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업다각화 성공&실패 사례
[매경이코노미 2006-03-22 13:41]

지난 92년 진로가 맥주회사인 쿠어스와 합작했을 때 주류업계는 바싹 긴장했다. 당 시 진로는 소주업계의 부동의 1위. 소주와 맥주를 동시에 팔면 시너지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진로쿠어스맥주는 1000억원이 넘는 누적적자를 기록하고 매각됐다. 진로의 무리한 사업 확장과 투자가 큰 문제였지만 맥주와 소주의 소비 계층이 엄연히 달랐고, 영업사원들의 역량과 도·소매상 간에 관계 등도 문제가 됐다.

성공한 케이스도 있다. 현재 오리온을 순수 제과업체로 보는 사람은 드물다. 오리 온은 사업 뿌리인 제과에서 업계 선두를 다툴 뿐 아니라 영화(쇼박스), 극장(메가 박스), 유통(바이더웨이), 케이블 TV(온미디어), 외식(베니건스) 등의 분야에서 두 각을 나타내고 있다. 현재 제과 부문 점유율 28%를 차지하는 오리온제과는 2003년 5000억원을 돌파했고 지난해 7000억원(해외판매 포함) 매출을 기록해 그룹 내 가장 높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제과 다음으로 영화(1000억원), 미디어(2600억원), 극장(500억원) 부문 등의 매출을 합산하면 약 4100억원에 달해 확실한 수익원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밖에 편 의점과 외식 사업도 지난해 각각 4000억원과 9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89년 당시 고작 매출액 1300억원에 불과했던 오리온(당시 동양제과)은 현재는 매출 2조원을 바라보는 어엿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 성장했다.

이현정 LG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CJ와 오리온은 식품 주력에서 영화, 엔터테인 먼트 부문으로 다각화에 성공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특히 “오리온은 내부 자금 이 많았던 CJ와 달리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찾은 경우”라고 말했다. 오리온이 ‘먹는 즐거움’에서 ‘보고 느끼는 즐거움’으로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 던 이유는 담철곤 오리온그룹 회장을 비롯한 젊은 전문경영인들의 역할이 컸다.

오리온그룹의 사업 다각화 시작은 91년 신규사업 아이디어뱅크팀인 ‘에이펙스’로 거슬러 올라간다. 현재 온미디어를 이끌고 있는 김성수 대표를 비롯, 김 우택 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대표, 베니건스를 들여온 문영주 롸이즈온 대표 등이 모두 에이펙스 출신. 특히 문 대표는 직접 미국에 가서 현지조사를 하고 1년이 가까 이 접시 닦기, 청소 등을 하면서 95년 베니건스를 직접 갖고 들어왔다.

당시 담 회장은 에이펙스 팀원들에게 “사업 실패 책임을 묻지 않을 테니 원하는 사업을 추진 하라”고 말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오리온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사업 추진 시 출 장비 정도의 경비만 주는 게 고작인데 당시 담 회장은 부하 직원들을 독려하면서 드물게 50억원에 이르는 투자비를 직접 지원해준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IMF 외 환위기 이전 다각화와 체질개선을 끝낸 오리온은 IMF 외환위기 이후 부도와 심각한 구조조정을 겪은 국내 기업들과 달리 탄탄한 성장가도를 달릴 수 있었다.

by 100명 2007. 1. 22. 13: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