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한국영화의 위기, 의무 마다한 배우들도 책임져라

기사입력 2008-06-19 12:55
▲ 드라마 '밤이면 밤마다'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김선아(사진=김정욱 기자)

[이데일리 SPN 김은구기자] “10년 만에 코피를 쏟았어요. 원래 겹치기는 안하려고 하는데 영화 ‘걸스카우트’는 너무 열심히 연기한 작품이어서요. ‘밤이면 밤마다’ 촬영을 하는 와중에도 없는 시간 쪼개서 인터뷰 40여 번 등 홍보를 하느라 몸이 산산조각이 났죠.”

17일 열린 MBC 새 월화드라마 ‘밤이면 밤마다’ 제작발표회에서 여자 주인공 김선아가 한 말이다.

인터뷰 1번에 1시간씩만 잡아도 무려 40시간. 더구나 인터뷰는 대부분 낮 시간에 진행하니 1주일여를 낮에는 인터뷰를 하고 밤에는 드라마 촬영을 하는 강행군을 한 셈이다.

지난 5일 개봉한 ‘걸스카우트’는 비록 흥행성적은 좋지 않다. 김선아도 “그래서 마음 아프다”고 했다. 그러면서도 김선아는 “평가는 생각보다 좋아 만족도는 높다”며 웃음을 보였다. 그 평가에는 자신의 노력도 한몫 했다는 생각에서였을 게다.

개봉을 앞둔 영화들은 배우 인터뷰와 각종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영화가 개봉한다는 것을 관객들에게 알리기 위한 것으로 이는 영화의 초반 관객몰이에 적잖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 때 주연을 맡은 배우들은 영화의 간판으로 꼭 필요한 존재다. 감독이 아무리 유명하더라도 일반 관객들이 얼굴을 알고, 또 영화에서 보는 것은 대부분 배우이기 때문이다.

김선아가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가운데도 ‘걸스카우트’ 홍보에 열을 올린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다. 이는 촬영을 하며 동고동락해온 제작진과의 의리이자 영화의 간판으로서 의무이기도 하다.

그런데 인터뷰와 프로모션을 진행할 때 이를 담당하는 많은 마케팅 담당자들이 골치를 썩인다. 배우들이 참여하도록 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일부 배우들은 프로모션, 인터뷰 진행에 이런저런 까다로운 조건을 붙이기도 하고 때로는 개인적인 이유로 아예 거절을 해서 마케팅 담당자들을 애먹인다. 마치 자신은 연기만 하면 되고 홍보는 담당자들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듯하다.

‘걸스카우트’는 김선아가 적극적으로 나섰지만 최근 개봉된 영화를 비롯해 좋은 평가를 받았음에도 배우들의 비협조로 홍보가 제대로 안돼 흥행 참패를 한 작품들이 부지기수다.

반면 배우들이 홍보, 프로모션에 적극적이었던 ‘추격자’와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은 각각 500만과 400만 관객을 넘어서며 올 상반기 한국영화 흥행순위 1, 2위를 기록했다. 이 영화들은 완성도도 뛰어났지만 배우들의 홍보 참여가 흥행에 미친 영향도 분명 있다.

한국영화가 위기라는 말이 벌써 1년 넘게 나오고 있고 실제 지난 5월에는 한국영화의 관객 점유율이 한자릿수인 7%대로 떨어지는 최악의 상황까지 겪었다. 그 원인을 환경변화 등 산업적 측면에서 찾는 사람들이 많고 그러다 보니 원망은 제작자, 감독들에게 돌아가기도 한다.

그러나 한국영화의 위기가 배우에게는 아무 책임이 없다고 말할 수 없다. 적어도 ‘배우가 연기만 잘하면 되지’라는 고상하고 이기적인 생각만 갖고 자신이 주연을 맡은 영화임에도 홍보는 나몰라 하는 배우들이 있는 한은 말이다.
by 100명 2008. 6. 19. 12: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