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FTA협상대상에 왜 쌀 거론하나
[경향신문 2007-03-22 21:42]

한·미 자유무역협정(FTA협상)이 막바지에 이른 가운데 미국측이 22일 다음주에 열릴 통상장관급 협상에서 쌀을 협상대상으로 삼겠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한 것은 쌀을 지렛대로 다른 분야에서 양보를 얻어내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미국은 한·미 FTA 농업분야 고위급 협상 마지막날인 22일 쇠고기와 오렌지 등 장관급 회담으로 넘길 품목들을 점검하는 과정에서 돌연 “쌀도 포함시키겠다”고 밝혔다.

미국측은 웬디 커틀러 수석대표가 “지난달 쌀시장 접근은 미국의 높은 우선 순위에 있다”고 밝힌 바 있지만 그동안 여덟 차례에 걸친 FTA협상과 두차례의 고위급 협상에서 쌀 문제를 공식적으로 언급한 적이 없었다.

더구나 우리측은 농림부 장관까지 나서서 “미국이 쌀을 강하게 요구하면 한·미 FTA의 앞날을 장담할 수 없다”며 배수진을 친 상태였다.

이에 따라 미국이 FTA 협상 막판에 무리하게 쌀 문제를 거론할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왔다.

미국측이 쌀을 다음주 열릴 통상장관급 협상의제로 삼겠다고 밝힘에 따라 쌀문제가 협상의 걸림돌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그러나 미국이 강력하게 쌀 시장 개방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고 ‘협상용 카드’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서진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원은 “미국이 쌀을 통해 얻는 경제적 이득은 그다지 크지 않다”면서 “미국이 가장 심혈을 기울이는 농업분야인 쇠고기와 오렌지 협상에서 우리측의 양보를 얻어내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또 “쌀을 건드림으로써 우리측의 섬유 관세 즉시철폐요구 등에 대한 방어용 무기로도 활용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측이 의회와 이익단체의 요구를 외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쌀을 거론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농림부 민동석 차관보는 ‘미국의 쌀 언급이 협상에 심각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차관보는 “의도가 무엇인지는 미국측에 물어봐야 할 것 같다”면서도 “업계의 요구를 반영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오관철기자 okc@kyunghyang.com〉

by 100명 2007. 3. 22. 23: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