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여고생 17명 ‘황당 단체 임신’

기사입력 2008-06-20 21:17
[한겨레] ‘함께 애 낳자’ 계약뒤 임신

“애정결핍 탓” 지역사회 충격


미국 매사추세츠주 해변의 작은 도시 글로스터에서 여고생 17명이 단체로 임신해 충격을 주고 있다고 시사주간 <타임>이 18일 전했다. 특히 일부는 ‘함께 임신해서, 같이 아기를 키우자’는 ‘계약’을 만들어 의도적으로 임신한 것으로 드러났다.

임신 학생들은 모두 16살 이하의 앳된 나이이다. 지역 교육 당국은 학생들을 임신시킨 ‘아버지’들의 신상을 조사하고 있다. 이 중에는 ‘24살 노숙자’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일정 연령 이상의 성인들은 ‘미성년자 성행위’로 사법처리될 가능성도 있다. 매사추세츠주는 법률로 16살 미만과의 성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당사자들은 입을 다물고 있다. 이 사실이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까지, 학생들은 ‘베이비샤워’(출산 파티)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경악스런 ‘단체 임신’ 소식에 각종 사회·경제적 해석이 등장하고 있다. 인구 3만의 어업도시인 글로스터가 최근 지역 경제의 쇠락 탓에 인간애 상실을 겪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크리스토퍼 파머 교육감은 임신 학생들을 가리켜 “자존감이 부족하고 애정을 많이 받지 못한 학생들”이라며, “가족 질서가 무너졌다. 젊은 세대가 방향을 잃은 채 자라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사건이 발생한 글로스터고교 졸업생 어맨다 아일랜드(18)는 “친구들은 무조건적으로 자신을 사랑해줄 수 있는 누군가를 찾았다는 사실에 흥분한다”며 “왜 후배들이 임신과 아기를 그렇게 간절히 원했는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도 고1 때 이미 출산을 경험했다.

지난해 10월부터 학교 쪽은 학생들의 임신 문제를 주의깊게 관찰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학생들이 양호실을 찾아와 임신 여부를 묻는 경우가 잦아졌기 때문이다. 이 학교의 조지프 설리번 교장은 “일부 학생들은 몇 차례씩이나 테스트를 받았다”고 말했다. ‘임신했다’는 말보다 ‘임신하지 않았다’는 진단에 더 실망하는 이들도 있었다.
by 100명 2008. 6. 20. 23:4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