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국내 최초의 디지털시네마 방식 상영작인 송일곤 감독의 ‘마법사들’이 개봉됐다. 비록 흥행작이라 할 수는 없었지만, 이 영화는 온전한 ‘원 테이크 원 컷’ 촬영과 ‘네트워크를 통한 파일전송 배급 및 상영’이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큰 주목을 받았다.
러닝타임 1시간 36분의 영화는 마치 연극 무대에서처럼, 한정된 시공간 안에서, 시작부터 엔딩 타이틀이 오를 때까지의 전 과정을 단 한차례 컷으로 촬영하는 ‘원 테이크 원 컷’으로 진행했다. 때문에 촬영을 하는 1시간 반 내내 감독의 ‘컷’ 외침 또한 단 한 차례뿐이었다.
촬영 장소는 산속 카페와 근처 숲. 한정된 장소라지만 연극무대처럼 고정된 무대는 아니었다. 이를 위해 감독과 촬영감독, 배우와 스텝 들은 잘 짜여진 ‘촬영 시나리오’에 따라 유기적으로 움직여야만 했다. 그리고 촬영팀과 배우의 신체적 한계와 감정표출 등을 고려해 하루에 두 차례 촬영만이 가능했다고 한다.
이러한 촬영이 가능했던 것 요소 중 하나가 바로 디지털 촬영이다. 디지털카메라로 십 수 차례의 촬영을 반복하면서 필름의 길이와 비용에 얽매이지 않아도 됐기에 완성도가 높았으며, 어떠한 속임수도 없는 온전한 ‘롱 테이크’ 영화가 탄생할 수 있었다.
또 하나는 촬영의 영역을 벗어난 배급 차원에서 주목할 부분이다. 마법사들은 국내 최초로 네트워크 전송방식의 디지털시네마 상영작이기 때문이다. 즉, 네트워크를 통해 디지털 파일로 전송을 하고 이를 전국 유료로 전국에 동시 개봉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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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초 디지털영화 '마법사들' |
네트워크 통해 전세계 어디에나 디지털 영화 파일 배급
마법사들에서 살펴본 것처럼, 영화의 디지털화는 기존 아날로그 방식(필름 기반)에 비해 많은 장점을 가지며 향후 영화 산업의 변화에 큰 흐름을 주도하게 될 것이다. 화질과 음향 등 질적인 차이를 따지면, TV수상기에서 흔히 보는 HD방송과 일반방송의 그것을 생각하면 될 정도로 비교가 되지 않는다.
촬영 및 배급 부분에서의 비용절감 효과도 뛰어나 산업 전반에 걸친 파급력도 클 것으로 예상된다. 멀티 플렉스 극장 사업자인 CGV에 의하면 한편의 필름영화를 제작하는 데는 약 2억 원의 필름 비용이 소요되지만 디지털영화는 이것의 50% 수준도 안 된다는 설명이다.
게다가 상영관 배급을 위해 필요한 아날로그 필름 복제 비용이 스크린 당 2~300만원이 소요되고, 전국 600개 상영관에서 동시 개봉한 ‘괴물’ 같은 영화는 12억 원 이상, 400개 상영관에서 개봉하는 일반적인 흥행작의 경우를 보더라도 8억 원 이상이 필름 복제 비용에서만 발생하는 것이다.
디지털 영화는 화질 유지를 위한 필름 교체는 물론, 종영 이후 필름 폐기비용도 필요 없다. 또한 DVD 배포 및 컨버전스 환경 하에서 IPTV, 와이브로 등 타 매체로의 규격 변환이 용이하다는 점은 앞으로 상당한 이점이 될 것이다. 롯데시네마의 한 관계자는 “배급 비용이 줄어들면서 독립영화의 개봉이나 국산 영화의 해외 수출이 용이해지기 때문에 디지털시네마의 본격화는 산업 발전에 있어 티핑 포인트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KT ‘버추얼 프린트 피’ 수익모델로 사업 추진
이러한 디지털시네마 사업은 KT가 네트워크 인프라와 디지털영사기, 디지털서버 등 관련 장비를 임대해 주는 방식으로 멀티플렉스 사업자와 함께 진행해 왔다. 그리고 지난 18일 롯데시네마, 씨너스, MMC와 함께 MOU를 체결하면서 본격적인 디지털시네마 사업에 돌입했다.
이번 제휴에서 KT는 디지털시네마 관련 시스템 및 기술을 제공하고, 극장 사업자는 KT의 디지털시네마 시스템을 통해 서비스를 제공한다. 디지털시네마 운용을 위해서는 KT의 네트워크 인프라 필요성은 물론 아날로그 영사기보다 3배 가량 비싼 디지털 영사기(DLP : Digital Light Processor)가 필요하기 때문에 KT는 이를 임대/구매 방식으로 제공해 주게 된다.
KT는 우선 장비를 임대 등 방식으로 제공해 주고 배급 비용에서 수익을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그리고 프리미엄 관람료 등 배급사와 다양한 수익모델을 기획하고 있는 단계다. KT 솔루션사업본부의 임장미 부장은 “이번 사업 진출에서 KT가 보는 수익 모델은 우선 배급사에서 받게 되는 ‘버추얼 프린트 비용’에 있다. 상영관에 디지털 장비를 임대해 주고, 기존 필름 복제 비용보다 저렴하게 책정된 가격으로 배급함으로써 수익을 올릴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2007년, 디지털시네마 활성화 원년 될 듯
KT는 연내에 이들 제휴극장 100여 개 스크린에 디지털시네마 장비를 구축해 통합관리시스템을 개발함과 동시에 테스트와 시범서비스를 진행한다. 이어 2007년까지 전국 1,648개 스크린의 30% 규모인 500여 개 스크린을 디지털시네마 시스템으로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단순히 디지털 영사기로 보여주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주 수익모델인 ‘버추얼 프린트 피’에 초점을 맞춘 디지털 배급에 집중함으로써 그 동안 지지부진했던 디지털시네마 사업이 활성화 단계로 업그레이드 될 것으로 기대된다.
컨버전스 시대의 영화 산업은 디지털 파일 형태로 인공위성이나 브로드밴드 망을 통해 전송한 후 디지털 영사기로 상영하는 디지털시네마로 진화하고 있다. 머지않아 디지털시네마는 브로드밴드 망을 통해 영화를 상영관은 물론 가정에까지 전달할 마법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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