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한류, 이제는 `현지화 전략` 절실> [연합뉴스]
드라마ㆍ가요ㆍ만화 등 중국서 직접 생산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 한류(韓流)가 위기라는 지적이 심심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 영화와 드라마 등의 수출액 규모가 감소하고 있고, 해외에서는 한류 스타의 인기가 예전 같지 않다는 소식도 잇달아 들려온다.

이에 한류의 주요 무대인 중국 상대로 '현지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엔터테인먼트업체가 주목받고 있다. 제조업에 비유하면 완제품 수출이 아닌 현지 생산방식을추구하는 것. 아예 '메이드 인 차이나'라는 원산지 표시를 붙일 수 있게끔 현지에서확실히 뿌리를 내려 구조적이고 안정적인 한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의도다. 드라마, 대중가요, 애니메이션 등에서 한류 현지화를 시도하는 주요 엔터테인먼트 업체를 중심으로 이들의 전략을 살펴본다.

◇드라마드라마 외주제작사 E&B 스타스는 한류의 지속화를 위해 1997년부터 중국 현지화전략을 시작했다. 초기에는 예능 프로그램을 제작하다가 드라마로 영역을 넓혀 차인표 주연의 '사대명포', '줄라이 모닝', 최지우 주연의 '101번째 프로포즈', 장나라 주연의 '굿모닝 상하이' 등을 드라마를 제작했다.

이 회사는 중국내 제작사와의 직접적인 제휴를 통해 현지인의 입맛과 풍토에 맞는 '맞춤형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다른 제작사의 한류 전략과 차별화를 이루고 있다. 한국 측에서 주요 인력, 시나리오, 자본 등을 대고 이에 대한 수익을 공유하는 형태다.

그 덕분에 해외 드라마 방영에 배타적인 중국 TV 프라임시간대에도 이 회사의 드라마는 별 문제없이 전파를 탈 수 있었다. 중국 CCTV를 통해 수출하는 방식 대신 중국 각 성에 직접 드라마를 배급하는 전략을 취해 수익을 높였다. 각 성 배급담당자를 통해 중국인이 좋아하는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구조도 마련했다.

이성욱 E&B스타스 경영지원본부장은 "완제품을 가져다가 일방적으로 현지에 파는 형태는 현지인의 입장에서 볼 때 '무역 역조'를 초래한다고 볼 수 있어 한류 콘텐츠의 수입을 제한하려는 움직임이 생기고 있다"면서 "'한국 드라마가 지겹다'는 평가가 나오기 전에 현지화 전략을 통해 한국이 아시아 문화 통합의 전진기지로 자리매김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한층 안정적인 드라마 제작을 위해 펀드를 통해 대규모 자본을 조달하는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MBC, 현대증권과 함께 60억 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 SBS '사랑공감'의 중국 리메이크판 '사랑예찬' 등 드라마 3편의 제작에 사용할 금액을 모았다. 현재 드라마 5편을 위한 120억 규모의 2차 펀드를 추가로 조성중이다.

◇대중가요보아, 동방신기 등이 소속된 SM엔터테인먼트는 중국 베이징에 한ㆍ중ㆍ일 합작회사인 SMAC(가칭)를 6월께 설립하기로 했다. 이 회사는 일본 굴지의 엔터테인먼트 회사인 에이벡스와 중국 엔테테인먼트 그룹 청톈의 자회사가 자본을 출자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이 회사를 통해 신인 발굴, 매니지먼트, 음원 제작, 음반 라이선스 판매 등 음악과 관련된 사업을 폭넓게 진행할 계획이다.

SM엔터테인먼트는 국내 가요계에서 중국 현지화 전략에 가장 공을 들이고 있는 회사로 꼽힌다. 이른바 '3단계 전략'을 통해 체계적으로 현지 공략에 나서고 있다.

1단계는 2000년께부터 시작됐으며 H.O.T, 보아 등 스타를 '수출'하는 개념. 2005년 이후에는 합작 개념인 2단계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슈퍼주니어의 멤버로 중국인인 한경을 받아들이고, 강타가 대만그룹 F4 출신 바네스와 듀엣을 이루는 등의 전략이다. 마지막 3단계는 완벽한 '현지화 전략'이다. 중국인 신인 장리인의 예처럼 중국인을 발굴해 양성한 다음 데뷔까지 시키는 형태다. SM엔터테인먼트는 올해 현지에 장리인을 성공적으로 안착시키기 위한 전략에 주력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이 같은 중국 공략 전략의 기초를 다지기 위해 2001년부터 중국, 미국, 태국 등에서 '글로벌 오디션'을 벌이고 있다. 실제로 한경은 2001년 오디션에서3천 대 1의 경쟁을 뚫고 캐스팅된 후 '스타'로 양성됐다.

이수만 SM엔터테인먼트 이사는 "한류가 한 방향으로만 흐르면 반한류 등의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쌍방향 문화교류가 필요하다"면서 "수출을 통해 수익을 올리는 것뿐 아니라 우리도 중국문화를 즐기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애니메이션과 뮤지컬애니메이션ㆍ뮤지컬 제작 및 공연 기획을 하고 있는 여우비아트컴퍼니(이하 여우비)는 원소스멀티유스(One Source Multi-use) 방식으로 중국 현지화를 시도하고 있다. 중국 유력 어린이신문에 만화를 연재해 인지도를 높인 후 이 만화를 책으로 출간하고 뮤지컬과 애니메이션으로 다시 제작하는 방식이다.

이 회사가 중국 측과 공동제작한 만화 '바오바오(BaoBao)'는 3월 초부터 중국 어린이신문 가운데 최대 발행부수를 자랑하는 '중국 소년보'에 실리기 시작한다. 총4권 분량인 '바오바오'는 팬더곰 바오바오와 어린이의 우정과 가족애를 그리게 되며,2권은 한국이 주무대로 등장한다.

조수민 여우비 대표는 "중국 최고의 만화가로 꼽히는 취안잉성(權迎升)이 그림을 그리며 한국 측에서는 자본과 시나리오 개발을 맡아 판권을 갖는다"고 말했다.

이후 '바오바오'는 중국 베이징아동예술극단과 함께 제작돼 8월께 한중 수교 15주년 기념 공연 뮤지컬로 현지 무대에 오른다. 이 뮤지컬에는 오페라 '마술피리', 뮤지컬 '홍가와라' 등을 연출한 임경식이 예술감독으로 참여하게 된다. 이어 '바오바오'는 애니메이션으로도 제작되며, 현재 시나리오 개발이 완료된 상태다.

이 회사는 또 30억 원의 제작비를 투입한 애니메이션 '레전드 오브 드래곤(Legend of Dragon)'도 베이징휘황동화공사와 공동 제작 중이다. 빠르면 2008년께 CCTV의어린이 채널을 통해 전파를 타게 된다.

조 대표는 "합작 형태가 아니면 이 같은 중국 시장 진입은 불가능했을 것"이라면서 "우리는 기존의 한류 콘텐츠 수출은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6년 전부터 중국 시장을 면밀히 조사했고, 3년 전부터 관련 프로젝트를 본격적으로 준비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 회사는 중국 현지화 전략 관련 사업으로 7월23~27일 제1회 한ㆍ중 어린이 기자단 문화교류사업도 실시한다. 여우비의 주관 아래 한국 무궁나라어린이기자단과 중국 어린이기자협회의 주최로 중국 어린이 기자단 500여 명이 한국을 방문, 한국 어린이 기자단 500여 명과 함께 한국민속촌, 코엑스, 드라마 촬영장 등을 둘러보며 '취재 활동'을 벌이게 된다.
by 100명 2007. 3. 2.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