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침 도는 시한폭탄, 롯데 후계구도
롯데그룹, 한국진출 40년의 실체

롯데그룹이 한국 진출 40년을 맞는다.
롯데는 '애국'이라는 이름으로 1967년 한국에 진출해 국가로부터 많은 특혜와 혜택을 받았지만, 정작 첨단산업이나 수출 부분에서는 타 그룹에 비해 국가에 기여한 공로가적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실제 롯데는 '먹고, 마시고, 노는' 소비재 중심의 서비스 분야에 집중해 온게 사실이다.

롯데의 가장 큰 문제는 '천민 자본주의적' 기업 문화다. 신동빈 부회장을 비롯한 계열사 CEO들이 '국민의 안전보다는 돈이 중요하다'는 비뚤어진 경영관에 젖어 있다. 대형 사고가 우려된다는 안전진단 결과에도 불구하고 영업을 강행하고 있는 롯데월드의 베짱 정신이 그 상징이다. 최근에는 한명숙 총리가 탄 롯데호텔 에스컬레이트가 역주행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롯데는 특히 2세 승계 문제를 둘러싸고 볼썽 사나운 '왕자ㆍ공주의 난'까지 예고되고 있는 상황이다. 아시아경제신문 취재진은 방대한 현장 취재를 바탕으로 롯데의 현주소와 과제를 진단키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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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 신격호 회장이 5개월만인 지난 4일 김포공항을 통해 서울로 돌아와 소공동 소재 롯데호텔 34층에 자리잡은 집무실겸 숙소에 여장을 풀면서 향후 행보에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이같은 관심은 워낙 신 회장이 나이가 많은 만큼 사후 경영권 분쟁을 대비해 네 자녀에게 재산배정을 마무리하고 한국롯데의 대권을 차남 신동빈 부회장 체제로 굳힐 것인지, 아니면 최근 롯데의 보수경영으로 인해 인수합병(M&A)시장에서 연이어 물먹으며 위기를 맡은 신동빈 부회장으로는 안된다는 전제 하에 또 다른 대안을 찾고 있느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지난 60년대 말부터 30여년 동안 일명 셔틀경영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내며 짝수달은 일본에서 시게미쓰 다케오로 그리고 홀수달에는 한국에서 신격호로 경영활동을 해왔다.

특히, 신 회장은 대선자금 수사로 시끄러웠던 지난 2003년부터 2004년까지 10개월 동안 한국에 돌아오지 않은 것을 제외하고는 지금까지 한번도 셔틀경영을 거른 적이 없다.

그런 신 회장이 지난해 홀수 달인 9월과 11월을 비롯해 5개월 동안 한국에 돌아오지 않으면서 후계구도와 건강이 이상하지 않느냐는 소문이 꼬리에 꼬리를 물며 확대된 바 있다.

실제 신 회장은 1922년생으로 올해 나이가 만 85세에 달해 건강을 장담할 수 없다는 사실 때문에 힘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이 때문에 증권가에서는 신 회장 사후에 경영권 구도를 놓고 네 자녀들이 왕·공(두왕자와 두 공주)의 난을 일으켜 패권싸움을 벌일 것이라는 설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표면상으로 일본 롯데는 장남인 히로유키(동주, 54년생), 그리고 한국 롯데는 96년에 한국으로 귀화한 차남 동빈(아키오라, 55년생) 씨가 맡는 것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이 마무리된 상태이다.

하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후계구도가 그리 간단치만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현재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으로 있는 장녀 영자(42년생) 씨와 신격호의 영원한 샤롯데이며 35년 세월의 차이를 두고 있는 세번째 부인 서미경(예명 서승희, 56년생) 씨 등이 신 회장 생전에는 조용하게 있겠지만 사후에도 지금처럼 조용히 있을 수 있겠느냐는 의문 때문이다.

영자 씨는 롯데쇼핑 총괄 부사장을 맡고 있지만 현재 신동빈 부회장의 측근인 이인원 사장으로부터 철저하게 견제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영자 씨가 속내를 드러낼 경우 후계구도 변화는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라는 것이 정설이다.

또 신 회장의 차남 동빈 씨보다 한살 적은 서미경 씨 역시 현재 롯데시네마 매점관리를 독점하고 있는 유원실업의 최대주주로 있지만 신격호 회장과의 사이에서 낳은 82년생(추정, 25세) 딸 하나가 있기 때문에 재산 싸움에서 순순히 물러나지만은 않을 것이란 사실이다.

실제 서 씨는 한때 서태규 전 전무를 전면에 내세워 측근들을 롯데 경영에 깊숙히 개입시켰었다. 그러나 90년대 초반 두 아들이 경영일선에 직접 참여하면서 서씨 측은 롯데로부터 철저하게 버림받은 바 있다. 따라서 서 씨도 터질 날을 향해 돌고 있는 초침이라는 것.

사실 신격회 회장의 가족사를 보면 파란만장하다.

신 회장의 장녀 영자 씨는 29살의 나이로 요절한 노순화 씨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순수 한국 혈통이다.

일본 롯데 부사장을 맡고 있는 장남 히로유키(동주)와 한국 롯데 부회장인 동빈(아키오라)는 신회장의 둘째 부인으로 일본인인 시게미쓰 하츠코 여사가 낳았다. 이들은 혼혈인을 배척하는 한국사회에서 그래도 재벌 아들이라는 이유 때문에 혼혈인 치고는 대접을 받고 있다.

특히 차남 동빈 씨는 85년 6월 일본 귀족가문 출신인 오고 마나미씨와 화려한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일본 전직 총리를 지낸 후쿠다 다케오가 주례를 나카소네가 축사를 맡으며 일본 사회를 떠들썩하게 한 바 있다.

반면 동주씨는 92년 재미동포 사업가 딸인 조은주씨와 잠실 롯데에서 가족들만 참석한 조촐한 결혼식을 올려 두 아들을 평가하는 신 회장의 의중이 드러난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기도 했다.

by 100명 2007. 1. 9. 07: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