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
CJ엔터테인먼트의 고민?
작품은 잘 빠졌지만… 정치적 논란은 조심
「그때그사람들」논란 당시 배급포기 전례
「화려한휴가」의 운명은 제2의 「그때그사람들」이 될 것인가?
국내 최대 영화사인 CJ엔터테인먼트(이하 씨제이)는 80년 5.18 광주항쟁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안성기, 김상경, 이준기, 이요원 출연)를 올 7월경 개봉할 예정이다.
「화려한 휴가」는 계엄군의 폭력이 가해진 1980년 5월 18일부터 시민군이 도청에서 최후를 맞는 5월 27일까지 10일 동안 고립되어 있던 광주를 묘사한 시대극으로,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촬영을 마치고 현재 CG 등 후반작업이 진행중이며, 순제작비만 1백억원 이상이다.
이전에도 「꽃잎」, 「박하사탕」 등 광주항쟁을 배경으로 한 영화는 있었지만 사건 자체를 정면으로 다룬 영화는 「화려한 휴가」가 최초라는 것이 씨제이 측의 설명. 영화계 주변에 따르면 사전 시사회에서 반응도 상당히 괜찮은 편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작 제작배급사인 씨제이 측은 이 영화가 미리부터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을 부담스러워하는 눈치.
지난 2005년 평단의 호평과 함께 개봉했으나 정치적 논란과 송사에 휘말리면서 결과적으로 제작사 MK픽쳐스를 위축시켰던 「그때그사람들」의 악몽을 재현할 가능성을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씨제이는 「그때그사람들」이 법정공방에 휘말리는 등 정치적 논란에 휩싸이자 극장망인 CJ CGV에서 영화 배급 포기를 선언하는 등 정치적 논란을 두려워하는 재벌계 영화사의 한계를 드러낸 바 있다.
재미있는 사실은 「그때그사람들」에서 박정희 역할을 맡았던 송재호씨가 「화려한휴가」에도 출연한다는 점.
이와 관련 얼마 전에는 한 사설 정보지에 씨제이 측이 대통령선거 때문에「화려한 휴가」의 개봉시기를 두고 고민에 빠졌다는 루머(?)가 실려 씨제이 측의 입장을 더욱 곤혹스럽게 하고 있다.
씨제이 측이 대통령 선거가 있는 올해 특정후보에게 이 영화가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을지 고심하고 있으며 그 후보가 당선되면 피해보는 것은 아닌지 염려하고 있다는 것이 루머의 골자.
아직 끝나지 않은 5공화국 평가
이에 대해 씨제이 측 관계자는 정보지 내용과 관련한 언론의 문의를 많이 받았지만 개봉시기와 관련해 정치적 논란 가능성은 전혀 생각해보지 않았다며, 역사적 사건으로 평가가 끝나있는 사안에 대한 영화이기 때문에 파장은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피해자와 가해자가 분명하게 갈리는 역사적 사건에 대해 사회적 비난을 무릅쓰고 덤벼드는 정치세력이 설마 있겠나 하는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거기다가 지난해 기대했던 대작 「중천」의 대참패 등 전반적인 성적이 좋지 않았던 씨제이로서는 올해 개봉 영화들의 성적에 사활을 걸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정치적 논란보다 흥행 여부가 관심의 대상이라는 설명이 덧붙었다.
하지만 우리 사회 일각에서는 여전히 광주항쟁에 북한 군부가 개입되었다는 5공발 음모론(?)을 믿고 있는 사람들이 남아 있고, 일해공원 논란 등 5공 정권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완료된 것도 아니어서 씨제이 측 기대로 상황이 돌아갈 지는 미지수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지난 2월 6일 "정치권이 5 18 광주민주항쟁을 다룬 영화 '화려한 휴가'의 개봉시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며, "민감한 소재인 데다 특히 올해 대통령 선거와 맞물리면서 정치적 파장이 예상돼서" 그렇다고 보도했다.
<경향신문>은 이 영화가 언제 개봉될 예정인지를 묻는 정치권의 문의가 투자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에 잇따르고 있다며, 영화가 개봉될 경우 특정 정당이나 특정 후보에 타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경향신문>은 당초 '화려한 휴가'가 5 18에 맞춰 5월 개봉예정을 목표로 했지만 최근에는 7월 개봉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에 대해 씨제이 관계자는 "개봉시기 결정은 경쟁작, 회사의 라인업 상황 등 여러 변수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지만 그 변수 중에 대선은 포함되어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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