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차와 너무 가깝다” 저절로 감속하는 차
[조선일보 2006-11-09 03:05]

[뉴 테크놀로지] 자동차 첨단 안전·편의장치

[조선일보 최원석기자]

자동차의 안전·편의장치는 어디까지 발전해 갈까. 80년대 과학잡지 기사대로라면, 지금쯤 자동차는 운전자 없이도 저절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아직 그 수준엔 이르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운전자를 대신하여 주변상황을 자동으로 인식해 차를 움직이는 첨단 장치가 늘고 있다.

레이더 단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 내년부터 국내 수입차 일부에 장착

사이드 미러 아랫부분 카메라로 사각지대의 차량 움직임 알려줘

눈꺼풀 동작 감지해 졸음운전 방지

최근 신차(新車)에 들어가는 편의·안전장치는 거의 100% 전자장비다. 이런 장비들은 레이더나 적외선·레이저 등 각종 센서(sensor) 기술을 통해 인간이 놓치는 상황을 인식해 안전과 편의성을 극대화한다.

지난달 열린 ‘2006 자동차부품산업세미나’에서 서울대 전기컴퓨터공학부 박재홍 교수는 “전체 자동차 제작비용에서 전기·전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1974년 4% 수준에서 2004년 23%로 급증했으며, 2010년까지는 40%를 차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동차를 기계장치가 아니라 전자장치로 부르게 될 날이 곧 올지도 모르는 일이다.

◆앞 차와의 거리, 차가 알아서 조절해준다

앞쪽에 레이더를 장착한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Adaptive Cruise Control)’은 앞에 차량이 나타나면 자동으로 속도가 줄고 차량이 사라지면 원래 속도를 회복한다. 고속주행뿐 아니라, 차량정체시에도 페달을 떼었다 놓았다 하는 일을 반복하지 않고 운전대만 잡고 있으면 된다. 최근 이 장치의 레이더 주파수대 사용을 허용하는 쪽으로 정보통신부 관련법규가 개정됐기 때문에, 내년부터 국내 수입차 일부에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

폴크스바겐의 고급세단 페이톤에 들어간 ‘자동거리조절시스템’은 전방의 자동차를 180m, 11.5도 각도까지 확인할 수 있으며 시속 30km에서 180km 범위에서 활용할 수 있다. 아우디 Q7의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 플러스’는 정지상태에서 시속 200km까지 속도 및 거리 지정이 가능해 저속주행에서도 유용하다.

렉서스의 ‘레이더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이나 인피니티의 ‘인텔리전트 크루즈 컨트롤 시스템’, 볼보의 ACC(Adaptive Cruise Control) 등도 모두 비슷한 개념의 장치다.

◆차선 벗어나면 차량이 알아서 경고해준다

독일 하노버 의대와 폴크스바겐 교통사고연구소 조사에 따르면, 모든 차량사고의 18%는 운전자의 주의력이 떨어져 차선을 이탈해 생기는 것으로 나타났다.

폴크스바겐·아우디가 공동개발한 ‘차선이탈 경고시스템(Lane Departure Warning System)’은 차량에 내장된 카메라로 주변 차선을 인식, 차량이 방향을 심하게 이탈한 경우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아우디의 ‘사이드 어시스트(Side Assist)’나 인피니티의 ‘차선 이탈 시스템(LDS)’ 역시 해외에서는 적용되고 있으나, 국내에서는 아직 도입이 불투명한 상태다.

◆운전자의 사각을 없애준다


볼보의 ‘사각(死角)지대 정보 시스템(BLIS·Blind Spot Information System)은 차량 양쪽 사이드 미러 아랫부분에 카메라를 장착, 주행시 양쪽 사각지대에 다른 차량의 움직임이 감지되면 사이드 미러 안쪽에 장착된 경고등이 깜박거려 다른 차량의 존재를 알려준다. 운전자들이 사각지대에 있는 차량이나 오토바이를 인지(認知)하지 못하고 차선을 변경해 사고가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첨단 안전장치다. 유럽에서 여성 운전자들을 중심으로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최근 국내 시판된 신형 볼보 S80에 장착돼 있다.

◆눈꺼풀의 움직임까지 감지해 졸음운전 사고 막는다

폴크스바겐의 ‘주의조절(Attention Control) 시스템’은 교통 사망사고의 25%를 차지한다는 졸음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운전자의 눈꺼풀 움직임의 빈도와 속도를 측정한다. 카메라를 통해 운전자가 깨어 있는지 졸고 있는지를 판별해 운전자에게 경고한다. 이후, 차에 장착된 내비게이션 시스템이 가장 가까운 휴게소 위치를 알려준다.

◆충돌 경보시스템

메르세데스벤츠 고급 세단에 있는 ‘자동 비상 브레이크(Automatic Emergency Brake) 시스템’은 레이더를 이용, 자동차 차체 앞 장애물과의 거리를 측정해 피할 수 있을지 여부를 결정한다. 전방 120m, 16도 각도까지 물체정보를 확인하며, 차량이 충돌 위험에 놓이면 자동으로 급제동에 들어간다.

아우디 Q7에 장착된 ‘충돌경보시스템(Collision Warning System)’이나 볼보의 ‘충돌 경고 장치’도 전방의 장애물을 레이더로 감지한다는 개념은 비슷하다. 볼보의 충돌 경고장치는 2007년 상반기 국내에도 도입될 전망이다.

◆국내에도 곧 도입, 국내업체도 개발 중

해외 고급차에 장착된 첨단장치 중에는 국내도입이 불가능한 것이 많았다. 국내 관련 법규정과 충돌하는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앞 차와의 차량거리를 자동으로 측정해주는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은 사용되는 레이더 주파수대가 정보통신부 법규상 국내에서는 사용이 불가능한 대역이었다. 그러나 최근 규정이 바뀌었기 때문에, 내년부터는 이 장치 도입이 가능해질 전망이다.

현대·기아차의 전자부품을 만드는 현대오토넷에서도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이나 차선이탈 방지장치, 충돌 방지장치 등을 개발하고 있다. 현대오토넷 주영섭 사장은 8일 “차선이탈 방지장치는 내년 버스에 먼저 도입할 예정이며, 적응형 크루즈 컨트롤이나 충돌 방지장치는 2008년쯤 양산화해 현대차에 장착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by 100명 2006. 11. 9. 07: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