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티플렉스극장 서비스 뒷걸음

기사입력 2008-06-22 19:06
서울 구로동에 사는 김 모씨(36)는 아내와 함께 집 주변 멀티플렉스 극장을 일주일에 한 번꼴로 찾는다. 주로 목요일에 개봉되는 신작 영화가 이들 부부의 타깃이다. 그동안 편리한 시설과 멤버십 혜택 등에 만족하며 자주 찾았다는 것.

그러나 김씨의 만족감은 올 들어 실망으로 바뀌고 있다. 김씨는 "지난해까지 VIP 멤버로서 누리던 특전이 대폭 축소됐다. 생일초대권, 스페셜데이초대권, 팝콘ㆍ음료 무료, 콤보할인권 등으로 다양했던 쿠폰북이 올 들어 갑자기 콤보 1000원 할인권 위주로 혜택이 줄었다"며 "멀티플렉스 극장들이 내세우는 이벤트는 다양해졌는데 내용은 부실해졌다"고 꼬집었다.

팝콘 할인 쿠폰만 늘어난 것에 대해서는 "관람료보다 팝콘이 남는 장사기 때문에 더 많이 먹도록 유도하는 속셈"이라고 덧붙였다.

침체 늪에 빠진 한국 영화와 보조를 맞추듯 대형 멀티플렉스 극장들도 뒤로 가고 있다. 충성도가 높은 고정 관객들의 멤버십 혜택을 아무런 사전 예고 없이 대폭 줄이는가 하면 극장 관람료가 비싸게 적용되는 프라임타임대를 확대하는 등 고객 서비스와는 담을 쌓고 있는 것.

관람객들은 "영화계가 어렵다는 것은 이해하지만 서비스는 줄이고 관람료는 올리는 내용을 사전에 충분히 공지하지 않은 것은 중대한 잘못"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중 전국적 영향력을 자랑하는 CGV의 경우 일부 극장들이 가족 단위 관객들이 몰린 지난 5월부터 프라임타임 요금 적용 시간을 늘렸다.

기존 시간보다 앞뒤 2시간을 늘려 금~일 낮 12시부터 밤 11시로 확대 적용한 것. 이 시간대에는 평일 요금보다 1000원 비싼 8000원이 적용된다.

이상규 CGV 팀장은 "일부에선 기습 인상이라고 하는데 원래 주말 요금 적용은 극장 자율에 있지 본사와는 무관하다"며 "실제 1000원 인상 요금 적용은 극장 수익에는 그다지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영화진흥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올해 1~5월 관객 수는 지난해 동기대비 3.2% 감소했다. 그런데 매출액은 오히려 26.9%나 늘어났다. 영화계에선 관객 수가 감소했음에도 전체 매출액이 늘어난 것은 관람료 인상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멀티플렉스는 옛 극장의 향수마저 앗아가고 있다. 원가 절감 차원에서 영화표 대신 영수증을 발권하고 있는 것. CGV 역곡점, 목동점 등 일부 극장에서 시작되면서 점차 확대될 기미를 보인다. 영수증 발권 비용은 1.5원이지만 기존 코팅지 티켓은 6배나 비싼 9원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가 절감 방법은 영화표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는 해당 관객들을 무시한 처사라는 의견이다.

한 영화 관람객은 "영화표를 모으면서 추억을 간직하는 영화 마니아층도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고 염려했다.
by 100명 2008. 6. 22. 19: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