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 대한민국의 극장들은 안녕하십니까?

2008, 대한민국의 극장들은 안녕하십니까?
멀티플렉스 10년, 개별 극장들이 사라진다


국내에 체인형 멀티플렉스(복합 상영관)가 생긴지 올해로 10년째를 맞는다. 10년이 지난 현재, 대한민국의 극장은 체인형 멀티플렉스 전성시대를 맞고 있다. 체인형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하는 행위는 영화를 ‘소비’하는 행위로 바뀌었고, 영화 시장의 배급, 제작 시스템도 체인형 멀티플렉스가 주도하게 됐다. 이에 따라 1천만 관객 시대가 도래했지만 2000년대 초까지 전성기를 누리던 개별 극장(스크린 5-6개)들은 지금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

맥스무비는 개별 극장들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면서 대한민국 극장의 미래를 함께 고민해 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상업화에 따른 극장의 변화는 불가피하다. 그렇지만 체인형 멀티플렉스와 개별 극장이 공존한다면 더욱 다양한 극장문화가 형성될 것이다.

● 개별 극장들이 사라진다

체인형 멀티플렉스의 등장으로 개별 극장들은 위기를 맞았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맥스무비 극장팀 조사에 따르면 2006년부터 2008년 7월 현재까지 폐관한 극장 수는 29곳. 여기에는 한국 영화사에 한 장을 차지하고 있는 유서 깊은 극장들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지난 해에는 서울 시네코아(20년), 명보극장(50년), 부산 삼일극장(62년) 등이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현재 서울에 남아있는 개별 극장은 서대문 드림시네마가 유일하다.

올해만 해도 지난 4월 롯데월드시네마와 씨네올, 키노극장, CQN 명동, 동백시네마 등이 잇단 폐관했다.

단관극장을 운영하고 있는 관계자는 “단관극장들의 어려움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중소극장은 대기업이 운영하는 멀티플렉스에 비해 시설이나 브랜드 면에서 밀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영화 투자와 배급을 함께 하는 대기업 멀티플렉스에 비해 배급도 문제를 겪는다”면서 “체인형 멀티플렉스와의 경쟁에 밀려 영화배급권을 따지 못해 흥행작들을 상영하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단관극장들이 멀티플렉스와 경쟁하기는 여러 모로 어려운 상황이다. 특히 체인형 멀티플렉스의 장점인 의자, 스크린, 음향, 서비스 차별화 등을 관객의 편의성을 고려하는데 반해 단관극장들은 건물 개보수는 커녕 임대료를 내기도 힘든 형편까지 몰리게 됐다.

● 단관극장들이 멀티플렉스 체인으로 전환한다

이런 난국을 벗어나려는 단관극장들은 자구책의 하나로 체인형 멀티플렉스로 전환방식을 택했다. 단관극장들은 직영체제로 극장을 늘려 온 체인형 멀티플렉스 업체(메가박스 메가라인, CGV, 롯데시네마, 씨너스, 프리머스)들의 합작, 위탁 경영 등의 운영방식을 받아들였다.

맥스무비 극장팀 자료조사에 따르면 2006년 12개, 2007년 12개, 2008년 7월 현재 4개 3년간 총28개 단관극장이 체인형 멀티플렉스로 전환 또는 위탁 경영방식을 택했다.

그렇다면 단관극장들이 체인형 멀티플렉스로 이름을 바꾼 후 상황이 달려졌을까? 단관극장에서 멀티플렉스로 전환 후 관객이 증가한 극장 중 하나인 종로3가의 피카디리 극장은 프리머스시네마와 프로그램 위탁 제휴를 맺고 '프리머스 피카디리'란 이름을 새로 내걸었다.

체인형 멀티플렉스로 전환한 극장 관계자는 “프리머스로 전환하면서 관객층이 증가했다. 결국 브랜드로 관객들이 극장을 선택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밖에 서울 강동구 천호동의 씨네 11극장은 롯데시네마 강동으로, 성남 한신코아극장은 롯데시네마 성남 시흥으로 전환 후 관객층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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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관극장이 단관극장으로 살아남는다

한편, 개별 극장을 그대로 지키는 극장들도 있다. 바로 예술영화, 독립영화, 재개봉 영화 등 프로그램을 차별화하여 특정 관객을 끌어들이는 극장들이다.

서울의 스폰지하우스(중앙시네마, 압구정, 광화문점)와 씨네큐브 광화문은 1~2개 스크린에서 멀티플렉스와 차별화된 상영작과 영화제, 기획전, 특별전 등의 상영전으로 관객들을 모으고 있다. 스폰지하우스 중앙은 오는 31일부터 8월 3일까지 <거북이는 의외로 빨리 헤엄친다> <인더 풀>의 ‘미키 사토시 감독 특별전’을 열며, 씨네큐브 광화문은 8월1일부터 7일까지 독특한 컬트 영화들을 모은 ‘오! 컬트, 호러 코스터’를 진행한다.

재개봉관으로 탈바꿈해 중년관객들을 끌어들이는 단관극장들도 생겨났다. 재개발로 폐관을 앞둔 서대문의 드림시네마는 지난해 11월 <더티댄싱>을 20년 만에 재개봉해 1만명 이상의 관객을 끌어모았고, 1977년작 <고교얄개>를 상영한데 이어 오는 8월 8일에는 <영웅본색>을 재개봉 한다.

명보극장과 허리우드 극장은 뮤지컬 전용관으로 탈바꿈했다. 1957년 개관한 명보극장은 개관 50년 만에 문을 닫고, 지금은 뮤지컬 공연장으로 탈바꿈하기 위한 리모델링 공사 중이다. 서울 인사동 낙원상가의 허리우드 극장도 극장을 개보수해 아래층은 영화관으로, 위층은 공연 전용관으로 운영한다.

부산의 단관극장 국도극장은 부산 소극장 가람아트홀과 함께 지난 5월 22일 국도앤가람예술관으로 개관, 평소에는 상영관이다가 기획 또는 대관공연이 잡히면 공연장으로 탈바꿈 한다.

● 단관극장을 살리는 방법

2008년 대한민국의 단관극장들은 시류에 맞춰 체인형 멀티플렉스로 변하거나 차별화된 전략으로 개별 극장의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체인형 멀티플렉스의 시대에 단관 극장들의 생존문제는 극장이 사느냐, 죽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관객을 위해서도, 영화산업의 성장을 위해서도 다양한 극장문화는 존재해야 한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지난 2003년 다양성 영화들을 상영하는 전용 극장들을 지원하는 ‘아트플러스 시네마네트워크(이하 아트플러스)’를 만들어 전국 23개 극장, 29개 상영관의 관객 입장 수익을 지원하고 있다.

또, 올 1월에는 맥스무비와 함께 전국적으로 30여개에 달하는 미전산화 영세 상영관에 대하여 전산발권시스템 구축 사업을 시행했다.

단관극장이 살아 남는 방법은 극장 스스로의 의지와 정책적 지원이 요구된다. 또한 영화를 직접 선택하는 관객들의 관심이 무엇보다 절실하다. 예술영화관 관계자는 “다양한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들이 더 많아진다면 그 힘이 단관 극장들을 살리는데 큰 힘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by 100명 2008. 7. 26. 21: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