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극장주들 "인도영화 때문에 못살아">(뉴델리=연합뉴스) 정규득 특파원 = 파키스탄 극장들이 15일 일제히 문닫는 것을 시작으로 향후 한달간 일주일에 한번씩 파업을 벌이기로 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이는 케이블방송 업자들이 불법으로 인도 영화를 내보내는 바람에 영화관이 `파리만 날리고' 있는데도 당국의 단속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는데 항의하기 위한 것.

파키스탄 영화제작자협회의 제난제브 바이그 회장은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는 허가없이 인도 영화를 내보내는 케이블 채널을 즉각 폐쇄하는 한편 극장들이 인도 영화를 상영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인도에서는 뭄바이(옛 봄베이), 파키스탄은 펀자브주의 수도인 라호르가 각각 영화산업의 중심지다. 그래서 인도 영화는 `볼리우드(Bollywood)', 파키스탄 영화는 `롤리우드(Lollywood)'로 불린다.

양국민 모두 영화라면 사족을 못쓰지만 볼리우드가 연간 1천편 이상을 쏟아내고 할리우드를 능가하는 관객을 끌어들일 정도로 호황을 누리는 반면 롤리우드는 장기간의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실제로 롤리우드는 199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연간 200편의 영화를 만들었으나 지금은 25편으로 줄어들었다.

이는 양국 정부가 2차 전쟁을 치른 지난 1965년부터 상대국 영화의 상영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파키스탄에서는 인도 영화의 80%가 불법복제 형식으로 시중에 나돌고 있는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

지난해 라호르에서 예외적으로 개봉됐던 일부 볼리우드 영화들이 흥행에 실패했던 것도 대부분의 파키스탄인들이 이미 그 영화들을 봤기 때문이었다.

게다가 최근에는 케이블 채널들이 인도 영화를 마구잡이로 내보내고 있는데도 정부가 단속에 미온적이어서 롤리우드의 몰락을 더욱 부채질하고 있다는 전언.

바이그 회장은 "관객들이 극장을 외면하는 바람에 전국의 영화관이 이제 67개로 줄어들었다"면서 "케이블 채널을 폐쇄하고 인도 영화의 상영을 허용하는 것만이 침체된 영화산업을 되살리는 유일한 길"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일단은 한달간 시한부로 파업하지만 정부가 우리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으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by 100명 2007. 3. 16. 2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