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도 “통제 불능”… 안전지대 사라진다

지구촌에 홍수 안전지대가 사라지고 있다. 태풍, 허리케인 등을 동반한 집중호우가 점차 강도를 더하면서 과거 후진국에서나 볼 수 있었던 홍수는 이제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통제하기 힘든 자연재앙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에 따라 홍수가 국제 곡물시장 등 세계경제에 미치는 충격도 커지고 있다.

미국 중서부에서는 일리노이주와 미주리주 등 중서부 지역에 계속된 집중호우로 1993년 이래 최악의 홍수 피해가 발생했다.

AP통신에 따르면 미시시피강 제방이 17일(현지시간) 불어난 강물의 수압을 이기지 못해 무너져 내렸다. 강물이 범람해 시내가 침수되자 주 방위군과 지역 주민들이 총동원돼 제방 보강에 착수했다. 미 연방긴급사태관리국(FEMA)은 헬기와 보트를 이용해 구조에 나섰다.

이번 홍수 최대 피해지역은 아이오와주로, 재산피해 규모가 15억달러에 이른다. 지금까지 적어도 15명이 숨지고 2만4000여명의 이재민이 생겼고 전체 농지의 16%가 물에 잠겼다. 미 남부지역은 2005년에도 초대형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강타해 1300여명이 숨지고 약 250만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바 있다.

중국 남부에선 지난 3주 동안 4차례 폭우가 쏟아져 주민들이 홍수와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일부 지역은 열흘 동안 계속 비가 내려 100년 만에 최대 강우량을 기록했다.

현재까지 63명이 숨지고 13명이 실종된 가운데 주민 170만여명이 대피했다. 현지 기상청은 푸젠(福建)성 등의 지역에 앞으로 사흘 동안 50∼100㎜의 비가 더 내릴 것이라고 예보했다.

앞서 미얀마에서도 지난 5월 사이클론 ‘나르기스’가 이라와디 삼각주 등 서남부 지역을 강타해 사상 최악의 피해를 기록했다. 이로 인해 주민 7만7000여명이 숨지고 5만6000여명이 실종되는 등 모두 13만여명의 인명 피해를 봤다.

공교롭게도 미국과 중국, 미얀마 등 최근 홍수 피해지역은 모두 곡창지대여서 세계 식량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 미국 중서부 홍수 피해 경작지는 최대 202억3400만㎡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아이오와주의 피해가 커 미국 전체 옥수수 생산량의 21%가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중국에서는 남부 곡창지대인 창장(長江), 주장(珠江) 일대와 광둥(廣東)성 지역 등이 집중호우 피해를 봐 밀과 옥수수 생산에 심각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우려된다. 현재 피해가 집계된 경작지는 광둥성이 28억6000만㎡, 광시(廣西)성이 39억9000만㎡다.

이 때문에 국제시장에서 옥수수와 콩 등 곡물 가격은 연일 사상 최고가 행진을 하고 있다. 16일 시카고상품거래소(CBOT)에서 7월 인도분 옥수수 가격은 부셸당 7.87달러에 거래를 마쳐 8일 연속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내년 7월 인도분 옥수수 가격도 부셸당 8.07달러까지 올라 사상 처음 8달러를 돌파했다. 중국 일부 지역에서는 채소류 가격이 30∼50% 급등했다.

세계에서 홍수 피해가 급증하면서 그 원인에 대한 분석도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미국 일간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는 거대한 강 주변의 과도한 개발과 인구 과밀 등을 최근 홍수 피해 급증의 주원인으로 꼽았다. 강변의 천연 제방을 중심으로 산업·주거 시설이 점차 늘어나 하천이 스스로 홍수를 통제할 능력을 상실하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 기상과학자들은 “지구온난화로 해양에서 수증기 증발이 더욱 활발해져 태풍의 에너지원이 증가했다”며 “기온 상승이 열대성 저기압인 태풍과 사이클론, 허리케인의 강도에 영향을 주고 있다”고 분석했다.

by 100명 2008. 6. 19. 13: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