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파라치에 우는 청소년 많다
[조선일보 2006-10-12 03:03]

<불법 영화파일 파파라치>
“형사 고소” 겁줘 한편당 합의금 5만원 받아내
신고접수 23만건… 정부, 변칙 저작권보호 방치

[조선일보 장상진기자]

불법 영화 파일을 퍼뜨린 네티즌을 신고하면 포상금을 주는 ‘영파라치(영화+파파라치)’ 제도가 피신고자(被申告者)에게서 ‘합의금’을 받고 형사소송을 무마해주는 방식으로 변칙 운영되고 있다. 더욱이 이 과정을 영화사들의 대행사인 사(私)기업체가 맡고 있어, 정작 저작권 보호 책임이 있는 정부는 뒷짐을 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1일 한나라당 이재웅(李在雄) 의원이 영화제작·수입사들의 저작권 고소 업무를 대행하고 있는 ‘씨네티즌’으로부터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영파라치’ 제도가 시행된 올 2월부터 지난 2일까지 8개월간 모두 23만1611건의 저작권법 위반 신고가 접수됐다. 이 중 지금까지 2793건에 대해 2793만원 상당의 포상금이 지급됐고, 나머지는 심사 또는 소송이 진행 중이다.

문제는 상금이 마련되는 방식. 신고가 접수되면 ‘씨네티즌’ 측은 홈페이지를 통해 피신고자를 공개하고 ‘사전 합의’를 벌인다. 업체측은 “합의금을 내면 형사고소를 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합의 금액은 영화 1편 당 성인 10만원, 미성년자 5만원. 하지만 업체 측은 홈페이지에 “형사고소 절차가 시작되면 성인 60만원, 미성년자 30만원의 합의금을 내야 한다”고 공지하고 있다. ‘빨리 합의금을 내지 않으면 합의금을 올리겠다’는 뜻이다.

이에 따라 포털사이트에는 이 제도에 대한 안티카페까지 생겼다. 또 포털사이트 문답 게시판에는 경제능력이 없는 청소년들의 고민 상담이 줄을 잇고 있다. “부모님이 아실까요?”, “고등학생인데 5만원도 큰 돈이라 걱정” 등과 같은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 의원은 “이들 피신고자의 90% 정도가 10~20대의 청소년과 학생들”이라고 밝혔다. 이들 중 일부는 “(업체 측이) 협박으로 돈을 갈취하고 있다”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한다.

신고자들도 불만을 드러내고 있다. 합의가 잘되지 않으면 포상금 지급이 미뤄지거나 아예 못 받는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이 업체는 합의금이나 손해배상금을 받아야만 포상금을 주고 있다. 제도의 운영경비는 모두 피신고자의 ‘지갑’에서 나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벌어지는 동안 문화관광부가 내린 조치는 지난 8월 업체 측에 공문 한 장을 발송한 것이 전부. 문화관광부 관계자는 “합의금 제도는 법정으로 가는 사태를 막기 위한 것으로 비난할 것이 못되며, 부작용들은 부수적인 문제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재웅 의원은 “영파라치 제도는 비록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더라도 피신고자 대부분이 청소년이어서 사회적으로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고 있다”며 “저작권 문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정부가 민간제도 뒤에 숨어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말했다.

키워드 영파라치
불법으로 유통되는 영화파일을 신고하는 네티즌에게 1건당 현금 1만원 또는 영화예매권 2장을 포상으로 지급하는 민간신고포상금제도. 영화수입·제작사들로부터 고소 대행업무를 위탁받은 영화 제공업체 ‘시네티즌’이 저작권을 보호한다는 취지로 올해 2월부터 시행하고 있다.

by 100명 2006. 10. 12. 0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