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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징금이 도를 넘고 있다/남상인 정보과학부장 |
![]() 정부 기관의 도를 넘는 과징금 부과에 기업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 물론 이같은 과징금은 관련법 위반에 대한 벌금 성격으로 하자가 없다. 그렇더라도 고액의 과징금 부과를 보면서 “이건 아니잖아”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다. 통신위는 지난 2000년 KT, 하나로텔레콤, 두루넷, 데이콤, SKT, 신세기통신, KTF, KT엠닷컴, LGT, 한솔PCS 등 10여개사에 총 28억5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지난해에는 업체가 6개사로 줄었지만 과징금은 무려 2000년의 44배나 되는 1253억9400만원이 부과됐다. 참여정부 4년 동안(2003∼2006년) 통신위원회가 부과한 과징금이 무려 2870억5100만원에 달한다. 국민의 정부 5년간(1998∼2002년) 부과한 508억9200만원의 5.6배를 넘는다. 올해도 KT와 SK텔레콤에 벌써 8억2400만원을 부과했다. 국어사전에 따르면 ‘과징금’은 ‘규약위반에 대한 제재로 징수하는 돈’이다. ‘규약’이란 ‘조직체 안에서 서로 지키도록 협의해 정해 놓은 규칙’에 불과하다. 이런 류의 과징금으로 이처럼 큰 돈을 부과하는 것은 공권력의 횡포요 남용이나 마찬가지다. 정상적인 행정 집행이라고 보기 어렵다. 통신위가 수백억원씩의 과징금을 물리는 업체의 규약 위반이라는 것도 따지고 보면 사소한 것들이 주류를 이룬다. 통신회사가 휴대폰 보조금을 규정보다 많이 지급했거나 초고속인터넷 사업자들이 점포 이전 때 경품 살포, 이동통신 부가서비스 강제 가입, 고객의 휴대폰 번호 이동방해 행위 등이 규약 위반의 대표적 사례다. 통신업체의 이같은 마케팅 행위를 고액의 과징금으로 해결해야 하는가에는 선뜻 동의하기 어렵다. 소비자에게 큰 피해를 줬거나 사회에 큰 해악을 끼친 것 같지 않기 때문이다. 기업 입장에선 손해를 끼쳤다면 소비자에게 보상하면 그만이다. 제3자인 정부가 나서서 필요 이상의 돈을 거둬갈 일은 아니다. 기업인들은 애써 번 돈을 강탈 당하는 기분을 토로한다. 기업과 국민의 세금으로 먹고 사는 공직자들이 도움을 주기는커녕 과도한 과징금을 부과, 피해만 끼친다는 비난을 사고 있다. 돈 뜯는 재미에만 푹 빠진 것 같다는 비아냥 소리까지 들린다. 이들은 영세 상권을 장악한 조폭들이 자릿세를 뜯는 것과 무엇이 다른지 이해가 되질 않는다고까지 한다. 규약 위반이 정말로 수백억원의 벌금을 내야 할 만한 중대한 범죄 행위라면 이를 근절시키지 못하고 반복토록 방치하는 해당 부처의 책임 또한 크다. 그런데도 공직자들은 정책 실패에 대한 패널티를 받지 않는다. 통신위는 최소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기업은 남은 돈을 기술개발과 재투자에 활용토록 한다면 직원복지 증진과 고용 확대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밖에도 정부는 선거를 의식해 가계 통신요금 인하를 강요한다는 비난까지 받고 있다. 물가 상승률과 공공요금의 지속적 인상에도 불구하고 통신업계는 지난 84년부터 올해까지 15차례나 요금을 내렸다. 통신기술의 발전으로 요금 인하가 당연한 측면도 없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가계 통신비의 지속적 인하에도 기업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라면 정부가 초기 통신요금 책정 때 너무 높게 책정토록 방기한 것이 된다. 과도한 과징금 부과가 되레 통신비 인하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통신위가 고액의 과징금 부과와 용서를 반복하는 것을 즐기는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다. 차라리 과징금을 없애고 자유 경쟁에 맡기는 규제 완화가 더 나을 것 같다. 물론 기업도 정부에 대형 과징금 부과의 빌미를 주는 잘못을 되풀이 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상황이 이런 데도 정부는 앞으로 통신위원회를 공정거래위원회 수준으로 강화한다며 엇박자를 내고 있다. 이같이 무모한 정책에도 반발하거나 굴하지 않는 이 땅의 기업인들이 참으로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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