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마다 극장 2개 ‘호재’·외국기업 지분제한 ‘악재’
한국 복합상영관 중국진출 본격화

“중국 극장 시장은 10년 전 한국에 복합상영관들이 처음 세워질 때를 닮았다.”(엠케이픽쳐스 박신규 이사) 성장세에 시동이 걸린 상황을 한국 극장계가 주목한다는 이야기다. 중국 극장 시장에 최근 6개월 사이 한국의 대형 복합상영관(멀티플렉스) 체인 씨지브이, 메가박스 뿐만 아니라 중소 규모의 엠케이픽쳐스까지 닻을 내리고 있다.

씨지브이는 지난해 10월 중국의 상해필름그룹과 손잡고 상하이에 상영씨지브이(6개 스크린·1천석)를 세웠다. 쇼박스미디어플렉스도 오는 5월 베이징에 메가박스 중관촌점(8개 스크린·1700석), 연말에 싼리툰점(8개 스크린)을 잇따라 연다. 한국에서는 복합상영관을 갖고 있지 않은 엠케이픽쳐스도 지난 1월 정주우에 ‘엠케이보리시네마’(스크린 6개·1114석)를 만들었다. 2008년까지 5개 영화관 45개 스크린까지 확대해 갈 계획이다.

CGV·메가박스·MK픽쳐스, 고급화 전략으로 승부수
영화제작 적고 불법복제 심해 넘어야 할 과제 많아

» 중국 극장 수입현황
한국 영화 시장의 전체 규모가 1조원을 넘어선 데 비해 중국은 3400억원대이지만 성장엔 이미 가속도가 붙었다. 박신규 이사는 “2001~2005년 중국 극장 수입 성장률은 보수적으로 잡아도 매년 20~30% 수준”이라고 말했다. 한국의 영화진흥위원회와 비슷한 구실을 하는 중국 광전총국의 자료를 보면, 2004년 15억위안(1710억원)이던 극장 수입이 1006년엔 24억위안(2736억원)으로 늘었다.(표) 스크린수도 1953개(2003년), 2396개(2004년), 2723개(2005년)로 껑충 뛰었다. 단관 극장들이 스크린수를 늘려가며 복합상영관으로 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전히 한 도시당 극장이 평균 2개 정도 뿐이라 수요에 비해 극장이 딸리는 상태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스크린당 인구수는 약 43만명으로 한국(3만명)의 14배다. 중국 안에서 복합상영관 체인 사업을 하는 업체는 중국·홍콩 자본이 운영하는 완다(8개 극장), 유엠이(4개 극장), 싱메이(4개 극장), 환이(3개 극장) 정도다. 한국에서 이미 검증을 거친 복합상영관 운영 전략을 도입한다면 승산이 높은 게임인 셈이다.

땅 짚고 헤엄치기는 아니다. 무엇보다 한국 기업이 경영을 주도할 수 없는 구조다. 외국 기업은 지분의 49%까지만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다. 2003년 극장 사업에 뛰어들었던 워너브러더스도 2006년 이런 이유로 철수했다.

영화도 부족하다. 중국 영화 제작 편수는 120편(2003년), 212편(2004년), 260편(2005년·이중 125편만 상영)으로 늘고 있다. 하지만 외화 수입은 한 영화관당 일년에 20편(중국 합작 영화 제외)으로 제한돼 있다. 불법 복제도 극장 수익의 덜미를 잡고 있다. 이성원 메가박스 부장은 “불법 복제가 심해 제작자도 영화를 극장과 디브이디·비디오로 같이 풀어버린다”고 말했다.

10년 전 한국엔 복합상영관들이 들어서면서 1999년까지 일년에 5천만명 수준이던 관객수가 2004년까지 1억4300만명으로 늘었다. 이때 선보인 전략을 중국에도 펴고 있다. 상영관 객석, 스크린 등은 한국과 같은 수준으로 유지해 ‘고급화 전략’을 쓰고 있다. 상영씨지브이는 최고급인 ‘5성급’을 받았다.

김일진 씨지브이 과장은 “시설이야 중국 극장도 따라잡을 것”이라며 “중요한 건 서비스”라고 말했다. 평일과 주말, 조조와 심야 등 시간대별로 표값을 달리했다. 보통 영화관은 11시쯤 문을 닫는 데 이를 한시간 더 늘려잡았다. 영화를 기다리는 시간에 즐길 수 있도록 문화행사도 펴고 있다. 학생·적립·브이아이피 등 멤버쉽 카드를 발행해 고정 고객도 확보했다. 이성원 메가박스 부장은 “중국 문화에 맞는 마케팅 전략의 변형도 필요하다”며 “예를 들어 중국인들은 홈쇼핑에서 물건을 받아본 뒤 돈을 내는 식이라 신용카드로 인터넷 예매를 활성화시키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7. 3. 6. 2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