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너브라더스의 `오만과 편견` [연합뉴스]
지난 23일 오후 서울 종로3가에 위치한 서울극장로비. 할리우드의 거대 영화직배사인 워너브라더스코리아가 국내에 독점배급하는 영화 '300' 기자시사회가 열렸다.

그런데 시사회장 입구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진풍경이 벌어졌다. 워너브라더스 측에서 경비업체를 동원, 카메라 기능이 있는 기자들의 휴대전화를 제출하도록 요구한 것이다.

시사회를 보기 위해 온 기자들이 카메라폰으로 영화를 찍어 영화 개봉 전에 불법유통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었다.

할리우드 거대 직배사의 일방적 '편견'에 의해 한국의 영화담당 기자들이 삽시간에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 셈이었다. 워너브라더스 측은 "(미국) 본사의 방침이라 우리도 어쩔 수 없다"면서 "만일의경우를 위해 만전을 기하는 것이니 (기자들이)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요즘 카메라 기능이 없는 휴대전화는 거의 없는 만큼 대부분의 기자들이 업무 필수품이나 다름없는 휴대전화를 압수당해야 했다.

최근 중국과 한국 등지에서 영화 불법유통이 심각한 수준인 것으로 파악되고 있지만 난데없이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게 된 한국 기자들은 당연히 모욕감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국내 영화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나 쇼박스는 물론이고 20세기폭스코리아와 소니픽쳐스릴리징브에나비스타 등 다른 할리우드 직배사들조차도 시사회에 참석하는 기자들에게 카메라폰을 제출하라고 요구하는 경우는 흔치 않기 때문이다.

정 불법동영상 촬영이 우려됐다면 기자시사회를 하지 않으면 된다. 기자시사회를 하지 않고도 영화를 홍보할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기자를 사칭한 신원 미상자들의 시사회장 출입이 문제라면 영화담당 기자들에게e-메일이나 우편 초청장을 보내 초청장을 지참한 기자들만 시사회장에 입장시키는 방법도 있다.

그런데도 굳이 기자 대상 시사회는 열면서 기자들에게 업무필수품이나 다름없는휴대전화 제출을 요구하는 행태는 자신의 이익과 편리만 생각했을 뿐 상대편의 편의나 기분은 별로 고려할 필요가 없다는 할리우드 직배사의 오만한 태도에 다름아니다.

다소 까다롭고 머리가 아프긴 하겠지만 다른 여러가지 방법이 있을 수 있는데도불구하고 가장 손쉬운 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는 기자시사회를 포기하지는 않으면서 불법영상을 찍을 생각이 전혀 없는 기자들이 모욕감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동원한 것도 마찬가지 발상이라고 할 수 있다.

워너브라더스코리아는 지난해 말 공정거래법을 위반한 혐의로 국내에 진출한 할리우드 직배사 중 유일하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재를 받았다.

영화배급시장에서의 독과점적 지위를 악용해 자사의 콘텐츠(영화)를 지방극장에배급하는 것을 거절하는 불공정 거래행위를 했기 때문이다.

국내법은 지키지 않으면서 한국 기자들에게는 자기 방식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워너브라더스의 이중적 행태에서 할리우드의 오만과 편견이 읽혀졌다.
by 100명 2007. 2. 27. 08: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