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칫집 '괴물', 샴페인 못따는 사연



[OSEN=손남원 영화전문기자]8월15일 광복절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할 것으로 보이는 ‘괴물’이 표정 관리에 들어갔다. 제작사 청어람과 배급사 쇼박스는 애써 축제 분위기를 자제하고 여론의 향방을 살피는 중이다. 왜?

100만에서 700만 관객 동원까지 최단기간 흥행기록을 모두 새로 썼을 정도로 ‘괴물’의 파괴력은 대단했다. 개봉 3주차로 접어들며 힘이 쭉 빠졌다는 게 평일 25만명 관객이다. 700만 관객 동원까지는 하루 59만명씩 이 영화를 봤을 정도로 가히 폭발적인 흥행력을 보였다. 이같은 스코어에 영화를 찍은 봉준호 감독 자신부터 놀랐고, 제작자인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도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러나 ‘괴물’이 8월 성수기 극장가를 완전 장악하면서 몇가지 부작용이 생겨났다. 스크린 620개가 ‘괴물’로 쏠리는 바람에 다른 영화들은 당장 상영관 확보에 급급했다. 극장주들이 당장 돈벌이가 되는 ‘괴물’ 위주로 상영시간을 짜다보니 ‘영화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는 관객들의 볼멘 소리가 터져나왔다.

청어람의 한 관계자는 “올 초 ‘왕의 남자’가 대박 행진을 계속할 때와 달리 ‘괴물’ 흥행에 대한 비난 여론이 적지않아 고심하고 있다”는 속내를 밝혔다. 상반기 흥행에서 라이벌 CJ의 성적에 비해 반토막이었던 배급사 쇼박사는 '괴물‘ 한편으로 순식간에 그 격차를 따라잡았다. CJ는 ’괴물‘보다 2주 앞서 개봉했던 ’한반도‘의 후반 부진으로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쇼박스에게 정상을 내줄 위기다.

잔칫집 쇼박스는 일찌감치 샴페인 뚜껑을 열려다가 황급히 닫은 상태다. 영화 관계자들 사이에 ‘쇼박스 홍보팀 전원이 하와이로 포상 휴가를 떠난다’는 소문이 돌자 서둘러 ‘사실이 아니다’라고 입을 막았다. 청어람과 마찬가지로 너무 잘나가는 ‘괴물’에 쏠린 질시의 눈길을 피하기 위함이다.

쇼박사는 ‘괴물’의 1000만명 돌파 시점을 15일 광복절로 잡고 있다. 11일까지 800만 이상이 ‘괴물’을 지켜봤고, 12~15일은 광복절이 낀 황금연휴여서 하루 50만명씩 관객이 충분할 것으로 예상했다.

‘왕의 남자’ ‘실미도’ ‘태극기 휘날리며’에 이어 4번째 1000만 관객 영화가 될 ‘괴물’은 비슷한 시기에 개봉한 숱한 영화들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 이문식 이준기 주연의 ‘플라이 대디’가 힘 한번 못쓴 채 주저앉았고, ‘각설탕’ ‘다세포소녀’ ‘몬스터 하우스’ 등이 고전중이다.

타인의 불행 앞에서 크게 웃을수 없는 형편인 게 요즘 너무 잘 나가서 문제인 ‘괴물’의 고민이다.

by 100명 2006. 8. 17. 08: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