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악ㆍ장구춤까지 중국 무형문화재라고?

기사입력 2008-06-20 13:26
우리의 농악과 환갑잔치, 장구춤이 중국의 무형문화재로 등재됐다. 이러다간 유네스코 세계무형문화유산에 농악과 장구춤이 중국 전통문화로 등재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고구려사를 자기들의 역사 속에 편입시켰던 중국이 이번에는 한국의 전통문화유산까지 슬그머니 자신들 것으로 못박고 있다. 그러자 “‘동북공정’에 이어 이번엔 중국이 ‘문화공정’을 시작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중국 정부는 최근 장구춤, 환갑잔치, 학춤, 널뛰기 등을 ‘국가급 비물질 문화유산(무형문화재)’에 등재시켰다. 뿐만 아니다. 농악무(상모무 걸립무), 널뛰기, 그네타기, 퉁소 음악, 만담(삼노인ㆍ三老人), 전통혼례, 민족악기 제작 기예, 전통복식도 자기네 문화유산에 포함시켰다. 따라서 앞으로 장구춤과 부채춤 등 우리 전통문화가 유네스코 세계무형유산에 중국 전통문화로 등록될 여지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중국 국무원은 조선족, 몽고족 등 자국 내 54개 대륙 소수 민족의 고유한 전통문화를 대거 국가 차원의 무형문화재로 지정해 한국인들을 긴장케 하고 있다. 이 중 조선족과 몽고족은 여타 소수 민족과는 달리 각각 남북한과 몽골이라는 모국(母國)이 엄연히 존재하고, 두 민족이 중국에서 유지ㆍ보존해온 전통문화가 모국에 고스란히 살아 있는데도 이를 무시한 것이다.

또 옌볜 자치주 등 지린(吉林)성 지역과 랴오닝(遼寧)성 지방정부도 조선족의 전통문화를 이미 비물질 문화유산으로 지정해놓고 있다. 부채춤, 북춤, 소고춤, 회혼례(回婚禮) 등 다수의 조선족 전통문화를 성급ㆍ주급 비물질 문화유산으로 지정한 것.


이 같은 사태가 벌어진 배경에는 한국의 강릉단오제가 지난 2005년 11월 유네스코에 의해 ‘인류의 무형유산 걸작’으로 선정된 것과 관련이 있다. 당시 중국은 “한국이 중국의 전통유산을 강탈해 갔다”고 반발한 바 있다. 사실 강릉단오제는 중국 단오절과 전혀 성격이 다른 문화유산이다. 그러나 이후 중국은 서둘러 ‘문화유산 보호 강화에 관한 통지’를 제정하고, 그간 별 관심도 두지 않던 단오절과 청명절을 법정공휴일로 지정했다. 이를 위해 노동절 연휴까지 없앴다. 그리곤 급기야 조선족의 전통문화를 버젓이 자기네 국가 문화유산에 올렸다.

이번 사태에 대해 한국 네티즌은 들끓고 있다. “고구려를 자기네 역사에 끌어넣더니 이번엔 전통문화까지 자기네 것으로 편입시키느냐”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물론 중국 정부가 자국 내 다양한 민족문화를 보호하려는 것이라면 막을 필요가 없다. 그러나 정치적 의도를 갖고 소수 민족의 전통문화까지 중국화하려 한다면 이는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사안이다.

따라서 두 눈 부릅뜨고 중국의 움직임을 주시하면서, 동시에 우리의 전통문화를 계승ㆍ발전시키는 작업도 병행해야 한다. 전통문화야말로 ‘세계에 자신 있게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경쟁력 있는 문화’다. 단, 성급하게 감정을 앞세우기보다 종합 대책을 면밀하게 세워 선조가 남긴 전통문화가 중국 것으로 둔갑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다. 장구춤, 전통혼례가 중국 것이 되도록 놓아둘 순 없다.
by 100명 2008. 6. 20. 23:5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