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장 안 푸는 미국’ 최악FTA 되나
[한겨레 2007-03-20 19:09]

[한겨레] ‘미국은 지금까지 맺은 자유무역협정 가운데 최소 양보, 한국은 역대 어느 협정보다 많은 양보.’

지금까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의 결과다. 이대로 협상이 타결될 경우 ‘불균형 협정’이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게 되어 있다. 고위급 협상 첫날인 19일(미국시각) 이름을 밝히길 꺼린 협상단의 핵심 관계자는 “전문직 비자쿼터를 일단 협상 의제에서 빼는 대신 협정 체결 뒤 출범할 ‘전문직 상호인증 협의회’를 통해 미 의회와 직접 협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미국으로부터 전문직 비자쿼터를 받는 게 확실하지 않게 된 것이다. 미국은 다른 나라와는 에프티에이 협정문에서 전문직 비자쿼터를 줘온 사례가 많다. 캐나다에는 쿼터 제한을 완전히 풀어줬고, 멕시코는 5500명, 칠레에 1400명, 싱가포르 5400명 등을 각각 배정했다. 에프티에이를 통해 별도의 전문직 비자쿼터를 따내지 못하면, 협상에서 의사나 건축사 같은 전문직 자격을 서로 인정해주더라도 국내 전문직의 미국 진출은 불가능하다. 정부는 협상 초반부터 전문직의 미국 진출을 기대효과로 홍보해왔다.

미국은 또 지금까지 맺은 15개 국가와의 모든 에프티에이에서 승용차의 관세를 협정 발효 즉시 철폐해왔다. 반면 한국에 대해서는 10년 이상이 지난 뒤 단계 철폐를 고집하고 있다. 한국은 ‘3~5년 안 단계철폐’도 괜찮다고 후퇴했지만 미국은 요지부동이다.

개성공단 제품의 한국산 원산지 인정 요구에 대해서도 미국 쪽은 “에프티에이로 다룰 문제가 아니다”며 아예 귀를 막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이스라엘이나 싱가포르와 맺은 에프티에이에서는 ‘역외가공 특례’를 인정했다. 섬유 협상에서는 미국이 아예 자유무역 정신과 정면으로 맞서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최석영 주미 경제공사는 “미국은 역대 어느 협정보다 한국한테 섬유에 대해 보수적인 자세”라고 말했다. 실제로 미국은 2005년 말 발효된 중미자유무역협정(카프타)에서는 특정 섬유제품의 무관세와 관세특혜할당(TPL) 등을 수용한 바 있다. 하지만 한국과의 협상에서는 “미 의회가 한국처럼 섬유산업 경쟁력이 높은 나라와는 에프티에이를 처음 맺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러워하고 있다”며 우리 쪽 요구를 대부분 거부하고 있다.

미국에 견줘 농업 보호에 관심이 많은 한국 협상단은 그동안 맺은 나라 가운데 가장 농업 경쟁력이 센 미국을 상대로 처음부터 가장 많은 품목의 개방안을 이미 제시했다. 자동차의 배기량 기준 세제개편 등 조세제도마저 바꿔주는 것 역시 미국이 처음이다. 사실상 수용한 특허권과 저작권의 기간 연장이나 전자상거래의 무관세화도 처음이다.

by 100명 2007. 3. 21. 07: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