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시네마란 무엇인가?

전 산업 분야에 걸친 디지털화의 급진전 속에 영화 시장에서도 전통적인 아날로그 매체인 필름 대신 디지털 시스템을 적용하는 ‘디지털 시네마’가 높은 관심을 얻고 있다.

디지털 시네마란 필름 또는 디지털로 촬영된 영화가 디지털 작업 공정을 거쳐 디지털 영사기로 극장에서 상영되는 것을 뜻한다. 디지털시네마 범주는 두 가지로 나뉘는데 △촬영부터 상영까지 전 과정을 디지털로 진행하는 방식 △필름으로 촬영한 다음 디지털로 전환해 상영하는 방식 모두를 일컫는다. 기술적으로는 영화 상영시 해상도가 1.3K(1280×1024) 이상, 즉 2K(2048×1080), 4K(4096×2048)로 제작되고 암호화된 압축 동영상을 1.3K 이상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하는 것을 뜻한다.

필름으로 촬영된 아날로그 영화는 상영관마다 하나씩 필름을 프린트하고 각 극장으로 직접 배송해야 한다. 현재 대부분의 영화가 아날로그 방식으로 촬영, 상영되고 있으며 디지털시네마를 향한 다양한 시도가 진행되는 과정이다.

디지털 시네마 시스템이 갖춰지면 디지털 파일을 위성 또는 네트워크망을 이용해 전송하게 된다.

아직까지는 네트워크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디지털 보정을 거친 영화 파일을 하드디스크에 담아 운송하고 있다. 앞으로 모든 극장이 디지털화된다면 필름 프린트를 극장으로 배급할 필요 없이 위성을 이용해 전 세계 극장으로 영화데이터를 전송, 세계 동시 개봉까지 가능해진다.

디지털 시네마는 단순히 영화 제작 및 상영의 형태가 디지털 방식으로 바뀌는 기술적인 부분 외에 영화 제작 및 배급 시스템의 혁명을 가져온다는 데 더 큰 의의가 있다.

◇선명한 화질, 제작비 절감이 장점=디지털 시네마의 가장 큰 장점은 상영 횟수가 아무리 늘어나도 처음 화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필름 방식에서와 같이 프린트 과정에서 발생하는 화질의 저하가 없고 편집과정 및 전송, 전환 단계 역시 열화 없이 원본 그대로 보존되기 때문이다. 음질 역시 일반 필름과는 달리 무압축 녹음으로 훼손 없이 생생한 현장감을 느낄 수 있다.

영화 필름 프린트 비용과 운송비 등 소모성 비용을 줄여 제작비를 절감할 수 있다. 촬영된 영화 필름에 오디오 더빙 작업 등을 거쳐 상영할 수 있는 필름으로 만드는 ‘프린트’ 작업에는 한벌당 200만원가량의 비용이 소요된다. 멀티플렉스 상영관 확대로 동시에 많은 스크린에 영화를 상영하는 ‘와이드 릴리스’ 방식이 보편화되면서 흥행 기대 작품의 경우 보통 350∼400벌의 프린트를 제작하는데, 이때 프린트 비용만 7억∼8억원에 이른다. 그뿐만 아니라 전국 1400여개 스크린에 걸릴 상영작 프린트를 2주일에 한 번씩 교체한다고 가정하면 연간 1000억원에 이르는 막대한 프린트 비용이 소요된다. 하지만 디지털 시네마는 서버에 저장된 데이터를 네트워크 망을 통해 전국 영화관으로 송출하기 때문에 이러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이뿐만 아니라 편당 2억원 분량 정도가 소요되는 촬영용 필름 비용도 절약할 수 있다. 필름 대신 HD기기의 테이프를 비교해 보면 50분용 기록용 테이프 가격이 5만원 선으로, 영화 한편에 약 30개의 테이프를 사용한다고 해도 150만원이면 된다.

이를 위해서는 상영관마다 프로젝터와 네트워크 등을 설치하는 등 초기 투자비가 들어간다. 더 큰 문제는 디지털 시네마로 전환하면서 배급사와 극장, 또는 제3의 사업자가 합리적인 수익 배분 모델에 대한 합의를 이뤄야 하지만 이 과정에서 이해관계가 서로 달라 아직까지 디지털 시네마로의 본격적인 전환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불법 복제 퇴치, 무공해 산업, 보관 용이해 각광=디지털로 배급된 콘텐츠는 다양한 방법으로 불법복제를 방지할 수 있다. 각각의 영화관에 전달된 콘텐츠의 디지털 파일에는 1차 암호가 걸려 있다. 이 암호를 풀 수 없으면 상영할 수 없다. 또 디지털 시네마가 상용화될 경우 중앙서버를 이용해 전 세계 동시 개봉이 가능해 불법복제를 어느 정도 줄일 수 있다.

디지털로 촬영된 영화는 ‘원 소스 멀티 유스’가 가능해 스크린뿐 아니라 DVD·휴대폰·인터넷 등으로 활용가능하다. 또 아날로그는 실제로 부피가 큰 필름 롤을 사용하기 때문에 보관의 어려움이 있으나 디지털은 작은 테이프 드라이브로 손쉽게 보관, 이동이 가능하다. 디지털 프로젝터를 통해 위성 또는 네트워크 망으로 프로그램을 전송하면 영화관에서 영화뿐 아니라 콘서트·연극·공연·스포츠 경기도 영화관에서 볼 수 있다. 지난해 월드컵 때 극장에서 축구 경기를 볼 수 있었던 것도 네트워크를 구축했기 때문이다.

이 밖에 최근 미국에서는 필름 산업이 공해 산업으로 지정받으면서 ‘필름 없는 영화’ 디지털 시네마가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는 추세다.

◇국내외 디지털 영화 제작 및 상영=디지털로 제작한 한국 영화로는 ‘아유레디(2002년)’ ‘욕망(2004년)’ 등이 있으며 ‘화산고’는 후반 작업을 100% 디지털 소스를 이용해 진행했다. 하지만 이 당시에는 국내에 디지털 영화관이 없었을 뿐더러 디지털 배급 시스템도 갖춰지지 않아 ‘디지털 제작에서 상영까지’는 이루지 못했다.

하지만 ‘어깨동무’ ‘남자는 여자의 미래다’ ‘우리형’ ‘친절한 금자씨’ ‘태풍’ ‘음란서생’ 등의 작품들이 디지털파일로 저장돼 프로젝터로 쏘는 방식으로 상영됐다. 지난해에는 디지털로 제작해 네트워크 전송을 통해 상영까지 한 100% 디지털 영화 ‘마법사들’이 개봉되며 영화사에 큰 획을 그었다.

해외 시장을 보면 2003년 말 전세계적으로 160여개 영화관이 디지털 상영관으로 전환됐고, 2004년에는 100여개의 영화가 디지털로 배급됐다. ‘메트릭스 리로디드’ 등 총 8개의 디지털 영화가 제작되기도 했다. 아직 전 세계 개봉 영화관의 1%에 못 미치는 수준이지만 배급과 상영의 디지털화는 관객의 요구에 힘입어 매년 대비 20∼30% 이상 증가하는 추세다.

by 100명 2007. 2. 28. 11:3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