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시경 받은 환자 에이즈 감염으로 사망"
PD수첩, 국내 병·의원 허술한 내시경 소독실태 고발
"내시경은 질병 옮기는 살인무기"

질병을 예방하고 치료하기 위해 실시하는 내시경이 오히려 병원균을 옮기는 무서운 살인무기로 돌변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MBC PD 수첩은 1일 밤 방송을 통해 대다수 병원들이 내시경을 제대로 소독하지 않아 치명적 감염 가능성을 안고 있다고 고발했다.

방송에 따르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는 1995년 총 5단계(세척▷소독▷헹굼▷건조▷보관)로 이루어진 내시경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지키지 않을 경우, 치명적 감염 우려가 있다.

하지만 서울의 모지역에서 내시경 검사를 하고 있는 병원 중 무작위로 찾은 10곳 중 내시경학회에서 발표한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있는 곳은 불과 1~2곳에 불과했다.

나머지 병원들의 소독법은 모두 제각각이었다.

내시경 소독법 병원별로 천차만별…가이드라인 유명무실

A내과의 경우, 내시경 검사 후 내시경을 휴지로 두 번 닦고 바로 다음 환자에게 사용했고, B내과는 조직 검사 후 생검겸자(내시경을 할 때 조직을 채취하는 기기)와 스코프를 한 장의 알콜솜으로만 문질러 닦았다.

C내과는 내시경 검사 후 내시경을 주방용 중성세제를 이용해 물 세척만 했고, D종합병원은 하나의 내시경을 물세척만 하면서 3명의 환자를 진료 한 후에야 전용 세척기를 사용했다.

PD 수첩은 D병원의 경우 꽤 유명한 종합병원이었기에 더욱 충격적이었다고 전했다.

대한소화기내시경 학회에서 2002년과 2004년에 실시한 소독에 관련된 설문조사결과에 따르면 종합병원은 44%, 개인병원은 68% 정도가 스스로 시행하는 소독법이 부족하다고 느끼고 있었다.

학생 때 배운 적이 없어서 소독액 조차도 써본 적도 없다는 이도 있었다. 실제로 이런 허술한 소독법을 잘 알고 있는 업자들은 아예 자신이 파는 내시경을 들고 가서 검사를 받는가 하면, 한 병원의 직원들이나 그 가족들은 아침 일찍 1번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게 하는 것이 공공연한 비밀이었다.
소독하지 않은 내시경…보이지 않는 위험

PD 수첩팀은 자체 실험결과를 토대로 가이드라인을 정확히 지키며 내시경을 소독했을 경우에는 균이 검출되지 않았지만, 그렇지 않은 내시경은 다량의 균이 죽지 않고 살아있었다고 폭로했다.

PD 수첩은 “소독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내시경으로 진료를 받았을 경우에 자칫 잘못하면 에이즈와 같은 치명적인 질병에 감염될 수 있다”며 그 사례를 공개했다.

일례로 1991년 미국 휴스턴의 Alice Prat은 내시경 검사를 받은 후 사망했는데 제대로 소독하지 않은 내시경 생검겸자로 인해 다른 에이즈 환자의 질병이 감염되었기 때문이라고 PD 수첩은 설명했다.

전 세계적으로 소독하지 않은 내시경으로 인한 감염 피해 사례는 많다는 것이 PD 수첩의 지적이다.

PD 수첩은 “사정이 이러한대도 질병관리본부가 ‘국내에서 신고된 감염 사례는 전무하다’고 했다”며 의혹을 제기했다.

PD 수첩은 “중소 병의원의 내시경실 뿐만 아니라 성형외과, 산부인과, 이비인후과 등에서도 소독법은 제각각이었다”고 꼬집었다.

감염관리실의 설치가 의무적인 300병상 이상의 대형병원에 비해 중소 병의원은 전혀 관리나 감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게 PD 수첩의 취재 결과다.

한편, 대한병원협회는 2일, PD 수첩의 내시경 소독 실태 방영과 관련, 전국 회원병원에 감염예방 대책수립을 요청하는 공문을 발송했다고 밝혔다.
by 100명 2006. 8. 3. 08:23