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를 비즈니스 하라
2007-03-23 일 22 면기사
‘하던 짓도 멍석 깔아 놓으면 안 한다’는 우리 속담이 있다. 평소에는 시키지 않아도 곧잘 하던 일을 정작 남이 하라고 부추기거나 분위기를 띄우면 안한다는 뜻이다. 어디 그뿐인가. 정색을 넘어 볼멘 소리까지 하기 일쑤다. 그게 인간의 속성인가 보다.
그런데 대전시가 멍석을 깔아 성공한 사업이 있다. 대전 문화예술의 전당과 대전 시립미술관과 한밭수목원 건립이다. 멍석을 깔아 놓으니 속담과 반대되는 현상이 나타났다. 클래식 공연마다 관람객이 넘쳐나고 있다. 만원사례가 다반사고 대전공연은 곧 흥행 성공이라는 신조어가 나돌 정도다.

‘예향 대전’ 밑그림 선명

시립미술관 관람객도 크게 늘고 있다. 매년 10% 이상 관람객이 증가하고 있다. 공연 문화와 미술 문화를 즐기는 마니아층이 점점 두터워지면서 ‘예향 대전’, ‘문화도시 대전’의 밑그림이 선명해지고 있다.
‘예향 대전’의 징조는 이뿐만이 아니다. 대전에서는 매일 한 건 이상의 공연이 열린다. 시민들이 원하면 언제든지 수준 높은 공연을 보고 즐길 수 있다.
관객도 대전시민만이 아니고 서울·경기는 물론 울산, 대구, 광주 등 외지에서까지 몰려든다. 중부권 최고의 ‘문화도시’란 수식어가 익숙할 정도다.
시립미술관에서는 언제나 국내 유명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오는 5월 이응노 미술관이 개관하면 충청이 배출한 세계적인 화가의 작품 감상도 가능할 뿐만 아니라 ‘예향 대전’의 위상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도 될 것이다.
대전시가 멍석을 깔아 이 만큼 성공한 사업도 극히 드문 일일 것이다. 엄청난 예산과 지원을 쏟아 붓고 공을 들이는 대덕특구와 공장 유치를 포함한 경제정책이 지역경제에 얼마만큼 기여했고 시민들의 입장에서 얼마나 만족감을 주었는지 반성해볼 일이다. 시민 만족도에 우선 순위를 매긴다면 대전시 경제정책보다는 문화정책일 것이다.
21세기는 문화의 시대다. 한 국가가 지닌 문화의 힘은 그 나라의 국력과 직결된다. 문화강국이 선진국이고 세계의 패권을 잡고 있다.
이는 역사적으로도 증명이 된다. 이집트에서 시작된 고대 문명은 그리스, 중세 로마를 거쳐 산업혁명의 발상지인 영국에서 꽃을 피웠다. 지금은 미국이 세계문화의 중심지다. 국가가 지닌 문화의 힘은 국력이듯이, 자치단체의 문화의 힘은 지역 경쟁력이다.
대전은 지금 문화예술이 강한 도시로 환골탈태를 하고 있다. 이제 문화예술을 비즈니스할 때가 됐다는 뜻이다. 경제정책의 중심에 문화를 넣어도 손해는 안볼 정도로 여건과 환경이 성숙돼 가고 있다. 대전 발전의 길이 과학도시, 대덕특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공장 유치만이 지역경제를 발전시키고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최선책이 되는 시대는 아니라는 뜻이다.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 문화예술을 비즈니스 해도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는 확신을 가질 필요가 있다. 경제의 중심이 문화, 예술, 관광, 레저 서비스 분야로 빠르게 전환돼 가고 있기 때문이다.

문화예술 소비자 풍부

이런 면에서 대전은 경쟁력이 있다. 수도권 다음으로 문화예술 소비처로 부상하고 있고, 대덕연구단지 종사자와 정부 대전청사 공무원 가족들이 두터운 고객층을 형성하고 있다. 행정중심복합도시 세종시가 건설돼 정부부처가 옮겨오면 문화예술 고객은 엄청나게 늘어날 것은 뻔한 결과다.
또 천안과 아산, 당진 등 대규모 공단이 조성되면서 유입된 인구를 대전의 문화예술 고객으로 끌어 들인다면 문화가 강한 도시 대전 만들기는 해볼 만한 사업이다.
문제는 대전시가 문화예술을 비즈니스할 의지가 있느냐다. 지금처럼 경제의 축을 대덕특구와 공장유치에만 매달린다면 문화 비즈니스는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다.
문화예술 시장이 커져가는 만큼 부족한 인프라를 구축하고, 관련 인력 양성과 고객 확보를 위한 마케팅을 강화해 나가는 방법론 찾기와 준비작업이 뒤따라야 한다. 준비가 없으면 기회가 와도 그것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by 100명 2007. 3. 23. 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