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자료원 '디지털 영화시대' 무관심
[전자신문 2006-12-27 10:41]

디지털 상영관 시대가 본격 열리면서 디지털 영화 파일이 쏟아지고 있지만, 각종 영상 자료를 보관해야 하는 한국영상자료원은 시대 조류에 적극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산 영화 등 영상물 보존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 영화 100편에 스토리지 용량 7TB= 올해 국내에서 제작한 영화만 100편이 넘는다. 이 중 대략 70여 편이 후반부 작업(DI)을 거쳐 디지털 원본 소스를 갖고 있지만, 한국영상자료원은 의무 납본 형태로 기존 필름 형식을 고수하고 있다. 영화 1편당 1.5테라바이트(TB)의 용량을 차지하고 있는 데 영상자료원은 이를 수용할 아카이브 시스템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현재 쏟아지는 영화 디지털 파일을 보관하려면 압축 등의 방법을 동원하더라도 연간 100TB∼200TB의 스토리지 용량이 필요한데 현재 영상자료원 스토리지 용량은 7TB에 불과하다.

 ◇ “예산 없다” 자료원 무방비 = 영화 제작사들도 디지털 파일의 개별 관리가 힘들어 자료원에 위탁 보관을 요청하고 있지만, 자료원은 예산 타령만 하고 있다. 자료원 측은 내년도 상암동 DMC에 종합영상아카이브센터의 이전 및 구축 비용 확보도 불확실한데 디지털 아카이빙 시스템 재원을 확보하기는 더욱 어렵다고 설명했다. 조소연 한국영상자료원 디지털정보화 팀장은 “디지털 아카이빙 시스템 구축을 위해 국고 지원을 요청했으나, 여의치 않아 조만간 조성될 것으로 기대되는 영화발전기금을 통해 재원을 확보하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말했다.

 ◇ 전문가, “필름만으로는 보존 의미 없어” = 자료원의 사정과 달리 디지털 시네마 제작 및 유통이 급속히 확산됨에 따라 다양한 포맷의 디지털 소스를 수집해 이를 표준 포맷으로 저장해야 할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현재 DLP 시스템까지 갖춘 디지털 상영관은 전국 40여 개. 전문가들은 5∼10년 후에는 대부분 상영관이 디지털 상영관으로 바뀔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필름 보관만으로는 더 이상 영상을 보존할 수 없는 시대가 오고 있는 것.

 영화 후반부 작업 전문업체인 HFR 옥임식 실장은 “현재 대부분 영화 제작사들이 디지털 파일을 외장 하드디스크 형태로 단순 보관하거나, 용량을 많이 차지한다는 이유로 삭제해버리는 경우가 많다”면서 “영화발전기금 등을 활용해 영상자료원이 디지털 아카이빙 시스템을 구축하는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스토리지 업체인 한국EMC 박현호 컨설턴트는 “디지털 소스는 다양한 방식으로 활용 가능하기 때문에 대국민 차원에서도 디지털 원본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각종 이미지를 저장한 테이프도 자연 열화에 따른 손상이 우려되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미디어(저장장치) 업그레이드 정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by 100명 2006. 12. 27. 14: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