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혁명 손안에… 정책은 아날로그
[국민일보 2006-08-07 19:00]

‘앞서가는 뉴미디어 기술,뒤쫓아 가지도 못하는 정부.’

우여곡절 끝에 지난달 출범한 방송통신융합추진위원회는 ‘방송과 통신을 아우르는 단일규제기관’의 신설이 주목적이지만 시동도 걸기 전에 또다시 IPTV 논쟁에 휘말리고 있다. 하나TV 상용서비스를 계기로 ‘방송인가 통신인가’라는 해묵은 논쟁은 방통융합을 다룰 제도적 틀을 구축하는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생활속의 융합트렌드=세계 최초로 지난해 상용화된 DMB(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 이전부터 SK텔레콤은 준(June),KTF는 핌(Fimm)을 통해 사실상 방송서비스를 해왔다. 방통 융합서비스는 이미 실생활에 깊이 파고들어 새로운 소비시장을 창출하며 디지털의식구조를 형성하고 있다. 이미 3500만대 보급률을 넘어선 휴대전화는 이제 단순 통신수단이 아니라 다양한 멀티미디어서비스를 즐기는 대표적인 융합미디어로 자리잡았다.

미디어의 개인화와 보편화는 미이즘(Meism·자기중심주의)과 사이버노매드(Cyber Nomad) 현상을 가속화시키고 있다. 미이즘은 10∼30대에서 자기중심적 사고와 개성을 표현하는 라이프스타일로 ‘남과 달라야 한다’는 식의 개인적 소비양태다. 또 디지털이라는 현실세계와 자신의 관념세계를 연결하는 사이버노매드는 인터넷과 휴대전화,DMB 등 디지털미디어를 소지한 10대 등 젊은 층에서 구체화되고 미디어소비가 이뤄지고 있다.

서강대 신방과 현대원 교수는 ‘퍼스널미디어’화와 관련,“유선과 무선,방송과 통신의 유기적인 네트워크 통합의 구조에서 언제 어디서나 접속한 상태로 풍부한 멀티미디어 서비스가 양뱡향으로 가능해질 것“며 “방송과 통신의 융합을 체계적으로 다룰 총괄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2010년,미디어빅뱅의 원년=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인터넷이 바꾸는 미디어산업’이라는 흥미로운 연구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는 “한국의 미디어산업은 역사상 유례가 없는 대변혁을 경험하고 있다”며 “그러나 현재의 미디어산업 재편은 디지털패러다임 전환의 서막에 불과하며 2010년을 전후해 미디어업계 판도에 대변화가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미디어산업 재편의 기폭제가 된 인터넷은 2010년을 전후해 인프라 정비가 완료되면 제2의 산업재편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한마디로 뉴미디어상황은 향후 2∼3년 내에 완전히 그 틀을 뒤바꾸고 ‘영상’과 ‘무선’으로 미디어시장이 재편된다는 의미다.

‘언제,어디서든,어떤 단말기’를 통해서든 자신이 원하는 정보를 쌍방향으로 실시간 주고받는 소위 유비쿼터스 미디어환경은 이제 눈앞의 현실이 되고 있다. 보고서는 유비쿼터스 환경에서는 정보기술과 뉴미디어에 익숙한 신세대가 소비는 물론 사회의 중심축을 형성할 것으로 분석됐다.

통신과 방송업계는 오는 2010년 디지털방송 전환이 완료되고,광대역통신망(BcN)과 휴대인터넷,차세대 이동통신이 도입되면 유·무선 네트워크를 통한 유비쿼터스 환경이 구축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디어 시장의 분화와 팽창=지난 3월 월드베이스클래식(WBC) 8강전. 경기 당시 포털 야후의 인터넷 중계를 통해 경기를 시청한 사람은 160만명으로 지상파방송 시청자수(140만명)를 추월했다. TU미디어의 위성DMB 가입도 중계기간 중 3만명이 증가하는 폭증세를 나타냈다.

지난 3월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발표한 자료는 지상파의 하락세를 잘 보여준다. 케이블TV가 8조원 규모의 국내방송시장에서 절반인 4조원의 매출을 올려 지상파TV를 넘어섰다. 케이블TV 시청률은 2001년 4.2%에서 2005년에는 12.8%로 증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달 ‘하나TV’ 상용서비스로 모습을 드러낸 IPTV는 폐쇄형 초고속인터넷망을 이용해 지상파 방송뿐만 아니라 케이블TV와 인터넷,인터넷전화(VoIP),데이터방송 등 멀티미디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같이 통신업체들은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케이블방송 등 소위 TPS(Triple Play Service)에 이어 이동통신을 추가한 QPS(Quadruple Play Service)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이 서비스는 현재의 초고속인터넷(xDSL)보다 10배 이상 빠른 광통신망이 구축되는 향후 2∼3년 내에 고화질 TV급의 영상을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미디어융합은 단순한 기술적인 진화수준을 넘어 우리사회의 트렌드를 뒤바꾸는 동인(動因)으로 부상하고 있다.

by 100명 2006. 8. 8. 07: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