) 열풍이 뜨겁다. 한류의 본거지가 외류(外流)로 뒤덮이고 있는 셈이다. 이유가 뭘까.

대중문화평론가 정덕현씨는 23일 “마니아적 소재로 제작된 미·일 드라마가 인터넷 환경에 편승, 국내 유입돼 지금과 같은 호황기를 맞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1970·80년대 ‘소머즈’나 ‘원더우먼’, ‘맥가이버’ 등으로 대표되던 미드가 한동안 침체 국면에 빠져들다 인터넷 망으로 ‘요점 소개’돼 안방극장의 주 메뉴로 되살아났다는 분석이다.

특히 ‘CSI’ ‘프리즌 브레이크’ 등의 최근 미드들은 전문적 소재를 다루는 데다 할리우드 기술로 드라마 품질을 높여 멜로물 일색인 국내 드라마와 차별화를 이뤄냈다.

일드 인기의 비결 역시 소재에서 찾을 수 있다. 일본에서는 만화와 대중소설이 드라마 원작으로 인기여서 국내 방송가에서 쉽게 다룰 수 없는 이색소재들이 많은 것. 최근 국내에서 제작·방송됐던 ‘하얀거탑’과 ‘연애시대’도 일본 드라마 리메이크작이어서 일드의 영향력을 여실히 보여준다.

◇‘CSI:라스베이거스’

◇‘그레이 아나토미’

미드·일드 열풍은 국내 안방극장에 신선한 자극을 주기도 하지만, 문제점도 적지 않다. 국내 유입경로부터 그렇다. 미드·일드가 첫 소개되는 통로가 지상파 방송이나 케이블 채널보다는 파일공유 인터넷사이트, 인터넷 동영상사이트인 경우가 많은 것. 대체로 불법 유통 케이스다.

문화관광부 저작권팀 신은향 사무관은 “미·일 드라마의 경우 인터넷 불법 유통으로 국내 인기를 모아 드라마 수입 단가를 올리는 상황”이라며 “아직까지 제작자 측에서 본격 대응에 나서지는 않고 있지만 향후 일본이나 미국의 제작자는 물론 국내 드라마 수입업체도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현행 저작권법에는 권리자로부터 허락을 받지 않고 불법으로 저작물을 유통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과 5000만원 이하의 처벌을 받도록 규정하고 있다.

정재영 기자 sisleyj@segye.com

'미드' '일드' 역대스타 계보

‘미드’ ‘일드’ 열풍은 드라마 출연배우의 인기를 동반한다. 한국식 애칭까지 갖는 스타가 ‘프리즌 브레이크’의 석호필 한 명에 그치는 게 아니다.

‘CSI 마이애미수사대’(2002)를 이끄는 호라시오 케인도 한국식 애칭을 갖고 있다. 바로 ‘허리손’. ‘CSI’의 오리지널 ‘CSI:라스베이거스’(2000년)의 길 그리섬 반장 윌리엄 피터슨은 ‘길반장’이라 불린다.

‘미드’ 스타의 원조는 1990년대 ‘X 파일’(1993)의 멀더와 스컬리 요원으로 나온 데이비드 듀코브니와 질리언 앤더슨이다. 이후 ‘ER’(1994)를 통해 전성기에 오른 배우 조지 클루니, ‘프렌즈’(1994)의 제니퍼 애니스톤과 매트 르블랑, ‘섹스 앤드 더 시티’(1998)의 사라 제시카 파커, ‘앨리 맥빌’(1998)의 칼리스타 플록하트 등이 90년대를 풍미했다.

2000년대 들어서 ‘위기의 주부들’(2004)의 테리 헤처, ‘24’(2001)의 키퍼 서덜랜드가 미드 열풍을 이어갔다. ‘그레이 아나토미’의 산드라 오, ‘로스트’(2004)의 김윤진은 ‘미드’의 한국스타.

2004년 이후 케이블 TV를 통해 ‘일드’가 방영되면서 일본 배우도 두터운 고정팬을 확보하고 있다. ‘프라이드’ ‘굿럭’ ‘히어로’ 등의 기무라 다쿠야는 일드 최고 인기스타. ‘사토라레’ ‘퍼스트 타임’의 오다기리 조, ‘노다메 칸타빌레’의 우에노 주리는 뛰어난 외모로 최근 한창 뜨고 있는 스타다.

by 100명 2007. 3. 24. 22: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