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삐ㆍPC통신 전성기는 갔어도…
[헤럴드경제 2006-11-03 14:32]

호출기 병원ㆍ군대서 역할 톡톡… 아직 4만명 사용

천리안"편리해 좋다"1000여명 회원 여전히 활동

`노병은 사라지지 않는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삐삐 무선 호출기와 PC통신 `천리안`.

시도 때도 울리던 삐삐 소리, 정보 검색의 보물상자였던 천리안은 20대 후반 이상의 초기 통신세대에게 아련한 추억으로 남아있다.

무서운 속도로 통신기술이 진화에 진화를 거듭하면서 이들 서비스는 이미 사라졌을 법하지만 여전히 생명력을 잇고 있어 눈길을 끈다.

▶나이든 사람과 젊은이를 구분해주던 삐삐=대다수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은 삐삐를 주머니에 넣고 다녔다. 허리춤에 차면 늙은이라는 놀림을 받기도 했다. 삐삐 호출을 확인하기 위해 공중전화를 찾아 헤매던 기억도 아련하다.

한국통신프리텔(현 KTF) LG텔레콤 한솔PCS 등 PCS(개인휴대통신) 사업자들이 서비스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1997년 1500만명이라는 어마어마한 인구가 사용하던 삐삐는 시나브로 자취를 감추었다. 삐삐 이용인구의 감소와 함께 메시지를 확인하고 전화를 걸기 위해 찾았던 길거리 공중전화도 조금씩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 여전히 삐삐가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곳이 있고 이용자도 적지 않다. 전국 사업자인 리얼텔레콤과 서울이통의 삐삐 가입자는 8월말 현재 4만839명에 달한다.

삼성서울병원은 호출용 삐삐 500여대를 마련해 `진료안내 호출서비스`(FREE-Call)`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듣고 있다. 진료를 받으러 온 환자들과 장시간 검사를 받기 위해 하루 종일 병원에 머물러야 하는 환자들을 위해 삐삐를 무료로 빌려준다. 병원 종사자와 휴대전화 배터리 파손이 화재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화학공장 근로자, 군인 등도 단골이며 증권정보용 단말기로 사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밤잠을 설치게 했던 천리안의 추억=지금은 거져 쓰라고 해도 쓸 것 같지 않은 PC통신 전용 단말기는 한 때 10대와 20대의 밤잠을 설치게한 정보의 바다였다. PC통신은 시간에 구애 받지 않고 원하는 사람과 글을 주고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었다. 상대방이 쓴 글이 모니터에 뜰 때 나는 `찌익 찌익` 소리는 사용하는 사람들을 중독시켜 쉽사리 단말기 전원을 끌 수 없게 만들었다.

PC통신을 이용한 사람들 가운데 이 소리 때문에 부모님들로부터 꾸지람을 듣지 않은 이들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PC통신의 가입자 수는 한때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PC통신 서비스 1위 사업자였던 천리안은 1985년 서비스 개시 10년만에 국내 최초로 유료 가입자 100만을 돌파했다. 당시에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후 1998년 300만, 2000년 3월에는 350만명을 넘어서기도 했다.

네이버 야후 등 윈도 기반의 무료 검색서비스가 보편화된 뒤 돈을 내고 써야 하는 천리안 고객은 완전히 사라졌을까. 아직 1000명 정도의 고객은 추억의 천리안을 이용료를 내며 쓰고 있다. 이유는 그래도 편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by 100명 2006. 11. 3. 17:4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