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빅 3의 3·3한 압박
[조선일보 2007-02-21 09:19]

스파이더맨·슈렉·캐리비안의 해적 3편들 3色대결

가히 ‘할리우드 빅 3의 압박’이다. 올해 5, 6월 국내에서 앞서거니 뒤서거니 개봉하는 ‘스파이더맨 3’(Spider-Man 3), ‘캐리비안의 해적:세상의 끝에서’(Pirates of the Caribbean:At World’s End), ‘슈렉 3’(Shrek the third). 마침 모두 시리즈의 세 번째 작품들이다(이하 각 시리즈의 3편으로 표기·표). 유난히 상반기 흥행 기대작이 눈에 띄지 않는 충무로에도 적신호지만, 할리우드 내에서도 이 세 편의 대충돌에 대해 축복만은 아니라는 지적도 있다.

▲할리우드 역사상 최고의 흥행 충돌


할리우드 박스 오피스 사상 이 세 시리즈는 역대 10위 안에 드는 흥행작을 배출한 효자 중의 효자. 지난해 여름 개봉한 ‘캐리비안의 해적 2’는 전세계에서 10억 6000만 달러를 벌어들이며 역대 흥행 3위를 기록했고, 첫 주말 흥행성적은 사상 최고였다. 각각 9억 2000만 달러와 7억 8000만 달러를 벌어들인 ‘슈렉 2’와 ‘스파이더맨 2’도 할리우드를 반색하게 만들었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이들 3편의 미국 개봉일은 각각 5월 4일(스파이더맨 3), 18일(슈렉 3), 25일(캐리비안의 해적 3). 1~2주 간격의 이 개봉 일정에 대해 LA타임스는 “마치 100년만의 홍수 같다. 시장이 과연 버텨낼 수 있을까”라고 우려를 표시했다. 이 초대형 블록버스터는 각각 어떤 새 드라마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을까.

▲스스로의 정체성 의심하는 ‘스파이더맨 3’



고뇌하는 수퍼 히어로. 1,2편에 이어 3편의 연출까지 책임진 샘 레이미는 이번 속편의 성격을 그렇게 규정했다. 입체적인 캐릭터는 드라마의 풍성함을 가져다 주지만, 대중을 위한 흥행영화로서는 아킬레스건이기도 한 대목. 독이 될지 약이 될지는 미지수다. 3년 만에 돌아온 스파이더맨의 가장 큰 적은 ‘베놈’(토퍼 그레이스). 바로 스파이더맨이 스스로의 내부에 봉인했던 하이드씨의 현현(顯現)이자 안티 스파이더맨이다. 베놈을 통해 자신의 어두운 심연을 본 스파이더맨의 고뇌와 갈등이 드라마의 핵심. 샘 레이미는 “나는 엔터테이너 그 이상이 되기를 원한다”며 여유만만.

시각효과를 강조하는 블록버스터답게 제작비는 천정부지로 솟구쳤다. 2억6000만달러로 예상했던 제작비는 역대 최고인 3억달러(약2800억원)를 돌파하며 ‘과잉’ 우려까지 낳고 있다. 대신 또 다른 적으로 등장하는 모래 인간(토마스 헤이든 처치)의 괴력은 이 시리즈가 줄 수 있는 시각적 즐거움의 최대치를 제공할 듯.

▲싱가포르 앞바다로 진출한 ‘캐리비안의 해적 3’


3편의 스토리 라인은 캡틴 잭(조니 뎁) 구출작전. 전편에서 사악한 바다괴물 크라켄에게 ‘세상의 끝’으로 납치됐던 우리의 말썽많은 영웅을 귀환시키기 위한 여정이다. 새로운 악당도 가세했다. 싱가포르 앞바다를 주름잡는 동양의 해적 선장 주윤발이다. 그러잖아도 카리브해를 넘어 대서양과 태평양을 가로질렀던 잭 스패로 일당은 이제 인도양까지 진출해 해양 롤러코스터의 쾌감을 만끽한다. 사실, 이 시리즈는 누구도 기대하지 않았던 할리우드의 서자(庶子)였다. 해적 영화는 모두가 “한물갔다”고 여겼던 것. 당연히 ‘캐리비안의 해적’을 성공으로 이끈 고어 버빈스키 감독에 대한 평가는 이후 수직상승했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우리가 부활시킨 장르를 우리 스스로 파괴하는 웅장한 스펙터클을 이번 작품에서 보게 될 것”이라는 수사로 3편에 대처하는 감독의 야심을 밝혔다.

▲돌아온 초록 괴물 ‘슈렉 3’



3편에서도 이 귀여운 초록 도깨비의 몰골은 그대로다. 세 편 모두를 제작했던 프로듀서 아론 워너는 “새로운 시리즈가 나올 때마다 당연히 기술은 진보한다”면서 “얼굴 조직, 근육, 피부 등 모든 면을 통틀어 더욱 생생한 슈렉을 보게 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다. 그는 “아직 관객에게 ‘슈렉 피로감’은 없다고 본다”면서 “빅3 중 진정한 코미디는 슈렉밖에 없을 것”이라고 큰소리다.

슈렉과 피오나 부부의 새로운 미션은 ‘아더 왕자 구하기’다. 왕위를 물려주겠다는 제안을 사양하고 늪으로 돌아가려 하지만, 차기 계승 서열인 아더(저스틴 팀버레이크)를 찾아오지 않으면 국물도 없다고 왕은 윽박지른다. 슈렉은 다시 당나귀 동키(에디 머피), 사슴같은 눈망울의 장화신은 고양이와 다시 한번 모험을 떠난다.

사실 ‘반지의 제왕 3’ ‘미션 임파서블 3’ ‘백 투더 퓨처 3’ 처럼 성공사례도 있지만, ‘나홀로 집에 3’ ‘쥬라기 공원 3’ ‘배트맨 3’ 처럼 비참한 성적을 기록하며 역대 최악으로 꼽히는 3편도 있다. 같은 시기에 충돌하는 이 세 편의 시리즈가 축복이 될지, 재앙으로 끝날지는 아직 미지수. 2007년 5월이 되면 그 전모가 드러난다.

by 100명 2007. 2. 21. 18: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