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삼일극장 62년만에 철거 [연합뉴스]
부산의 영화역사와 함께 해온 부산 동구 삼일극장이 62년의 세월을 접고 스크린 뒤로 사라진다.

부산시는 삼일극장 맞은편 철길건널목 입체교차로 진입로 공사를 위해 삼일극장을 철거키로 하고 16일부터 철거작업에 들어간다고 8일 밝혔다. 일제강점기인 1944년 일본인에 의해 문을 연 삼일극장은 광복 후 조일극장, 제일극장 등으로 한 때 이름이 바뀌기도 했으나 1950년대 다시 제 이름을 찾아 부산을대표하는 상영관으로 자리매김해 왔다.

한국전쟁 당시 피란민들의 수용소로 쓰이면서 현대사 질곡의 현장이기도 했던 이곳은 1970년대 극장쇼가 유행하면서 부흥기를 맞았다. 코미디언 구봉서, 배삼룡, 가수 하춘화 등 당대 일류스타들의 공연이 주로 이곳에서 열리면서 부산 공연문화의 중심이 되었다. 그러나 1980년대 부산지역에 대형극장들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면서 재개봉관으로, 다시 2편 동시 상영관으로 전락했지만 여전히 주머니가 가벼운 서민들에겐 넉넉한 문화공간과 쉼터의 역할을 했다. 곽경택 감독의 영화 `친구'를 비롯해 수많은 영화의 장면에 삼일극장이 등장하기도 했다. 23일 개봉 예정인 전계수 감독의 `삼거리극장' 대부분의 장면 또한 이곳에서 촬영됐다.

한국전쟁 이후부터 50여년간 이곳을 지켜온 영사기사 최상도(71)씨는 "부산 영화의 역사와 함께 한 극장이 폐관이 아니라 곧바로 철거된다는 소식을 듣고 며칠째 잠을 설쳤다"며 아쉬운 마음을 어찌할 줄 몰라했다.
by 100명 2006. 11. 9. 07:3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