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의 설움, '아, 교차상영이여..'

기사입력 2008-06-18 07:27


[OSEN=조경이 기자] 할리우드 영화에 비해 제작비 및 마케팅 비용이 턱없이 작은 한국영화가 영화관에서 설움을 받고 있다. 할리우드 대작 한편이 멀티플렉스의 상영관을 2-3개씩 차지하고 반면 한국영화는 교차 상영으로 상영관 하나도 제대로 붙잡고 있지 못하는 실정이다.

최근 박스오피스 1, 2위를 달리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영화를 보면 영화 ‘쿵푸팬더’가 633개의 상영관을 갖고 있으며 ‘인크레더블 헐크’가 529개의 상영관을 가지고 있다. 두 영화 합해서 상영관 수가 1000개를 넘어서고 있다(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17일 집계 기준).

이에 비해 지난 12일 개봉한 세 편의 한국 영화의 상영관수를 살펴보면 할리우드 대작들에 비해 그 수치가 초라하기 그지 없다. ‘흑심모녀’는 183개, ‘그녀는 예뻤다’ 14개, ‘아버지와 마리와 나’ 10개다. 세 편의 상영관 수는 총 207개. 이마저도 외화들과 교차 상영 되고 있어 순수하게 상영관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전국 10개 관에서 상영하는 영화 ‘아버지와 마리와 나’의 이무영 감독은 “상영관이 작다고 아쉬움은 없다”며 “하지만 교차상영이라도 안 했으면 좋겠다. 그들은(극장주) 시장의 논리로 장사를 하니 그들만의 논리가 있을 것이지만 20억을 들인 영화도 작은 돈이 아닌 상당한 돈을 들인 영화인데 만들어 놓고 관객들에게 제대로 보여주지도 못하는 것은 아쉬움이 있다. 이렇게 된다면 누가 이 예산으로 영화를 만들려고 하겠느냐”고 밝혔다.

영화 ‘흑심모녀’의 조윤정 프로듀서는 “과거에 비해 콘텐트 위주에서 극장 위주로 파워가 많이 옮겨졌다”며 “영화제작사협회에서도 가장 크게 요구하는 부분이 영화를 개봉한 후 열흘 정도까지는 의무상영일수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런 제도가 없으니 극장에서는 개봉한지 며칠 만에 영화를 내리는 경우가 많다. 프린트 한 벌에 150만원에서 200만원 정도 하는데 며칠 만에 내린다는 것은 너무 안타깝다. 또 프린트를 줘도 상영을 안 하는데도 있다. 스크린쿼터제도가 축소된 상황에서 개봉 첫 주만이라도 의무상영일수제도를 두는 게 좋을 것 같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국내 최대 멀티플렉스 체인을 구축하고 있는 CJ CGV측은 한국영화와 할리우드 대작들의 상영관의 차이와 교차상영에 대해서 “영화의 예매율에 따라서 상영관의 책정이 달라진다”며 “관객들의 반응이 좋아지면 관을 더 늘릴 수도 있다”고 밝혔다.

또한 “워낙 많은 작품들이 나오고 있는 상황에서 극장은 관객들이 원하는 작품을 많이 걸 수 밖에 없다”며 “무비꼴라주에서 한국영화와 예술영화를 포함해 다양한 작품을 상영하고 있다. 몇 개의 영화에 있어서 교차 상영하는 영화가 있기는 하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예뻤다’와 ‘아버지와 마리와 나’의 배급을 맡고 있는 CJ 엔터테인먼트 인디영화팀의 김권식 대리는 “인디 예술영화가 상영관을 100개정도 까지 갔다가 상당히 손실을 봤던 전례들이 있다”며 “비효율적으로 진행되기보다는 첫 주에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안정적으로 상영관을 잡고 입 소문을 타면서 관을 확대해가는 것이 효율적이라고 생각했다. 첫 주에 100개 넘는 스크린으로 가다가 손실이 커지는 것보다는 장기적으로 가기 위해서 첫 주에 10개 정도의 스크린이 적당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또한 “교차상영은 끊임없는 화두다”며 “작은 영화 한국 영화들이 갖고 있는 전반적인 위기 의식이다. 예술영화전용관 외에 멀티플렉스 극장에 이런 영화들이 걸릴 경우 블록버스터의 편성이 늘어나면서 교차상영이 빈번히 일어나고 있다. 항의도 하고 조율을 하지만 그들이 수익을 내기 위해서 크게 배려가 안 되는 부분이 있다. 배급사나 제작사보다 상업적인 논리로 돌아가는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by 100명 2008. 6. 18. 07: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