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지는 ‘소니 제국’…잇단 제품결함으로 추락
[경향신문 2006-10-20 20:48]

일본의 대표 브랜드 소니에 다시 어두운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2003년 봄 최악의 실적으로 도쿄 주식시장을 뒤흔들었던 이른바 ‘소니쇼크’ 이후 두차례의 구조조정을 통해 회복하는 듯했던 분위기는 최근 제품결함 사실이 잇따라 불거지면서 다시 곤두박질치고 있다. 전문가들은 ‘아날로그 제왕’으로 군림했던 소니가 디지털시대 적응에 실패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비관적인 분석을 내놓기도 한다.

소니는 19일 “2006 회계연도(2006·3~2007·3) 영업이익 전망치를 당초 1천3백억엔에서 5백억엔으로, 순이익 전망치는 1천3백억엔에서 8백억엔으로 각각 하향 조정했다”고 수정 발표했다. 매출액은 당초와 다름없는 8조2천3백억엔을 그대로 유지했다. 이에 따라 매출액 대비 예상 영업이익률은 0.6%로 크게 낮아졌다.

소니가 예상이익을 대폭 낮춘 것은 노트북 PC용 전지의 회수 비용이 크게 늘어난 데다 가정용 게임기의 판매 부진이 겹친 데 따른 것이다.

소니는 1991년 리튬이온전지를 세계최초로 개발해 노트북, 휴대전화, 디지털카메라 업체에 판매해 왔다. 이번에 노트북 전지가 폭발 위험이 있는 것으로 확인돼 문제가 됐다. 소니가 리콜을 결정한 전지만 9백60만개로, 회수비용만 5백10억엔에 달한다.

효자사업이었던 게임부문도 심각한 상태다. 소니는 최근 게임기의 판매부진으로 플레이스테이션 3의 일본내 판매가격을 당초보다 1만엔 낮춰 출하했다. 휴대용게임기 PSP의 연간출하 대수도 부품 조달 등의 문제로 당초 1천2백만대에서 9백만대로 낮췄다. 이에 따라 게임부문에서만 적자폭이 당초 예상보다 6백억엔 늘어나는 등 게임사업 전체 적자가 연간 1천6백억엔에 달할 것으로 예상됐다.

삼성과의 제휴로 불을 지핀 액정TV나 디지털 카메라, 엔 약세 등으로 벌어들인 이익금이 제품결함과 게임기 판매 부진으로 한꺼번에 물거품이 되고 있는 형국이다.

소니 관계자들은 “현재 일시적인 문제가 있지만 업적은 순조롭게 회복할 것”이라고 낙관론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시장의 반응은 차갑다. 전문가들은 “소니의 현재 문제가 단순히 제품결함 차원이 아닌 아날로그 시대의 성공신화에 사로잡혀 디지털 시대 대응이 늦어지면서 기술력에 대한 총체적인 자신감 상실, 이로 인한 사기 저하 등 근본적으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소니는 지난해 6월 처음으로 외국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로 하워드 스트링거를 영입하면서 경영진을 대폭 교체하고 인원 및 공장을 20% 줄이는 등 대대적인 구조개혁을 단행했다. 재기를 위한 조치지만 이 과정에서 오히려 생산 현장에서는 사기가 저하돼 그저 위에서 시키는 대로 하는 분위기가 만연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 사업체간의 장벽 등 기업 문화도 재기에 발목을 잡고 있다. 시장 관계자들에 따르면 소니는 애플사의 MP3 플레이어인 아이팟(iPOD)과 같은 제품을 애플보다 2년 이른 99년 시장에 내놨지만 전혀 주목받지 못했다. 한 관계자는 “당시는 소니가 개발한 미니디스크(MD)가 잘 나가는 시절이었다. 새 제품에 전력하면 MD부문이 싫은 얼굴을 했다”고 말했다. 일본 언론들은 “아날로그 시대 소니의 힘은 ‘기술력’이었지만 최근 이런 신화는 탈색되고 있다”며 “소니가 명성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과거의 타성에서 벗어나는, 이른바 사즉생(死卽生)의 각오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by 100명 2006. 10. 22. 18: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