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완견 억만장자 꿈 '개꿈'으로

기사입력 2008-06-18 07:57
유산상속 분쟁 소송서 패소… 1000만달러 감액 판결받아

미국 한 애완견의 '억만장자 꿈'이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지난해 8월 타계한 호텔여왕 리오나 헴슬리의 유언에 따라 1,200만달러(약 120억원)에 달하는 유산을 받아 화제를 모았던 애완견'트러블(Trouble)'이 상속분쟁 소송에서 패소했다. 올해 아홉 살 된 흰색 몰타종 암캐 트러블은 현재 플로리다에서 헴슬리의 샌드캐슬 호텔 체인 사장 집에서 살고 있다.

뉴욕포스트와 AFP 통신이 17일 전한 바에 따르면 헴슬리의 유산을 둘러싼 재판을 담당한 맨해튼 지구법원의 리나 로스 판사는 최근 유언장 작성시 헴슬리가정신이 온전치 않은 심신 상실 상태에 있었다고 인정, 트러블에게 남긴 상속 가운데 1,000만달러를 감액하는 판결을 내렸다.

로스 판사는 헴슬리가 상속한 트러블 명의의 신탁재산 중 400만달러를 자선단체에 기부하고 600만달러를 헴슬리의 손자 두 명에 나눠주라고 선고했다.

트러블을 현재 맡고 있는 플로리다 소재 호텔의 사장 칼 레킥은 트러블의 24시간 신변 경호를 위해 10만달러, 사육 비용 8,000달러, 사료비 1,200달러가 연간 지출되고 자신도 보호자로서 6만달러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헴슬리는 지난 1989년 거액의 탈세 혐의로 재판을 받는 등 금전 문제에 있어 깨끗하지 못한 처신 때문에 생전 '더러운 여왕'이라는 오명까지 썼다.

그러나 87세를 일기로 작년 사망하면서 헴슬리는 거의 전재산인 25억달러를 자신과 앞서 작고한 남편이 설립한 자선단체에 기탁, 지난해 최고의'기부 천사'에 올랐다.

헴슬리의 유족으론 남동생 외에 손자 4명, 증손자 12명이 있는데 동생에겐 1,000만달러의 재산을 물려주면서 트러블을 죽을 때까지 돌보라고 당부했다. 손자 두 명은 해마다 최소한 한 번씩 아버지의 묘소를 찾을 것을 조건으로 각각 500만달러를 상속했다. 하지만 헴슬리는 다른 손자 크레이그와 미건 팬지러에 대해선 '그들도 알고 있는 이유에서'라는 유언과 함께 한푼의 유산도 주지 않았다. 따라서 헴슬리의 주변에서 가장 많은 유산을 물려받은 것은 트러블이었다.

하지만 로스 판사는 상속에서 배제된 손자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할머니인 헴슬리와 불편한 관계를 맺어 온 구체적인 사실을 공개하지 않고 그에 관한 모든 자료를 법정에 제출한다는 조건으로 크레이그에게 400만달러, 미건에겐 200만달러를 주라고 판시했다.

이에 따라 트러블에게 물려준 액수는 200만달러로 대폭 줄어들게 됐다. 개는 거액의 유산을 받게 된 사실이 언론을 통해 대서특필된 이래 살해 위협이 계속되자 2007년 12월부터 플로리다로 거처를 옮겨 숨어살고 있다.

헴슬리는 지난 72년'부동산 왕' 해리 헴슬리와 결혼한 뒤 함께 엠파이어 스테이트 빌딩 등 뉴욕의 부동산과 미국 전역에 산재한 호텔 체인을 운영했다.

'세금을 내는 것은 일개 시민뿐'이라며 당국에 납세정책에 완강히 저항한 헴슬리는 수십만달러 상당의 보석 등에 부과된 세금을 내지 않은 사실이 적발돼 92~93년에는 교도소에 수감되기도 했다.
by 100명 2008. 6. 18. 13: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