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근 디지털산업부 기자1968년 씨애틀의 한 할인매장. 한국에서 유학을 온 한 고학생이 `메이드인 코리아'가 붙어있는 싸구려 와이셔츠를 발견하고 가슴에 뜨거운 것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당시 레코드판 한 장 가격이 5달러였지만, 아시아의 조그마한 나라에서 건너온 와이셔츠 가격은 단돈 50센트에 불과했다. 이 고학생은 빵 한조각 살 돈도 아쉬웠지만 50센트짜리 와이셔츠를 구입하고 상점을 나와 뜨거운 눈물을 흘렸다.
그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타지에서 우연히 발견한 한국 제품 때문이 아니라, 이 제품을 만들기 위해 평화시장 한 공장에서 밤잠을 설치며 일을 했던 여공들의 얼굴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30년이 지난 지금. 백발 노인이 된 이 고학생은 미국 최대 상점에서 `메이드인코리아'가 붙은 300달러짜리 디지털카메라를 구입하고 높아진 우리나라 위상에 감동을 했다고 한다.
블로깅을 하다 우연히 발견한 이 포스트는 IT분야에서 높아진 국내 업체들 입지를 되돌아보게 한 글이다. 불과 10년 전 만해도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을 국내 IT업체들이 해내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업체가 만든 휴대전화 중 가장 비싸게 팔리는 제품이 1000달러라고 하니, 국내 업체들 기술력과 디자인은 세계적인 수준에 이르렀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국내 IT업체가 선전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하루 24시간을 쪼개서 제품과 기술 개발에 몰두한 기술인력과 척박한 해외시장에 몸으로 부대끼며 제품을 판매하는 영업맨들의 땀과 고뇌가 있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이번 세빗 전시회에서도 150여 개에 달하는 우리나라 업체들이 참가해 유럽 및 세계 바이어들을 대상으로 수출계약을 따내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한 참가업체 관계자는 "해외에서는 한국제품을 선호하는데, 내수 부문은 가격에만 민감해 국내 업체들 입지가 줄어드는 추세다. 품질과 사후서비스 부문도 함께 종합적으로 판단해줬으면 한다"라는 말을 했다. 해외에서 인정받는 제품이 우리나라에서 제대로 대접받지 못한다니 안타까운 현실이다.
글로벌 시대에 가격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것이 문제의 근원이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재 시장상황은 국내 IT업체들에게 너무나 혹독하다.
가격논리로만 제품을 찾는다면 언젠가 시장에서는 한국 IT제품을 찾아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한국 기업들이 힘을 받을 수 있게 소비자들의 날카로운 질책과 따뜻한 관심이 더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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