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굴 비리'' 고고학계 술렁
[세계일보 2007-03-07 20:51]
고고학계가 술렁이고 있다.

지난 1일 지방 국립대 고고학 교수 등 고고학자 2명이 발굴비 8억 6000만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된 이후, 고고학계 내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비록 이들이 6일 보석금을 내고 나오긴 했지만, 고고학 발굴 비리가 구속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빚어 이를 바라보는 시선이 곱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지난해 국무조정실에서 전국 국립대 박물관을 일제히 감사한 결과 유명 지방 국립대학 교수 등이 포함된 고고학자 몇 명이 발굴비를 사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드러난 것도 위기 의식을 부추기고 있다.

발굴 비리는 발굴 건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반면 발굴 과정 회계처리는 답보상태에 있었던 탓이 크다. 1999년 331건에 370억 원이던 발굴비는 신도시 개발 등 국토 개발에 따라 2006년 1300건, 2148억원으로 6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따라 학술 발굴이 구제발굴로, 고고학이 하나의 사업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졌고 비리에 대한 의혹도 불거져 나왔다. 그러나 지표조사와 용역비 등에 대한 기준과 회계관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발굴인원 수를 부풀리는 등 비리가 근절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황평우 문화연대 문화유산위원회 위원은 “고고학자들이 발굴비가 늘어나던 시기부터 이러한 사태를 예견하고 대응했어야 함에도 지금에 와서 회계문제를 꺼내드는 것은 변명”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황 위원은 “20명의 학생이 발굴에 참여한 것으로 돼 있는 용역보고서를 토대로 학생들에게 확인 전화를 해보니 자신은 발굴에 참여하지 않았다는 대답을 많이 들었다”며 “발굴 보조의 인건비가 6만5000원으로 책정돼 있음에도 실제 현장에 있는 사람들은 4만5000∼5만원씩 받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사실 그동안 고고학계 내에서도 자성의 목소리는 높았다. 지난해에는 한국고고학회와 한국대학박물관협회, 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 등이 모여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논의를 벌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러한 회의에서 논의된 기준을 각 발굴 기관에 강제할 방법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고고학자들은 그동안 발굴 과정에 구조적인 문제가 있었다는 데에는 동의한다. 그러나 자칫 이런 비리가 고고학 일반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으로 번지는 것은 경계했다.

윤덕향 한국문화재조사연구기관협회장은 “그동안 발굴 과정 준비와 보고서, 용역비 등에 명확한 기준이 없었고 사람과 기관에 따라 그 비용이 고무줄처럼 변하기도 했다”며 “각 기관의 발굴 자율성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중립적이고 객관적인 기준 마련을 고심 중”이라고 밝혔다.

최병현 한국고고학회장도 “사건 1∼2개와 언론의 일시적인 관심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며 지속적이고 꾸준한 정화작업을 통해 고고학계가 순수한 학문으로 돌아갈 것을 주문했다. 최 회장은 또 “3D업종으로 분류돼 고고학 전문가를 양성하기 힘든 환경에서 현장에서 땀흘리는 고고학도들의 사기가 떨어지고 매도되지나 않을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by 100명 2007. 3. 7. 21: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