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에 의하면, "2006년 한국영화계는 최근 10년간 이어온 양적 성장의 한 지점을 보여주었다"고 한다.
그도 그럴 것이 "110편이란 제작편수는 1991년 이후의 최대치일뿐더러 한국영화가 100편 넘게 제작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가지는 상징적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관객 수를 토대로 작성된 우리영화의 시장 점유율에 눈길을 주면, 그 기록은 가히 '파격적'이다. 놀랍게도 서울지역 기준 60.3% 전국 기준 64.2%(추정치)를 기록했다는 것.
이쯤 되면 그간 심심치 않게 제기되어온 위기론이 무색해질 법도 하다. 위기는커녕 예의 호황을 노래해야 할 성도 싶다.
휴 그랜트ㆍ드류 배리모어 주연의 '그여자 작사 그남자 작곡'과 윌 스미스 주연의 '행복을 찾아서'가 지난 주 박스 오피스 1, 2위를 차지하긴 했지만, '미녀는 괴로워', '그놈 목소리', '바람피기 좋은 날', '1번가의 기적' 등 다양한 국산영화들이 올 들어 흥행 정상 내지 상위를 차지해왔기에, 그 놈의 위기론은 말끔히 가셔야 할 것도 같다.
현실은 그러나 정반대다. 모 영화전문주간지에 따르면, 싸이더스FNH의 차승재 대표는 "내가 영화판에 들어와 겪은 숱한 위기 중 지금이 가장 심각한 위기"라고 진단했단다. "과거의 위기가 투자 위축이나 배우 개런티 상승, 수익성 저하 중 한두 가지 원인에 의해 초래된 것이었다면, 지금은 여섯, 일곱 가지 악재가 겹친 진짜 위기"라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제작비, 마케팅비가 올라가면서 제작자는 빚더미에 오르고 업자들만 돈을 버는 기형적 구조가 만들어졌다"고 개탄했단다.
한국영화(산업)계 최전선에서 활동해온 으뜸 주역이면서 목하 '충무로 파워 넘버 원'으로 칭해지는 실세의 의견이기에 경청하지 않을 수 없는 진단이다.
당장 큰 상징적 의미를 띤다는 100편 이상의 제작편수부터가 위기론의 결정적 동인으로 작동하고 있다.
대형 화제작 몇 편이 전국 1천800여개의 스크린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는 현 영화산업 구조에서, 전년도에 비해 20 편 이상 늘어난 제작ㆍ개봉편수가 악화 일로를 거듭하면서 가뜩이나 문제시되고 있는 우리영화의 저 수익률을 더욱 낮게 한다는 것이다.
게다가 갑자기 불어났던 그 많은 영화계 인력들의 일거리가 적잖이 줄어들게 될 것이 자명한 터라, 영화계 실업에 대한 우려도 점차 커지고 있다. 2주 전 만난 편집 감독 친구 왈, 작업하기로 했던 영화 가운데 벌써 4편이나 엎어졌단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이 위기의 탈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남이야 죽건 말건 자기 건 챙길 만큼 챙기고 자기만 살겠다는 식의 이기주의적 행태가 계속되고, 극소수 메이저 투자ㆍ배급사이자 극장업체들이 영화판의 사활을 쥐고 있는 현 국면에서는 그 어떤 묘안도 묘안으로 기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전찬일(영화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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