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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니컬 프론티어 ③ CJ파워캐스트
2006-10-18 | 김혜선 기자
데이터 관리 시스템 회사 CJ파워캐스트는 CJ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영화를 데이터화시키고 전국 체인에 네트워크로 전송하는 일을 하는, 일종의 특수부대 혹은 디지털시네마의 전도사 집단이다.
요즘 관객들이 극장에 가면 영화 상영을 알리는 전광판에서 이런 글자들을 자주 본다. <괴물> 디지털, <타짜> 디지털. 관객에게 고화질 관람 기회를 제공한다는 디지털시네마의 물결이 극장가에 이어지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의 디지털시네마 시장은 대체 어디까지 왔는가? 이 질문은 사실 잘못된 것이다. 본격적인 스타트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디지털시네마 시장이 확산되지 않는 데는 이유가 있다. 필름 혹은 디지털카메라로 촬영한 영화를 디지털파일 형태로 가공 처리하는 것은 이뤄지고 있지만 문제는 그 다음이다. 네트워크나 위성, 혹은 오프라인 딜리버리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파일을 배급하고, 각 극장에 전송해 고화질의 디지털영화를 상영하는 디지털시네마의 후반작업이 영 진도가 나가질 않고 있는 것이다. CGV가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과 <사이에서> 등의 디지털영화를 전국 체인에 네트워크를 통해 전송, DLP와 서버를 이용해 디지털로 상영한 사례가 전부다. 하지만 이 최초의 네트워크 전송을 실제 성공리에 적용시킨 사례를 간과할 순 없다.
이 일을 추진한 것이 미디어 스테이션 기능을 하는 데이터 관리 시스템 회사 CJ파워캐스트다. 일종의 특수부대 혹은 디지털시네마의 전도사 집단이라 할까. CJ파워캐스트는 CJ엔터테인먼트의 모든 영화를 데이터화시켜 백업하고, 각종 선재물들을 다양한 포맷으로 컨버팅하며, CGV에서 상영되는 모든 예고편과 광고 등을 자체적으로 인코딩해 전국 CGV와 프리머스 체인에 네트워크로 전송하는 시스템을 구축한 상태다. 2007년 본격적인 디지털시네마 시장이 스타트할 거라 전망하는 CJ파워캐스트는 최근 디지털 서버 장비를 출시하고 있는 돌비사, 코닥사 등의 움직임에 발 맞춰 디지털시네마 사업을 서두르고 있다. CJ파워캐스트 디지털시네마팀의 이상일 과장은 “디지털시네마는 모든 관계자들이 윈윈하는 모델이다. 배급사, 제작사 입장에서는 필름비용을 크게 절감할 수 있다. 극장주들은 당장 디지털 장비에 투자해야 하는 문제가 있지만 배급사가 현재 필름비용을 일부 빼서 지원해준다면 해결될 문제다. 광고나 월드컵중계 같은 이벤트도 가능해 극장들은 부가수입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디지털시네마의 보안 문제가 취약하다는 지적도 결코 그렇지 않다고 주장이다. 필름이 디지털시네마로 전환되면 워터 마크 등 보안 장치를 삽입할 수 있어 오히려 캠 버전 불법 파일 유출을 방지할 수 있고, DCI(디즈니, 20세기폭스, MGM, 파라마운트, 소니픽쳐스, 유니버설, 워너브러더스까지 미국의 7개 메이저 스튜디오가 2002년 3월에 창립한 협력기구)가 2005년 7월 발표한 디지털시네마 산업 표준안 DCI Specification v1.0은 이를 풀려고 노력하느니 차라리 영화를 보고 말 정도로, 결코 허술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외에 자체적으로 보안기술인 KDM(Key Delivery Message) 생성기술도 보유하고 있다. 심지어 디지털시네마가 현재 배급사와 극장 간에 불투명하게 거래되는 프린트 문제도 해결할 수 있다며 CJ파워캐스트는 디지털시네마 시장으로의 진입을 부르짖는다.
하지만 다양한 장점을 설파하고, 모든 선입견을 해결하더라도 넘기 힘든 난제는 디지털 설비 시스템을 누군가 제공해줄 것으로 여기는 국내 다수 극장주들의 공짜 마인드다. 그러나 할리우드 메이저 배급사들도 이제 필름 대신 디지털 소스로 국내외 배급을 하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추세다. 한국 영화시장도 조만간 완연한 디지털시네마 시대로 접어들 것이고, 이것은 단순히 배급사와 극장 간의 세 다툼이 아닌 영화산업 전반의 급격한 변화를 불러올 것이다. 살아남으려면 그때가 오기 전에 미리미리 준비하라는 것이 디지털시네마 관계자들의 조언이다.
최근 국내 최대 통신업체인 KT도 멀티플렉스 업체들과 손잡고 ‘디지털시네마’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KT는 롯데시네마, 씨너스, MMC 등과 전략적 제휴를 체결해, 광대역융합망(BcN)을 이용한 초고속 영화콘텐츠 전송 시스템을 도입한다. 연말까지 제휴 멀티플렉스 100여 개 스크린에 디지털 영사기 및 영사 서버 등의 디지털 장비를 공급하고, 2007년까지 전국 스크린의 30%에 해당하는 500여 개 스크린에 서비스를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기업 자본을 지닌 CJ파워캐스트와 KT의 경쟁이 치열해지면 한국 영화시장에서 디지털시네마 사업이 삽시간에 불붙을 가능성이 크다. 영화산업의 미래를 예언하려는 디지털시네마 전도사들의 질주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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