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장가는 지금, ‘한국영화 수난시대’
한국 영화 부진, 당분간 지속될 듯
2007-03-16 23:31:23

◇ 14일 개봉, 흥행 돌풍을 일으키고 있는 영화 <300> ⓒ 워너 브러더스

2004년 <실미도>를 시작으로 3년간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를 네 편이나 배출하는 등 한국 영화는 외적으로는 전성기를 맞고 있다. 그러나 동시에 ‘한국 영화 위기론’ 역시 끊이지 않고 제기되어 왔다.

박스오피스의 외적 성장과 달리 비디오, DVD 시장 등 부가산업이 거의 전멸하다시피 할 정도로 극심한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한국형 블록버스터’ 영화의 등장이 극장가의 극심한 양극화 현상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 역시 수없이 지적되고 있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 위기론에 선뜻 동의하지 못했던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 영화계가 위기라는 사실에는 이견이 없다. 영화 산업의 외적인 성장은 스크린 쿼터 축소로 이어졌고 관객 증가의 촉매제 역할을 했던 각종 할인 제도의 폐지는 최근 전체적인 관객 수의 축소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외국 영화 점유율 80% 육박

이런 틈을 타 한국 극장가에는 또 다시 허리우드 영화가 전성기를 맞고 있다. 지난 주(3월 9일~11일/서울 기준)에는 <그 여자 작사, 그 남자 작곡>을 필두로 한 미국영화가 박스오피스 1,2,3위를 석권함은 물론 외국영화의 점유율이 70%에 육박했다. 이는 한국 영화의 본격적인 중흥기가 시작된 2004년 이후 처음 있는 현상이다.

이번 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허리우드 블록버스터 <300>이 개봉한 14일에는 외국 영화의 점유율이 83.3%에 이르렀으며 맥스무비 예매 순위 1,2,3,4위를 미국 영화가 차지하고 있다. 기대를 모았던 감우성, 김수로 주연의 <쏜다>는 기대에 미치지 못한 채 5위에 머물러 있다.

불과 한 달 전인 2월 14일의 한국 영화 점유율이 85.9%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완전히 반전된 셈이다. 이 같은 한국 영화의 부진은 이렇다 할 블록버스터 영화가 없었던 탓도 있었다. 그러나 이는 한국 영화가 몇몇 대형 영화에만 기대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 <스파이더맨 3>는 5월 이후 전개 될 허리우드 블록버스터 공세의 선봉에 선다. ⓒ 소니 픽쳐스
자극적 소재에 치우친 제작 시스템 개선해야

영화 팬들은 점차 한국 영화에 식상함을 느끼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영화의 소재가 지나치게 조폭과 코미디에 치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설경구, 송강호, 최민식 등 깡패 역할 한번쯤 거치지 않은 정상급 배우가 없을 정도라는 지적도 나온다. 90년대 몰락의 길을 걸었던 홍콩 영화의 예를 들며 한국 영화도 몰락할지 모른다는 위기론이 설득력을 얻는 것도 그 이유다.

5월 이후에는 <스파이더맨 3> <해리포터와 불사조 기사단> <다이하드 4.0> 등 초대형 블록버스터 영화들이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어 미국 영화의 본격적인 반격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한다면 더더욱 힘겨운 싸움을 예고하고 있다.

한국 영화가 블록버스터 영화에만 치중한 채 다양한 소재의 작은 영화들에 대한 관심과 지원을 소홀히 해서는 한국 영화의 미래는 어둡다. 특히, 자극적인 소재에 몰리는 기회주의적 제작 시스템을 개선하지 않고서는 위기론은 위기론 그 자체로 끝나지 않을 것이다.

자료 참고 : 영화진흥위원회

[이한철 객원기자]
by 100명 2007. 3. 18. 16: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