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용 시스템의 근간을 이루는 소프트웨어들이 최근 일제히 가격 인상을 기정 사실화 하고 나서 멀지 않은 시간에 사용자는 소프트웨어 가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을 처지에 놓였다.
소프트웨어 업체들은 인텔, AMD 등 프로세서 업체들이 내놓고 있는 다중 코어 프로세서들이 사실 상 하나의 프로세서 내에 다중 프로세서를 집적한 것이라고 전제하면서 소프트웨어 과금의 가중치를 높이기로 결정하고 있다.
각 소프트웨어 업체마다 방식과 시기는 달라도 결론은 기존의 CPU 당 과금 방식이라는 틀이 상향 조정된다는 사실은 변함이 없다.
외견상 가장 큰 변화를 보이는 업체는 IBM이다. IBM은 기존의 CPU 과금 방식을 프로세서 밸류 유닛이라는 성능 단위로 환산한 방식으로 전환했다. 전세계적으로 이 가격 정책은 이미 발표됐으며, 본사에서는 시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IBM의 가격 정책은 아래 표로 보면 일목요연하게 이해할 수 있다. 즉 각 CPU 제조사들의 코어별 성능치를 정해 놓고 실제 성능에 기반해서 소프트웨어의 가격을 지불하게 하겠다는 것이다.
한국IBM의 임효영 차장은 “IBM의 가격 정책은 가격 상승으로 고객이 이탈하지 않도록 프로그래밍되어 있다”고 전제하면서 “월등한 성능의 프로세서가 발표됐을 때 밸류 유닛을 지정해서 고객이 합리적으로 사용한 만큼에 대해 과금하게 하도록 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분명 합리적인 기준을 제시하고 있고, 설득력도 있어보인다.
임효영 차장은 또 “이러한 가격 체계가 성립하는 이유는 프로세서 개발 전략에서 생기는 차이에 기인한 것이다. 즉 인텔계열이 코어의 성능 향상이 아닌 코어의 집적을 통한 성능 향상 전략을 꾀한데 비해 IBM은 하드웨어의 코어 자체의 성능 향상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즉 두 칩 간의 공정한 기준이 필요하고 따라서 동일한 CPU 단위로 계산하게 될 경우 IBM 하드웨어를 사용하는 고객이 손해를 볼 수 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성능 기준의 가격을 책정하자는 취지의 정책”이라고 설명했다.
IBM의 가격 정책의 변화는 당장 사용자가 체감하기는 쉽지 않다. 이제 곧 듀얼 코어 기반의 서버가 나오기 시작하는데다 IBM의 프로세서 밸류 유닛에 의하면 듀얼 코어 프로세서가 밸류 유닛이 100으로 책정되어 있어 1CPU와 동등한 밸류 유닛을 나타낸다.
실제 가격 적용에서 당장에 변할 것이 없다는 것이 IBM의 입장이다.
IBM 소프트웨어를 공급하는 파트너사의 한 영업 담당자는 “아직 듀얼 프로세서의 공급도 보편화되지 않은 시점이어서 뭐라 말할 수 없다.”면서 “고객들도 가격 정책의 변화에 대한 뉴스만 접한 상황이지 한국IBM이 현재 바뀐 가격 체계를 적용하고 있는 것도 아니”라고 답했다.
한국IBM 측은 당장 적용하지는 않고 일정 기간의 유예기간을 두고 11월쯤 시행하게 될 것이라고는 밝혔지만 그 이유와 왜 11월 시행인지에 대해서는 답하지 않았다.
IBM의 이런 가격 정책의 실체는 의외로 눈가리고 아웅하는 측면이 있다. 분명 IBM측의 의견대로 당장에 변화될 것은 없다. 하지만 연말 혹은 내년 초 쿼드 코어 프로세서의 출시가 예정되어 있는데 이렇게 되면 프로세서 밸류 유닛은 200 혹은 그 이하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럼 고스란히 IBM의 소프트웨어 가격은 2배 혹은 그보다는 조금 적은 인상이 불가피해진다. 내년은 멀지않은 미래다. 하지만 멀지 않은 미래를 걱정할 여유도 없을 듯하다.
최소 1.5배 최고 2배 가격 인상될 듯
IBM 뿐만이 아니라 주요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일제히 다중 코어 프로세서의 코어를 프로세스의 핵심 단위로 삼고 있어 하나의 코어를 하나의 프로세스 단위로 산정, 실제 소프트웨어 과금 방식을 이미 바꾸기로 결정한 상태이기 때문이다.
한국오라클은 듀얼코어에 대해 이미 1.7의 가중치를 적용하여 과금하기로 입장을 정리하고 있다. 한국사이베이스는 코어 당 1을 적용해 듀얼 코어의 경우 2의 가중치를 적용해 사실 상 2배 가격 상승이 예상되고 있다.
한국CA 역시 듀얼 코어에 1.5의 가중치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외에도 다수 업체들이 일종의 담합 인상에 편승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실제 시스템 교체 시기에 이른 사용자들의 시름은 매우 커질 전망이다.
명분 없는 가격 인상 비판 여론 높아
문제는 이런 코어 기준의 소프트웨어 가격 인상이 과연 사용자에 대한 저항 뿐 아니라 소프트웨어 업계 내부에서도 별 탈없이 받아들여질 지는 미지수다.
분명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프로세서의 성능 향상이 소프트웨어 업체들에게 가격 인상 요인이 될만한 객관적인 변화가 발생했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는다.
즉 다중 코어로 전환됨에 따라 과연 소프트웨어 업체들이 설명하는대로 성능 향상이 이뤄지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인텔코리아의 주양예 차장은 “소프트웨어는 소프트웨어 벤더 스스로가 가격을 결정할 일이지만 코어의 수를 늘리는 것은 단일 프로세서의 성능을 향상하는 방식이 뿐”이라면서 “그런 관점에서 보면 그 동안 클록수를 높여왔던 수많은 단계의 프로세서들이 존재했는데 그 때마다 가격 인상이 필요했다는 것과 동일한 논리”라고 말했다.
주 차장은 또 “코어를 늘리지 않더라도 성능 향상은 필연적인데 소프트웨어 업체들로서도 최적의 성능을 내는 시스템 기반은 필수적인 것이 아니겠느냐”면서 “컴퓨팅 성능에 대한 요구는 계속 상승하는 것이 당연한데 쿼드 코어가 된다고 해도 백 대 쓸 서버를 그만큼 줄여서 사용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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