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중국인을 대상으로 진행된 ‘한류의 모든 것’이라는 조사에서 ‘한국을 상징하는 10대 단어’에 ▲영화 ‘엽기적인 그녀’를 비롯해 ▲연속극, ▲애국, ▲한글, ▲불고기, ▲성형수술, ▲그룹가수, ▲서울, ▲한국요리, ▲김치가 선정됐다.
올해 6월부터 8월까지 인터넷을 통해 총 3개월간 진행된 이번 조사는 중국인뿐만 아니라 대만, 홍콩의 한류팬들 1500만 여명이 참여했다. 총 참여인원 1500만 여명이라는 최고 기록을 낳은 이번 조사에서 단일 문화컨텐츠로는 유일하게 ‘엽기적인 그녀’가 선정되는 등 영화가 하나의 브랜드로 인식되기 시작됐다는 점이 가장 눈길을 끄는 부분이다.
2001년 국내 개봉당시 전국 420만 명을 동원한 ''엽기적인 그녀''는 국내에서의 공식적인 흥행에 못지않은 중국에서의 비공식적인 흥행으로 더욱 화제가 됐다. ‘엽기적인 그녀’는 홍콩개봉당시 박스오피스 1위를 휩쓸고 중국에 정식 DVD판매가 이루어지지 않은 상태에서‘따오반(불법 해적판)’으로 1억장 이상 넘게 팔려 나가는 쾌거를 이뤘다. 중국 내 ‘엽기적인 그녀’의 성공은 단순한 영화 한 편의 흥행에 머물지 않고 중국의 새로운 문화현상으로 발전하며 재생산됐다. 기존 중국에서는 보지 못했던 ‘주도형’여성 캐릭터와 ‘순종형’ 남성 캐릭터의 등장에 14억 중국인들이 열광하기 시작한 것이다.
현재 중국의 젊은 여성들은 기꺼이 ''중국판 엽기녀''를 자청하며 새로운 문화의 적극적 전파자로 나서고 있다. 주인공의 패션과 태도를 모방하며 ''전지현 따라잡기'' 붐이 일었으며 중국의 대학 캠퍼스에서는 영화 속 장면을 재연하며 여자 친구의 하이힐과 남자 친구의 운동화를 바꿔 신는 연인의 모습이 목격되곤 했다.
‘엽기적인 그녀’ 의 높은 상품성은 다른 곳보다 먼저 중국 방송국에서 주목하고 나섰다. 한때 중국판 엽기적인 그녀‘야만여우(野蠻女友)’의 드라마 제작 논의가 이루어져 당시 주인공의 자리를 두고 벌어진 ‘중국 엽기녀 선발대회’는 베이징, 상하이, 난징을 비롯한 중국 곳곳에서 지역 예선을 거친 8명의 젊은 여성들이 중국 최고의 엽기녀가 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였으며 그들은 현재 중국내 유명인으로 자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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