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원의 숨은 장인들

영화 복원의 세계
2007.01.23/박혜영 기자

한 편의 영화를 복원하기 위해 땀흘리는 사람들을 만났다. 영상자료원 김영미, 이석휘, 손기수, DI 업체 HFR 옥임식이 그들이다.

▶필름자료 점검 및 복원 - 영상자료원 영상자원관리팀 김영미

벌써 17년이 됐다. 1990년부터 현상소에서 필름을 만지다 2000년 한국영상자료원에 들어왔다. 영상자료원에서 그가 맡은 업무는 필름을 보수하고 세척하는 일이다. 현상소에서 필름 보수작업을 했던 터라 영상자료원에서의 업무가 특별히 어렵진 않았다. 필름 보수는 반복적으로 필름 하나하나를 매만지는 작업이라 시간이 많이 걸리고, 자칫 지루해질 수 있다. 해마다 2명씩 후배가 들어오지만 업무량에 질려 1년을 못 버틴다. 그런 면에서 그는 필름 만지는 걸 유난히 좋아해 17년의 세월을 필름과 함께 할 수 있었다. 또한 복원되는 작품이 영사될 때의 뿌듯함 때문에 필름 만지는 일이 지겨울 틈이 없다.

▶필름자료 관리 - 영상자료원 영상자원관리팀 이석휘

1990년 영상자료원에 입사해 17년 동안 일했다. 필름자료의 관리, 감독을 맡은 그는 영상자료원에 들어온 프린트의 상태를 확인하는 등 필름의 이력을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지난해에는 125편의 필름이 그의 손을 거쳐 보수 여부가 결정됐다. 특히 사라진 필름을 찾아내 다시 복원해 일반 관객들에게 보일 때 가장 큰 보람을 느낀다. 때론 제작자들이 그에게 마음대로 필름을 못 쓰게 한다고 불평을 던지기도 하지만 필름 보존을 생각한다면 더욱 엄격해질 수밖에 없다. 앞으로 더 많은 필름들을 찾았으면 좋겠다는 그는 필름을 갖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어디든 갈 수 있다는 의욕을 내비친다.

▶복원장비 조사 - 영상자료원 영상자원관리팀 손기수

14년을 영상자료원에서 일했다. 처음엔 필름 보수작업을 주로 했다. 그러다 최근에는 복원과 관련해 장비를 조사하고 신기술을 조사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해외 아카이브를 돌아보고, 장비 전시회를 돌아다니며 한국에 적합한 복원장비에 관한 정보를 찾아다녔다. 장비 조사뿐 아니라 틈틈이 필름 보수작업도 한다. 그가 생각하는 가장 좋은 복원은 엄청난 돈을 들이지 않아도 합리적인 복원공정 과정을 통해 필름의 원상태에 가장 가깝게 복원시키는 것이다. 전에는 복원된 작품만 봐도 신기했는데 요즘엔 조금씩 불만이 앞선다. 더 좋은 품질의 복원 필름을 얻고 싶은 바람이 커졌기 때문이다.

▶디지털 복원 - DI 업체 HFR 옥임식

현상소에서 사고가 난 상업 영화를 복원하는 일이 시작이었다. 그러다 고전영화가 훼손돼 상영되지 못하는 상황이 안타까워 디지털 복원에 적극 나서게 됐다. 복원작업을 하다 보니 창작품을 만드는 만족감과는 다른 색다른 보람이 더해졌다. 병원 의사들이 상처입고 온 환자를 치료하고 돌려보냈을 때의 느낌과도 같았다. 사운드 잡음이 너무 커 상영이 불가능했던 <열녀문>의 경우 먼지 정도만 지워냈는데 점점 욕심이 생겨 전반적인 부분을 다시 손질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언젠가는 북한영화를 복원하고 싶다는 그는 도자기 빚는 사람처럼 장인정신을 가지고 디지털 복원에 관한 한 최고의 선두자가 되려 한다.

by 100명 2007. 2. 2. 12: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