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1년에 3번, 미국인 5번 극장간다

한국 vs 미국 영화산업 비교해보니…

편당제작비 韓 50억ㆍ美 1000억 ‘다윗과 골리앗’

美誌 “한국은 할리우드 맞먹는 새 영화강국” 평가

세계적인 권위를 자랑하는 미국의 외교 전문 격월간지 ‘포린 팔러시’는 지난 2월 온라인판 기사에서 한국을 할리우드와 새로운 라이벌 관계에 있는 영화 강국 중 하나로 꼽았다. 이 잡지는 ‘볼리우드’라는 애칭으로 불리는 인도 영화가 이미 영화 제작 편수와 극장시장 규모에서 미국을 넘어선 데 이어 중국 러시아 브라질 한국 등의 영화가 할리우드를 ‘빠르게 따라잡고 있다(fast on its heels)’고 보도했다.

그렇다면 과연 전 세계 영화산업의 ‘지배자’이자 ‘모델’인 할리우드와 ‘신흥 영화 강국’ 한국의 경쟁력ㆍ규모상 격차는 얼마나 될까. ‘스크린쿼터’ 축소와 최근 국내 극장가에서 한국 영화의 부진, 할리우드 영화의 선전 등으로 더욱 큰 관심을 받고 있는 한ㆍ미 양국의 영화산업을 비교해 봤다.

▶한국인은 1년에 3번, 미국인은 5번 극장 간다

최근 미국영화협회(MPAAㆍMotion Picture Association of America)의 발표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지난해 1인당 평균 4.8번 극장에서 영화를 관람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인은 지난해 평균 3.4회 극장을 찾았다.(영화진흥위원회 자료) 한국인의 연간 평균 관람 횟수는 2001년 1.9회에서 해마다 0.3~0.4회씩 증가한 반면 미국은 1980년 4.5회를 기록한 이후 2002년 5.7회로 최고에 올랐다가 최근 3~4년간 전반적으로 하향 곡선을 그렸다. 20여년 동안 연간 평균 5번 정도 극장에서 영화를 본 셈이다. 영화 좋아하기로 친다면 미국인들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고려할 때 한국인의 극장 관람 횟수도 5회 정도가 최대치가 될 가능성이 크고, 이를 기준으로 할 때 한국 극장시장은 앞으로도 30% 이상 성장 가능성을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미국의 인구는 2006년 현재 2억9900만명으로 한국(4800만명)보다 6.2배가량 많고, 미국의 극장 매출 규모는 94억9000만달러(8조9910억원)로 한국(1조128억원)과 약 9배 차이가 났다. 관객 수는 미국이 14억5000만명, 한국이 1억6385만명이었다.

▶편당 평균 제작비 50억원 vs 1000억원

미국에서 지난해 개봉한 신작 영화는 총 203편(MPAA회원사 기준)이었고, 해외 영화를 합쳐 총 599편이 관객들을 만났다. 한국 영화는 신작 108편이 개봉됐으며, 외화까지 총 345편이 극장에서 상영됐다. 자국산 영화의 연간 제작 편수와 국내 외화 개봉 편수는 2배 정도 차이가 나는 셈이다. 하지만 양국의 자국산 영화제작비 차이는 수십배의 격차를 보였다. 상업영화를 주로 만드는 MPAA 회원사의 편당 평균 제작비는 1억달러(947억원)에 이르는 데에 비해 한국에서 개봉한 108편 중 독립ㆍ저예산ㆍ예술영화로 분류할 수 있는 10억원 미만의 영화를 제외한 나머지 83편의 평균 제작비는 51억1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할리우드 영화 1편을 만드는 제작비로 한국 영화 18~19편을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필름 프린트 및 마케팅비용이 총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국 35%, 한국 36%로 비슷했다.

▶한국인은 극장 다음으로 케이블(유선방송) 선호, 미국인은 DVD플레이어 이용

한국인은 극장을 제외한 영화 관람매체로 TV를 선호하는 것에 비해 미국인들은 DVD플레이어를 선호했다. 영진위가 전문 조사기관에 의뢰한 한국 영화 관객 성향 조사보고서에 따르면 한국 관객들은 극장을 제외한 주요 이용매체로 케이블TV(유선방송)와 지상파TV를 꼽은 비율이 각각 23.2%와 22.5%로 나타나 최근 극장-TV 간 홀드백 기간(개봉과 TV 방영 간의 시차)이 짧아지는 경향을 반영했다. 미국에서는 극장보다는 DVD로 보는 것이 좋다고 대답한 영화 관객이 16%나 될 정도로 DVD 이용률이 높았다.

지난해 박스오피스 상위 20여편을 분석한 결과, 미국에서는 미성년자 관람불가 등급인 ‘R’등급 영화가 2편밖에 되지 않는 반면, 애니메이션이 4편이나 포진해 뚜렷한 ‘친가족 성향’을 보인 데에 비해 한국에서는 18세 이상 관람가 등급영화가 5편이고 애니메이션은 한 편도 없었다.

by 100명 2007. 3. 15.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